이유없이 무기력한 당신, 남성호르몬 수치 정상인가요?

[권선미 기자] 입력 2020.10.07 15.04

혈액검사로 남성갱년 호르몬 수치 확인 필요

가을 낙엽이 떨어질 때면 외롭고 쓸쓸한 가을 남자가 하나 둘 늘어간다. 쉬어도 피곤하고, 입맛도 의욕도 떨어져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는다. 체력도 예전 같지 않아 조금만 움직여도 지친다. 당신이 40대 이후라면 이런 신호를 가볍게 지나쳐서는 안된다. 단순히 가을을 타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줄면서 남성 갱년기를 겪고 있을 수 있다.

남성도 갱년기를 겪는다. 다만 폐경 이후 급격한 여성 호르몬 변화를 겪는 여성과 달리 40세 이후부터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서서히 줄어 자각하기 어렵다. 원인은 노화로 인한 남성호르몬 감소다. 음주·흡연·스트레스 등 환경적 요소와 당뇨병·고혈압·골다공증 같은 기저질환이 있으면 피로, 우울, 수면장애 등 남성 갱년기 증상이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유없이 불안·초조하고 무기력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테스토스테론 결핍으로 발기력 감퇴, 성욕 저하와 수동적 태도도 특징적이다.

이 뿐이 아니다. 체형도 변한다. 내장 지방이 늘면서 뱃살이 나오고, 골밀도가 감소해 뼈도 약해지는 등 전신 건강상태가 나빠진다. 인지기능 저하 등도 함께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성 호르몬 분비 감소가 육체적·정서적·성적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전반적인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의미다.  남성 호르몬 수치가 낮으면 빨리 사망하게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대한남성과학회 문두건(고대구로병원 비뇨기과) 회장은 “상당수의 남성이 갱년기를 겪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만성 피로와 비슷해 갱년기인지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대한남성과학회와 대한남성갱년기학회에서 우리나라 남성갱년기 유병율을 조사한 결과 40대의 27.4%, 50대 31.2%, 60대 30.2%, 70대 42.0%, 80대 이상의 78.8%에서 남성호르몬수치가 정상치인 350 ng/dl 이하이었으며 남성갱년기증상은 50대 58.3%, 50대 77.8%, 60대 84.2%, 70대 이상 88.7%로 많은 남성들이 남성노화로 인한 증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갱년기로 진단하기 위해서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감소와 이로 인한 증상이 있어야 한다. 일차적으로 자가 진단설문지로 갱년기 증상 여부를 살펴보고, 이후 혈액검사로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확인한다. 이 때 발기력이 감소하고 성욕이 줄었다고 생각되면 남성 갱년기를 의심해야 한다.

자가 진단 설문지 항목에서 1번이나 7번 항목이 본인의 증상에 해당했을 때나 나머지 8개 항목 중에서 3가지 항목 이상을 선택했을 때는 남성갱년기를 의심해야 한다.
 

치료는 부족한 남성호르몬을 주사·패치·겔 형태의 약으로 보충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전문의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적합한 방식의 치료법을 선택한다. 남성호르몬을 보충하면 골밀도가 높아지고, 근육량과 근력이 늘면서 전신 건강상태가 개선된다. 성욕이 늘고 우울감도 줄어드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남성호르몬 보충요법은 장기 지속가능한 테스토스테론 주사제로 이뤄진다. 임상적에서 가장 오랫동안 이뤄진 치료 방식이다. 한 번 주사를 맞은 후 10~14주 동안 체내 테스토스테론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테스토스테론이 체내 축적되지 않고 매일 주사를 맞지 않아도 되는 점도 장점이다. 문 교수는 “연 4-5회 정도의 장기 지속형 주사 치료로 성기능 향상, 우울감, 불안 증상, 피로도가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더욱 활력있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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