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마름 고통 부르는 침샘 질환, 타액선 세정술로 극복을

[최용석 교수] 입력 2020.09.28 13.56

[치과 명의의 덴탈 솔루션] 경희대치과병원 영상치의학과 최용석 교수

영상치의학과 최용석 교수가 말하는 '침샘 질환'

 우리는 주변에서 “입이 마르다”라고 호소하는 사람을 종종 접한다. 그러면 뭔가 신경을 많이 쓴 스트레스 상태이거나 컨디션이 일시적으로 좋지 않아서 그럴 것으로 생각하고 무심하게 넘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증상이 한시적이지 않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달리 봐야 한다. 입이 마르고 침이 잘 나오지 않는 상태로 악화하면 삶의 질이 떨어지고 지속적인 고통을 유발한다.

예를 들면 우리가 음식을 보거나 먹을 땐 입안에 침(타액)이 분비되고 음식물이 침에 충분히 젖는다. 침 속에 있는 효소에 의해 소화가 되고 침의 윤활 작용으로 잘 삼킬 수 있다. 그러나 침이 없는 상태라면 음식물이 입안에 달라붙거나 엉키고 목이 메어 삼킬 수가 없다. 삼켜도 고통스럽고 어떨 땐 목이 막혀 숨을 쉬지 못해 심각한 응급 상황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이는 침이 충분히 나올 여유가 없거나 충분히 음식과 섞이지 않아서 침의 윤활 기능이 발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입안에 침이 없는 상태가 계속되면 충치가 자주 발생하고 치주염의 진행이 빨라지며 입안에 궤양 등을 동반한 염증이 심해진다.
 
타액선 염증, 도관의 석회화 등이 원인

이렇게 중요한 침샘(타액선)은 하루 약 1.5리터가량의 침을 분비한다. 침의 95%는 얼굴의 양쪽에 짝을 이루고 있는 귀밑샘(이하선), 턱밑샘(악하선), 혀밑샘(설하선) 등 총 6개의 큰 침샘에서 만들어진다. 또한 입안에는 약 1000개 정도의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침샘이 있다. 목구멍 근처까지 퍼져 있으면서 입안을 항상 촉촉하게 적셔준다. 이런 작은 침샘은 전체 침 배출량의 5% 정도를 생산한다.

침샘(타액선)질환에는 타액의 분비 저하를 부르는 여러 질환 및 세균, 바이러스 등의 감염으로 발생하는 타액선염과 도관염, 침샘에서 입안으로 타액이 유출되는 도관에 석회물이 발생하는 타석증 등이 있다.

구강건조증은 노령 인구의 약 50%가 앓을 정도로 흔한 질환에 속한다. 주로 전신 질환이 있어 약물을 다양하게 복용하는 환자군에서 많이 발생한다. 원인은 침샘의 기능 저하와 타액을 구강으로 배출하는 도관의 협착 등이다. 침을 분비하는 타액선에 종양이나 감염이 발생해 분비량이 준 경우, 타석이 생겨 분비량이 준 경우, 자가면역질환인 쇼그렌증후군과 같은 질환이 생긴 경우와 비타민 결핍이나 빈혈, 당뇨와 같은 질환과 함께 이차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두경부암 또는 갑상샘암의 치료인 방사선 치료 후에도 발생하기도 한다.
 

증상 만성화하고 심한 변성 동반 시 치료 효과 낮아

구강건조증과 함께 도관이 막히거나 타액 분비가 안 되는 환자는 주로 식사 시 귀밑 또는 턱밑의 침샘 부위가 붓고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는 증상을 반복한다. 이를 방치할 경우 구강 내 세균의 역주행 감염과 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타액선 염증은 질환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조기에 진단받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침샘의 타액 분비가 적어지는 현상은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지만, 환자가 증상을 호소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면 질환이 상당히 많이 진행된 걸로 볼 수 있다. 반복적으로 만성화해 심한 변성이 동반된 타액선에서 높은 치료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따라서 정확한 조기 진단 과정을 거쳐 보다 적극적인 치료 방법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침샘에 이상이 있을 땐 일반 방사선 촬영과 함께 초음파,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등을 사용해 평가한다. 입안에서 침이 나오는 구멍을 찾아 여러 도구를 이용해 조영제를 주입하고 도관의 형태에 관한 정보를 얻는 타액선 조영술도 필요하다. 타액선 조영술을 하면 도관 내 타석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고 질환의 진행에 따른 도관과 침샘 조직의 변성 정도를 평가할 수 있다. 동시에 초음파 영상을 같이 사용하면 조영술의 성공률을 높이고 보다 안전한 시술을 수행할 수 있다. 타액선에 존재할 수 있는 염증·종양을 포함한 다른 병소에 대한 진단 역시 가능하다.

