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의료원 "사회적 면역력 회복으로 '넥스트 노멀' 창조하자"

[박정렬 기자] 입력 2020.07.24 10.37

고려대의료원, ‘넥스트 노멀 컨퍼런스 2020’ 성황리에 개최

여전히 안개속인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넥스트 노멀’을 예측하고, 인류의 지속가능한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집단지성의 향연이 서울에서 펼쳐졌다. 고려대의료원은 23일 미국 존스홉킨스대, 영국 맨체스터대, 독일 베를린자유대와 공동주최한 ‘넥스트 노멀 컨퍼런스(Next Normal Conference) 2020’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고 24일 밝혔다. 

Reimagining The Next normal(새로운 표준에 대한 재구상)을 주제로 고려대 의과대학 유광사홀에서 열린 이번 컨퍼런스에는 미래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짐 데이토(Jim Dator) 하와이대 마노아캠퍼스 명예교수를 비롯해 마틴 맥키(Martin McKee) 런던대 보건대학원 교수,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등 국내외를 망라한 유수 석학들이 참여했다.

김영훈 고려대 의무부총장과 세계적인 미래학의 석학 짐 데이토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해 온라인으로 대담을 펼치고 있다. 사진 고려대의료원

기조강연을 맡은 미래학자 짐 데이토 교수는 ‘균열된 시간이 주는 교훈: 4가지 미래(Learning from a Cleft in Time: Four Futures)’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좋은 위기를 낭비해선 안 된다"며 "코로나19를 계기로 과거의 제도를 답습하고 재가동하기 보다 더 나은 제도를 구상하고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그동안 서구 선진국의 발전모델을 충실히 답습해 현재의 놀라운 경제적·문화적 번영을 달성했다. 게다가 이번 코로나19 대응을 통해 글로벌 롤 모델 국가의 면모도 보여줬다"며 "다른 나라와 협력을 통해 한국이 국제 사회 새로운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이어 송진원 고대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는 ‘‘한탄바이러스에서부터 미래의 신종바이러스까지 : 인류는 바이러스로부터 무엇을 얻을 것인가(From Hantaan virus to next one: What the world can learn from virus)’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이호왕 교수의 한탄바이러스 발견부터 백신개발에 이르기까지 고려대의료원의 헤리티지를 소개했다. 그는 강연을 통해 바이러스에 대한 효과적인 글로벌 감시 및 조기 진단 시스템과 검역 시스템을 포함한 국제공조체계의 시급성, 그리고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비한 백신 플랫폼 개발 필요성을 강조했다. 

세계적인 보건학자 마틴 매키 런던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와 경제에 대한 통합적이고 일관된 대응의 필요성(COVID and the economy – we need a comprehensive response that includes both)’을 주제로 강연하며 “20세기 초 미국의 인플루엔자 대유행 사례를 살펴봤을 때, 어떤 상황이라도 생명을 살리는 것이 우선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당시에도 가장 먼저 봉쇄를 시행하고 가장 나중에 해제한 도시들이 많은 생명을 구하고 가장 빠른 속도로 경제가 회복됐다”라고 밝혔다. 또한 사망률이 높은 미국, 러시아, 영국, 브라질, 인도 등의 공통점은 포퓰리즘 정부라며, 과학을 무시한 일방적인 경제살리기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이 외에도 마틴 매키 교수는 위기 시 과감한 예산집행을 통한 정부의 적극적 경제보호, 고용유지를 통한 노동자보호, 팬데믹 재발생에 대한 지속적 대비 등을 주문했다.

손꼽는 감염병 전문가인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을 넘어 넥스트 노멀을 향한 보건의료 영역의 도전과 대응전략(Beyond COVID-19 pandemic : challenges and response strategy for the next normal)'을 주제로 코로나 19와 신종감염병에 대해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했다. 김우주 교수는 “현대의 인류가 금단의 선을 넘어 야생동물을 취식하고 무분별한 개발 및 환경파괴를 가한 대가가 21세기에 이어지는 신종감염병 연쇄 팬데믹이며, 이에 대한 통렬한 반성을 통해서만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앞으로는 인간, 동물 그리고 환경을 따로 보지 않고 하나의 ’One Health’ 개념으로 접근해야한다”라며 학자로서의 소신을 피력했다. 

컨퍼런스는 코로나19 이후의 ‘넥스트 노멀’을 주제로 삼았지만, 행사장 현장은 이미 ‘다음 세상’이 우리에게 와있는 느낌이었다. 하와이 호놀룰루자택에서 웹캠을 통해 참여한 짐 데이토 교수는 마주앉아 김영훈 의무부총장과 티타임을 나누는 듯 자연스레 대화를 나눴으며 거리상의 물리적 제약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볼티모어의 커틀랜드 로빈슨 교수와 베를린의 이은정 교수가 온라인으로 참여해 함께 토론한 통합세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45명의 좌석제한을 둔 컨퍼런스였지만 고려대의료원 공식 유튜브 계정을 통해 한국어/영어 듀얼로 송출되어 전 세계 어디서나 누구나 자유롭고 편안하게 시대를 대표하는 석학들의 견해를 함께 나눌 수 있었다.

김영훈 고려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이 넥스트 노멀 컨퍼런스 2020에서 사회적 면역력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고려대의료원

이번 행사를 주최한 김영훈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은 지역적 고립과 단절, 나아가 가장 소외되고 관심 받지 못하는 계층에 막대한 타격을 줬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인간은 서로 공감하고 관계해나가는 호모 엠파티쿠스(Homo Empathicus)”라면서, “인류는 서류 협력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에 문명의 역진을 강요하는 코로나19에게 오히려 공존과 협력을 통해 당당히 전진하는 인류의 미래를 보여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고려대의료원은 정릉에 K-Bio 캠퍼스를 구축, 세계 최고 수준의 신종감염병 연구시설을 마련할 계획이다. '넥스트 노멀'에 대한 논의도 이곳을 중심으로 계속된다. 김 의료원장은 "전 세계 산학연을 아우르는 유관 인력들이 함께 공유가능한 교육훈련 플랫폼 창조 등 넥스트 메디슨(Next Medicine)의 가시화를 통해 인류사회에 공헌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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