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심근경색 환자, 소염진통제 먹으면 뇌출혈 위험 4배 높아

[박정렬 기자] 입력 2020.07.28 11.08

고대구로병원 심혈관센터 연구팀 환자 11만명 대상 코호트 연구

급성심근경색 환자가 발병 이후 항혈소판제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병용할 경우, 소염진통제를 투약하지 않은 환자에 비해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혈관사건 발생 위험도가 7배, 출혈사건 발생 위험도가 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대구로병원 안형진, 강동오, 최철웅(왼쪽부터) 교수

고대구로병원 심혈관센터 최철웅 교수 연구팀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심혈관센터 최철웅, 강동오 교수, 고려대 의학통계학교실 안형진 교수, 라인웍스 박근우 연구원)은 국민건강보험 심사평가원 처방정보를 이용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급성심근경색을 처음 진단받은 국내 환자 약 11만 명을 대상으로 코호트 연구를 진행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28일 밝혔다. 

연구팀은 대상자를 평균 2.3년간 추적 관찰하며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투약과 심혈관사건(심근경색, 뇌졸중, 전신색전증) 및 출혈사건(위장관출혈, 뇌출혈, 호흡기출혈, 비뇨기출혈)의 발생 연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항혈소판제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함께 투약한 경우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도는 7배, 출혈 발생 위험도는 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중에서는 선택적 COX-2 억제제인 ‘셀레콕시브(celecoxib)’와 ‘멜록시캄(meloxicam)’을 투약한 경우가 다른 종류의 소염진통제를 투약한 경우에 비해 심혈관사건 및 출혈사건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특히 셀레콕시브(celecoxib)의 경우는 다른 종류의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와 비교했을 때, 심혈관사건과 출혈사건의 상대적 발생 위험도가 각각 35~40% 및 15~20% 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외 심근경색환자 진료지침에서는 소염진통제 처방을 가급적 지양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연구 결과들이 주로 서양인에 국한된 연구 결과여서 동양인에 적용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또한 일선 진료현장에서는 급성심근경색을 경험한 환자에서도 동반된 근골격계 질환 및 염증성 질환에 대한 증상 조절을 위해 소염진통제 처방이 불가피한 경우들이 다수 존재한다. 따라서 이러한 환자들에서 항혈소판제와 소염진통제 병용투약에 따른 실제 위험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그리고 어떤 종류의 소염진통제를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했다.

이번 연구논문의 제 1저자인 강동오 교수는 "급성심근경색 환자에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처방은 가급적 지양되어야 하지만, 투약에 따른 심혈관질환, 출혈 위험을 정확히 인지하고 불가피한 경우 선택적 COX-2 억제제의 사용이 상대적으로 안전할 수 있다는 새로운 근거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철웅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급성심근경색 이후 소염진통제 병용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많은 인구를 대상으로 진행된 코호트 연구”라며 “특히 주로 서양 인구집단에서만 국한되어 진행됐던 기존 연구결과들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다양한 인구집단에서 폭넓게 적용될 수 있는 새로운 치료전략과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 학술적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논문은 미국심장학회(ACC)에서 출간하는 국제학술지 ‘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JACC)'에 게재됐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