경희대치과병원에서 수행하는 타액선 조영술과 초음파를 함께 사용하는 검사 방법은 보다 안전하고 정확하게 침샘의 염증, 타석의 유무, 확장된 도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타액선은 피부 표면에 가까워 초음파 검사를 시행하면 방사선 조사량을 줄이면서 실시간 검사가 가능해 진단적 가치와 활용도가 높다.

식사 시 귀 앞 부위가 붓고 찌릿한 느낌을 호소하는 환자에서 타액선 도관염으로 진단한 타액선 조영술 영상과 세정술 시행 후 도관의 확장과 혈류 증가를 보이는 초음파 영상.

입마름증을 호소하는 환자에서 타액선의 위축과 타액선염으로 진단한 타액선 조영술 영상(왼쪽), 세정술 시행 후 도관의 확장과 혈류 증가를 보이는 초음파 영상.

타액선 조직 혈류 늘려 회복 촉진

침샘에서 만들어진 타액은 길고 가느다란 도관을 타고 흘러 입안으로 배출된다. 그러나 타액 분비가 적어지고 도관 내 저류가 발생하면 침샘 조직에서 떨어진 세포의 잔사를 포함하는 미세한 유기질·무기질 결정체가 도관 내에 머물러 침샘 주변의 작은 도관을 막히게 하거나 타석이라는 석회화된 큰 결정을 형성하게 된다.

이렇듯 타액의 저류와 여러 염증 산물의 침착은 타액선 관의 염증을 일으킨다. 도관염은 도관의 염증성 확장과 섬유화로 인한 협착을 유발하고 이는 다시 도관 내의 타액 저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돼 질환이 악화한다. 

타액선 내시경 시술은 도관 내로 내시경이 들어가 내부 상황을 영상으로 직접 관찰하며 진단할 수 있다. 타석을 내시경으로 보면서 바구니(basket)나 겸자(forcep)를 이용해 제거하거나 협착을 도관 풍선(balloon) 또는 스텐트를 이용해 넓히는 중재적 치료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내시경 투입을 위해서는 도관 직경을 일정 이상 확장해야 하고 크기가 큰 타석의 제거에는 한계가 있는 등 타액선 내시경으로 모든 원인을 제거하기는 어려움이 있다. 이럴 땐 추가적인 타액선 질환의 치료 방법으로 타액선 세정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 

세정술은 타액선의 도관 내로 세정액(생리식염수)을 주입하고 배출시키는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도관 내에 저류되고 타액선 질환의 원인인 작은 유기물과 무기물의 잔사를 비롯한 염증 산물과 응집체를 세정하는 술식이다. 이는 타액선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타액선 질환을 유발하고 증상을 악화시키는 물질을 인위적으로 희석하고 유출함으로써 타석의 침착과 생성을 막고 염증을 악화시키는 고리의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다.

세정술 치료는 도관의 세정이라는 물리적 작용과 함께 타액선 조직으로 혈류를 증가시키는 효과로 질환의 회복과 치유를 촉진한다. 성장 중인 타석을 제거하는 보조적 효과 및 도관의 협착과 폐쇄를 예방하며 질환의 원인이 되는 미세 잔사와 염증 산물의 추가적인 생성을 막고 환자의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초음파 검사와 함께 타액선 세정술을 시행한 결과, 도관 내 세정액의 충만과 주변 침샘 조직의 혈류 증가가 확인됨.

타액선 부위의 불편감과 건조증을 호소하는 환자는 치과를 찾으면 필요한 영상 검사를 통해 진단을 받고, 질환의 원인을 제거하고 조직의 회복을 도모할 수 있는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질환이 악화해 구조적 변형이 생기기 전 적극적으로 치료한다면 기능의 회복과 함께 질환의 만성화를 막을 수 있다. 타액선 세정술은 비교적 시술법이 간단하고 부작용이 적으며 보존적인 치료 방법이므로 주기적으로 시행하면 타액선 질환 환자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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