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루’가 부르는 수면장애…졸피뎀, 써도 될까?

[박정렬 기자] 입력 2020.07.10 15.26

수면제 오해와 진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환경적 방역뿐 아니라 심리적 방역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우울감, 무력감 등 심리적 변화가 신체적 증상으로 이어지는 일명 ‘코로나 블루(코로나19 바이러스와 우울을 의미하는 blue를 합성한 신조어)’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면서다. 불면증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그리스에서는 코로나19 유행 기간 10명 중 4명(37.6%)가량이 불면증 증상을 겪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불면증이 지속하면 기억력, 집중력이 떨어져 업무와 학업 효율이 떨어진다. 과도한 피로감, 졸음으로 인해 사고 위험이 커지고 일상생활을 제대로 지속하기 어려워져 삶의 질도 뚝 떨어진다. 잠들지 못하는 밤이 1개월 이상 이어지면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수면제로는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이하 졸피뎀)가 있다. 특히, 불면증 초기~중기에 효과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졸피뎀과 관련한 범죄, 부작용 등 부정적인 이슈도 상당한 게 사실이다. 졸피뎀 복용과 관련한 논란들을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은 교수의 도움말로 짚어봤다.
 
극단적 선택을 가능성이 커진다?

졸피뎀을 복용할 경우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연구가 실제로 발표된 바 있다. 2016년 메이요 클리닉 저널에 실린 연구 결과,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이를 시도한 2199명과 일반인을 비교했더니 우울증 등 정신질환 요인을 보정해도 졸피뎀이 약 2배 정도 관련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해당 연구에서는 하루 졸피뎀 복용량이 90mg 미만, 90~179mg, 180mg 이상으로 과도하게 많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졸피뎀 1일 권장량은 성인에서 10mg에 불과하다.

 
그럼 용법, 용량을 지켜 복용하면 안전할까. 지난해 국제 학술지 ‘미국건강정신의학저널’에 게재된 연구에서는 불면증을 동반한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우울증 치료제(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와 졸피뎀을 함께 정량 복용할 때 효과를 분석한 논문이 실렸다. 18세 이상 성인 103명에게 약물을 처방한 뒤 의사 등 관찰자들이 ‘컬럼비아 자살 심각도 척도(C-SSRS)를 적용해 환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할 위험을 평가했다. 그 결과 8주 후 해당 척도에 유의한 개선이 관찰됐다. 특히 중증 불면증 환자의 경우 졸피뎀 복용으로 인한 수치 개선이 더욱 두드러졌다.
 
잠을 자다 이상한 행동을 하게 된다?

졸피뎀을 복용하면 수면 중 이상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기도 한다. 예컨대 잠을 자다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고, 갑자기 밥을 먹는 등 희한한 행동을 해놓고 아침에 스스로 이를 떠올리지 못하는 식이다. 졸피뎀은 수면을 유도하는 신경 전달 물질(감마아미노부티르산, GABA)’을 활성화하고 흥분성 물질인 세로토닌을 억제해 수면을 유지한다. 이 과정에 혈중 약물 농도가 적절하게 유지되지 않으면 몽유병과 비슷한 ‘사건수면(Parasomnias)’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적절한 농도가 유지되는 수면제 용량을 파악해 복용하면 증상을 관리할 수 있다.

 
오래 먹으면 치매 발생률 높아진다?
수면제는 성분에 따라 벤조다이아제핀계 약물과 졸피뎀이 포함된 비벤조다이아제핀계(일명 Z-drug)로 분류된다. 작용 부위는 GABA가 붙는 수용체(GABA수용체)로 같지만 분자 구조가 다르고 효과, 부작용 등도 차이가 있다. 항불안, 근육 이완, 수면 유도, 발작 예방 등 다양한 효과를 가진 벤조다이아제핀계 약물은 효과만큼 장기간 사용 시 뇌 기능 저하나 치매 발생률 증가 등 부작용 위험이 크다. 이에 비해 졸피뎀 등 비벤조다이아제핀계는 수면 유도 후 몸에서 빠져나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일부 치매와 졸피뎀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가 있긴 하지만, 과거의 기록을 통한 후향적 연구가 대부분이라 결과에 대한 정확성과 신뢰성이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오히려 불면증으로 인해 수면장애가 지속하면 체내 염증 메커니즘이 활성화되면서 신경세포가 손상돼 치매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졸피뎀은 불면증 치료에 쓰는 벤조디아제핀계 약물보다 상대적으로 오남용 가능성이 작다. 다만 졸피뎀도 장기간 사용은 금물이다. 치료 기간은 가능한 짧게, 4주를 넘지 않아야 한다.

 
이은 교수는 “지속적인 불면증은 인지기능 손상을 유발할 수 있고 방치하면 수면장애가 더 악화할 가능성이 커 전문의와 상담을 통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며 “불면증에 처방되는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로 인한 부작용은 복용 기간과 용법·용량을 지키지 않아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수면제는 반드시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올바르게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