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먹었는데 살은 나만 찐다? 장 속 ‘뚱보균’을 아시나요

[권선미 기자] 입력 2020.09.25 09.37

식이섬유 섭취 늘리면 날씬균 증가

남과 똑같이 먹는데도 자꾸만 살이 찌는 느낌이 든다면 ‘몸속 장내미생물’이 원인일 수 있다. 장에는 1g당 약 1000억 개의 미생물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내 미생물들은 면역체계 관리, 건강을 지키는 일까지 많은 일을 수행한다. 수많은 미생물 중에는 ‘비만’에까지 영향을 주는 것도 있다. 365mc 강남본점 손보드리 대표원장의 도움말로 장내 미생물과 비만과의 상관관계에 대해 알아본다.
 

내가 살찌는 이유, 알고보니 ‘뚱보균’
뚱보균이라는 이야기를 한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최근 방송 ‘미운오리새끼’에 출연한 홍선영 씨도 장내 뚱보균이 많아 비만하기 쉽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뚱보균은 장내 미생물의 일종이다. 일부 장내 미생물은 몸 속 당분의 발효를 촉진시켜 지방을 과하게 생성하게 만든다. 피르미쿠테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뚱보균은 지방산이 만들어지면서 비만을 유도한다.

일부는 식욕 억제 호르몬 렙틴의 활성화에도 악영향을 준다. 미국 메이요대학이 쥐를 이용해 연구한 결과 피르미쿠테스를 주입한 쥐는 똑같은 양의 먹이를 먹고도 장에 세균이 없는 쥐보다 살이 1.5배나 더 쪘다. 이뿐 아니다. 미국 뉴욕대 연구 결과 활발한 번식으로 피르미쿠테스 수가 늘어나면 당뇨병까지 유발할 확률이 높았다.

손보드리 대표원장은 “피르미쿠테스는 당분·지방을 비롯한 영양소의 흡수를 촉진하는 작용을 하는 만큼, 수가 늘어날수록 단순당·지방 흡수가 빨라지며 살이 쉽게 찐다”고 말했다. 특히 피르미쿠테스는 정제된 단순당과 고소한 지방질을 좋아한다. 이들 식품을 많이 먹을 때 장내 미생물인 뚱보균이 더 빨리 증가한다는 의미다. 
 
날씬균 늘려주는 식단으로 뚱보균 증식 억제해야 
다행히 피르미쿠테스는 많이 증식한 상태라도 음식 섭취를 통해 조절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이 식습관 교정이다. 프로바이오틱스를 꾸준히 챙겨 먹어도 이미 장 내 환경이 나쁘면 유익균이 제대로 증식해 자리잡기 어렵다. 이럴 땐 뚱보균의 반대 개념인 ‘박테로이데테스(Bacteroidetes)’라는 유익균을 늘려주는 게 도움이 된다.

박테로이데테스는 지방분해 효소를 활성화하고, 체내 지방연소 및 체중감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당뇨병을 일으키는 피르미쿠테스와 달리 혈당 감소 호르몬을 활성화해 체내 혈당도 떨어뜨린다. 손 대표원장은 “식습관 교정으로 박테로이데테스 비율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365mc 강남본점 손보드리 대표원장

 
박테로이데테스를 늘리는 방법은 간단하다. 식단에서 액상과당·가공육·정제 탄수화물을 없애고 식이섬유를 늘리는 것이다. 박테로이데테스의 먹이는 바로 ‘식이섬유’다. 식이섬유가 풍성하게 들어올수록 영양분이 늘어나는 만큼 박테로이데테스이 활성화되고 증식된다. 채소, 야채, 통곡물 등이 들어간다. 유산균이 풍부한 발효음식도 추천된다. 염분을 줄인 김치, 된장, 발효유 등이 속한다.
 
손 대표원장은 “똑같은 환경에서 생활하는데 같이 생활하는 가족이나 친구에 비해 살이 많이 찐다면 ‘뚱보균’이 많이 증식돼 있을 확률이 있다”며 “이럴 경우 ‘날씬균’의 비율을 높여주는 식단을 이어가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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