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커피 하루 2잔, 당뇨병 위험 40% 낮춰

[정심교 기자] 입력 2020.09.10 10.28

서울대 이정은 교수팀, 성인 4000명 14년 추적 결과

블랙커피(설탕, 커피 메이트 미함유)를 하루 2잔 이상 마시면 당뇨병 전 단계나 2형(성인형) 당뇨병 발생 위험이 39%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봉지 커피 등 설탕이 든 커피라도 하루 2잔 이상 마시면 당뇨병 전 단계와 2형 당뇨병 위험이 27% 낮아졌다.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이정은 교수팀은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KoGES) 중 지역사회 코호트(KARE) 연구에 참여한 40∼69세 남녀 4054명을 대상으로 커피 섭취와 당뇨병 발생 위험의 상관성을 14년간(2001∼2014년) 추적해 분석한 결과 커피 섭취가 당뇨병 예방 효과를 나타낸다고 10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영양 분야 저명 국제 학술지인 ‘뉴트리엔츠’(Nutrients) 최근호에 소개됐다.

이 연구에서 블랙커피를 하루 2잔 이상 마시는 사람은 블랙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당뇨병 전 단계나 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이 39% 낮았다. 특히 블랙커피를 하루 2잔 이상 마시는 남성의 경우 당뇨병 전 단계나 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이 54%나 떨어졌다. 여성은 26% 감소했다.

커피에 설탕을 넣어 마시는 사람도 비슷한 당뇨병 예방 효과를 얻었다. 설탕이 든 커피를 하루 2잔 이상 마셔도 당뇨병 전 단계나 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이 27% 줄었다.

이 교수팀은 논문에서 “커피에 함유된 카페인·클로로젠산 등 식물성 생리활성물질이 2형 당뇨병의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잠재적 후보 물질”이라며 “카페인은 신진대사를 촉진해 신체에서 열이 나도록 함으로써 당뇨병 등 대사증후군을 예방하고, 항산화 성분인 클로로젠산이 활성 산소를 제거한 결과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클로로젠산은 식물계에 널리 분포하는 무색의 폴리페놀물질로, 커피콩에 7~10% 들어있다.

커피에 든 카페인은 췌장의 베타(β) 세포에서 인슐린 분비를 자극해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함으로써 당뇨병 예방을 도울 수 있다. 커피에 함유된 마그네슘 당뇨병 예방에 이롭다.

이번 연구에선 또 커피 섭취가 당뇨병 전 단계나 2형 당뇨병 발생에 미치는 영향은 개인마다 크게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이 교수팀은 커피 섭취와 관련된 유전체 다형성(SNP)을 규명했다. 5개의 SNP를 이용해 각자의 유전자 점수(Genetic risk score, GRS)를 산출했다. 이를 통해 GRS가 높은 사람은 낮은 사람보다 당뇨병 전 단계와 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이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유전체 다형성이란 DNA(유전자)가 복제될 때 유전자의 일부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거나 너무 많이 만들어져서 유전자의 양이 차이가 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유전체 다형성을 갖는 부위의 형태에 따라 STR와 SNP 등으로 분류된다. SNP는 유전자의 양은 같지만 염기서열 구성이 다른 부위를 뜻한다. 모든 사람이 서로 다른 유전체 다형성 부위를 갖고 있어서, 이를 분석하면 개인 식별이 가능해진다. 이것이 유전자 지문이다. 한편 2018년 2형 당뇨병은 우리 국민 전체 사망 원인의 17.1%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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