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익균·유해균 ‘황금 비율’ 없어, 전국민 ‘장 과학자’ 됐으면”

[박정렬 기자] 입력 2020.08.14 10.02

[인터뷰] 천랩 천종식(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대표

 

“유익균과 유해균의 균형이 맞아야 한다는 건 잘못된 개념이에요. 유해균은 적을수록 좋습니다. 유해균이 15%는 돼야 한다고 하는데 그 정도면 환자예요”

 
인간의 장(腸)에는 38조개의 미생물(세균)이 존재한다. 무엇을, 언제,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장내 미생물, 쉽게 말해 유익균과 유해균의 비율이 달라진다. 이렇듯 복잡하게 얽힌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가리켜 ‘마이크로바이옴’이라고 부른다. 장내 미생물이 신체, 정신 건강에 두루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현대인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됐다.
 
마이크로바이옴은 특히 식습관에 좌우된다. 요즘에는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으로 간편하게 장 건강을 관리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프로바이오틱스가 어떻게 마이크로바이옴을 가꾸는 데 도움이 되는지 정확히 아는 경우는 드물다. ‘프로바이오틱스는 2주면 몸 밖으로 빠져나간다’ ‘프로바이오틱스와 장내 유익균은 전혀 다른 미생물이다’는 사실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최근 이런 정보를 강연과 유튜브 등에서 적극 알리는 인물이 천종식(53) 천랩 대표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미생물학자인 그는 지난달 마이크로바이옴 헬스케어 시스템을 런칭하며 ‘천랩바이오틱스’라는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선보였다. 대중과 본격적인 소통에 나선 것도 그 무렵부터다. 관련 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기업가인데도 그는 “프로바이오틱스를 맹신하지 말라”고 말한다. 이유가 뭘까? 그를 직접 만나 물었다.
 

천랩 천종식 대표가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프로바이오틱스란 무엇인가.
“과학적으로 정의할 때 어떤 미생물이건 먹었을 때 건강해지면 프로바이오틱스다. 프리바이오틱스는 이런 프로바이오틱스의 먹이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유산균, 프리바이오틱스는 유산균의 먹이로 인식하는데 유산균은 프로바이오틱스의 일종이다.”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으면 무엇이 좋은가.
“마이크로바이옴을 좋게 만드는 방법의 하나가 살아있는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어 유해균을 억제하고 유익균을 늘리는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프로바이오틱스에만 의존해서는 곤란하다. 사실, 나 역시도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한 이야기를 가급적 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인가.
“요즘은 프로바이오틱스 하면 하나의 제품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마이크로바이옴을 위해서는 먹는 음식이 중요한데, 식단 관리는 하지 않고 프로바이오틱스 제품만 먹으면 좋아지겠지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장에 2주 정도 머물다가 죽어버리거나 대변을 통해 배출된다. 프로바이오틱스가 장내 세균인 것도 아니다. 장 건강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그렇다고 프로바이오틱스만 쫓아서는 안 된다.”
 
-장내 유익균이 곧 프로바이오틱스 아닌가.
“대중들에게 ‘장에 어떤 세균이 많을까요?’하고 물으면 대부분 ‘유산균 매일 먹는데 유산균이 많지 않을까요’라고 답한다. 하지만 유산균을 포함해 프로바이오틱스는 원래 장내 세균이 아니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없어진다. 장내 세균 즉 프레보텔라, 박테로이데스와 같은 유익균은 따로 있다. 이런 장내 유익균은 프로바이오틱스처럼 먹을 수 있는 제품으로 개발되지 않았다. 앞서 프로바이오틱스의 정의가 ‘먹었을 때 건강에 도움이 되는 미생물’이라고 했는데, 먹어본 적이 없으니 프로바이오틱스도 아니다. 마찬가지로 프리바이오틱스(프로바이오틱스 먹이)가 마이크로바이옴에 도움이 된다 맹신해서도 안 된다.”
 

장내 미생물에 좋은 식품. jtbc 캡쳐

-유익균을 기르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유익균이 좋아하는 걸 먹으면 된다. 프로바이오틱스는 굉장히 중요하지만 보조제일 뿐이다. 껍질째 음식을 먹고 전분은 피하는 것이 좋다. 예전에는 열량(칼로리)을 기준으로 먹는 음식을 택했다면, 이제는 장내 미생물을 기준으로 우리가 먹는 음식, 요리들이 재조명되고 재구성돼야 한다. 이미 아마존에서만 10개 이상의 마이크로바이옴 요리책이 판매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내가 먹는 음식이 해로우면 유해균이 증가하고 유익균이 줄고 반대도 마찬가지다. CEO처럼 자기 자신이 장내 미생물을 ‘경영’해야 한다.”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인 ‘천랩바이오틱스’를 출시했다. 다른 제품과 다른 점이 있나.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기능성을 인정받은 프로바이오틱스를 직접 분리해 사용한다. 한국인 1만여명의 마이크로바이옴 빅데이터를 토대로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가장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균주를 골라 제품을 만들었다. 한국인의 마이크로바이옴을 3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어떤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을 때 가장 효과적으로 개선했는지 따졌다. 변비, 복부팽만감 같은 단일 증상을 개선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장이 전체적으로 건강해지도록 프로바이오틱스, 프리바이오틱스, 장내세균의 먹이 등을 고루 첨가했다.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은 ‘마이크로바이옴 헬스케어 3단계 프로그램’ 중 두 번째 단계일 뿐이다. ‘것 인사이드’를 통해 대변 속 미생물 유전자를 분석, 마이크로바이옴 상태를 진단하는 1단계와 장 건강을 개선하는 2단계를 거쳐 ‘피비오’ 앱을 통해 사후 관리를 돕는 3단계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천랩 ‘마이크로바이옴 헬스케어 3단계 프로그램’ 런칭 행사 모습. 사진 박정렬 기자

-대중과의 소통도 활발한데.
프로바이오틱스는 일시적으로 장 건강을 도와주는 것일 뿐, 결국은 건강한 식단과 좋은 습관이 중요하다. 초기 단계부터 프로바이오틱스 제품 개발과 함께 ‘마이크로바이옴 헬스케어 3단계 프로그램’을 구상한 이유다. 생활습관을 바꿀 스토리텔링이 마이크로바이옴을 통해 가능하다고 본다. 일반인이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해 깊이 이해하면 식습관이나 행동을 개선해 보다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중에게 과학적인 근거를 소개해 행동 교정을 이끌 수 있다면 바랄 나위가 없다. 모든 사람이 ‘장 과학자’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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