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도 이상 고열에 과호흡·빈맥 있으면 응급 처치 필요

[이민영 기자] 입력 2020.08.25 09.24

열사병 환자, 서늘한 곳 이동시키고 체온 낮춰야

열사병은 고온 환경에 노출된 뒤 심부 체온이 40도 이상 올라가면서 중추신경계의 이상 소견이 동반되는 질환이다. 섬망·발작·혼수 증상이 나타나고 빈맥(맥박이 빠른 것)·저혈압·과호흡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서민석 교수는 “평소 고혈압·당뇨병·뇌졸중·협심증·동맥경화 같은 심뇌혈관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더위 그 자체가 건강의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외부에서 활동하다가 심장이 심하게 쿵쾅거리거나 어지럼증·무력감을 느꼈다면 몸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다. 활동을 멈추고 그늘이나 시원한 곳에서 10~20분 정도 휴식을 취하면서 수분 섭취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열사병은 흔히 열탈진으로 부르는 일사병과 비교된다. 일사병은 뜨거운 햇볕에 오랜 시간 노출됐을 때 몸이 체온을 조절하지 못하게 돼 생기는 질환이다. 체온이 37~40도 사이로 상승하고 적절한 심장 박동을 유지할 수 없다. 하지만 중추신경계의 이상은 없는 상태로 서늘한 곳에서 30분 정도 휴식을 취하면 정상으로 돌아온다.

일사병의 원인은 고온의 환경에 오랜 시간 노출돼 땀을 흘리는 것이다. 땀을 흘린 후 적절한 수분 보충이 이뤄지지 않거나 저농도의 용액으로 수분 손실을 보충할 경우 혈액의 용적이 감소해 나타난다.

반면 열사병은 과도한 고온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거나 더운 환경에서 운동이나 작업을 시행하면서 신체의 열 발산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발생하는 질환이다. 40도 이상의 고열이나 의식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날 경우 열사병을 의심해야 한다. 특히 열사병은 여러 장기를 손상시킬 수 있는 응급상황으로 즉각적인 처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열사병은 노인, 알코올 중독자, 심장질환이나 뇌혈관질환, 치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의 만성질환을 가진 경우나 정신과 약물 또는 이뇨제를 복용하는 경우 흔하게 나타난다. 냉방이 잘 안 되는 주거환경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열사병 치료의 기본 원칙은 냉각 요법이다. 환자의 체온을 가능한 한 빨리 낮추는 것이 질병의 악화를 줄이고 예후를 좋게 할 수 있다. 우선 체온을 떨어뜨리기 위해 환자가 입고 있는 옷을 벗기고 서늘한 곳으로 이동시켜야 한다. 젖은 수건 등으로 환자의 몸을 감싸고 찬물을 그 위에 뿌려주는 것도 좋다. 의료기관에서는 얼음물에 환자를 담그거나 냉각팬, 냉각 담요 등을 사용해 체온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열사병은 예방이 매우 중요하다. 가장 좋은 예방법은 원인이 되는 폭염을 피하는 것이다. 폭염이 심한 한낮(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에는 외출을 삼간다. 어쩔 수 없이 외출한다면 가볍고 헐거우며 바람이 잘 통하는 밝은 소재의 옷을 입는다. 챙이 넓은 모자나 양산으로 햇볕을 차단하고 물통을 들고 다니면서 마신다. 신발은 땀을 잘 배출하는 샌들을 신는 것이 좋다. 서민석 교수는 “한낮 기온이 30℃가 넘는 폭염이 이어진다면 야외 활동 시 열지수나 기상상태를 미리 점검하고 주변에 서늘한 휴식 장소가 있는지 확인해 두는 것도 필요하다”며 “운동은 아침 일찍 또는 석양에 하는 것이 좋고 운동 전과 운동 중에 자주 수분을 공급해줘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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