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 건강 복병 '심부전' 바로 알기

[우종신 교수] 입력 2020.09.22 08.46

경희대병원 심장혈관센터 우종신 교수

경희대병원 심장혈관센터 우종신 교수.

심장은 산소와 영양분을 싣고 있는 혈액이 온몸에 전달될 수 있도록 해주는 펌프 역할을 한다. 통상 하루에 10만 번 이상 박동하면서 혈액을 전신에 순환시켜 생명이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심부전은 심장이 구조적 또는 기능적 이상으로 전신에 필요한 만큼 산소와 영양분이 전달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는 숨찬 증세, 다리 부종, 피로감 등의 증상과 심부전을 시사하는 여러 신체 징후(페의 수포음, 경정 맥압의 상승)를 보인 경우 심부전으로 진단한다. 심부전은 한 가지 질환이 아니라 여러 원인 질환에 의해 심장 기능이 나빠진 상태를 통칭한다.

우리나라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통해 알아본 결과 2013년도에 심부전 환자는 1.5%로 전체 인구로 환산해보면 약 75만 명 정도가 심부전으로 치료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심부전 환자는 60세 미만에선 전체 인구의 1% 정도로 알려져 있으나, 80세 이상 고령 인구에서는 12.6% 이상으로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령화 사회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는 심부전 환자가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심한 피로감, 운동 능력 저하 호소

심부전 발생의 원인 질환을 살펴보면 허혈성 심장 질환이 52%, 고혈압성 심장 질환이 37%로 가장 흔하다. 이외에도 심근증, 심장판막증 등이 있다. 과거에 비하면 허혈성 심장 질환이나 고혈압성 심장 질환에 의한 심부전이 급격히 증가했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신체 활동 시간의 부족 등 심혈관 질환 위험 요인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생각한다.

심부전 환자는 흔히 호흡곤란을 호소한다. 호흡곤란은 심부전뿐 아니라 호흡기 질환, 기도나 흉벽의 이상 탓에 나타날 수 있다. 일반인도 운동 시 호흡곤란을 호소할 수 있어 단순히 호흡곤란이 있다고 심부전이라고 진단하진 않는다. 하지만 누웠을 때 숨쉬기가 힘들지만 앉아 있으면 숨찬 느낌이 호전돼 통상 앉아 지내는 좌위 호흡을 호소하거나, 야간에 갑자기 호흡곤란이 발생할 경우 심부전에 의한 호흡곤란일 가능성이 좀 더 크다.

마치 차량의 엔진 기능이 약해지면 차량이 잘 달릴 수 없는 것처럼 심장의 펌프 기능이 약해진 심부전 환자는 작은 일에도 심한 피로감을 호소한다. 동년배 또는 기존보다 운동 능력이 현격히 감소했다고 느끼기도 한다. 부정맥을 동반한 경우 가슴 두근거림이나 얼굴부터 발까지 전신 부종을 호소할 수 있으며 식욕부진, 소화불량 및 복부 팽만감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심부전의 치료는 약물치료부터 제세동기, 심장 보조 기구 치료, 심장 이식까지 꾸준히 발전해 왔다. 심부전은 완치가 되는 병은 아니지만 꾸준한 관리를 통해 수명을 연장하고 심부전 증상 발현 위험을 낮추며 부종을 완화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고령 환자, 폐렴구균·독감 백신 필히 접종

최근 생존율을 개선하는 약제들이 꾸준히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심부전의 전반적인 예후는 다른 질환에 비해 여전히 좋지 않아 생활습관 개선과 동반 질환 치료가 꼭 병용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염분 섭취가 많고 이에 대한 교정도 어려운 실정이다. 통상 심부전 환자에게는 하루 2g(소금으로는 7~8g) 이하의 나트륨을 섭취할 것을 권고한다. 빵이나 가락국수 등 가공식품에 상당한 양의 염분이 함유돼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흡연과 과도한 음주는 심혈관 질환에서 예방 가능한 중요한 위험인자이므로 금연과 절주는 필수다. 독감은 전 세계적으로 주요한 입원 및 사망 원인이다. 심부전의 주요 원인 질환인 급성 관상동맥증후군 환자가 독감 예방 접종을 하면 1년 심혈관 사망률이 낮아지고 고령의 심부전 환자의 입원율이 감소하는 효과가 확인됐다. 따라서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65세 이상의 심부전 환자는 폐렴구균 예방 접종을 하고 매년 독감 예방 접종을 해야 한다.

심부전 환자는 식사량 감소와 이뇨제 사용 등으로 비타민이나 기타 영양 성분이 부족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몇 가지 영양 보조요법이 부가적인 치료로 제안됐으나 아직 심부전 환자의 생존율을 개선했다는 임상연구 결과는 없어 맹신은 피해야 한다.

예전에는 심부전 환자에게 손상된 심장을 보호하기 위해 신체 운동을 피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운동 능력 저하 자체가 심부전을 악화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어 본인에게 무리가 되지 않는 수준에서 유산소·근력 강화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은 괜찮다. 우선 운동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 점진적으로 운동 강도를 높여 가며 신체 기능 상태, 증상 등을 파악한다. 그런 다음 준비 운동과 정리 운동을 포함한 중등도 강도의 운동을 일주일에 3~5일 약 30~45분 시행하는 것이 좋다.

이 밖에도 심부전 환자는 고혈압, 당뇨병, 심방세동, 만성 신질환, 만성 폐쇄성 폐질환, 빈혈, 우울증, 수면 무호흡증 등 동반 질환 치료가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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