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반변성 실명 막으려면 힘들어도 꾸준히 주사치료를”

[권선미 기자] 입력 2020.07.03 13.45

[인터뷰] 한국망막학회 강세웅 회장

눈 가장 안쪽에 위치한 망막은 보이는 뇌다. 각막·동공·수정체를 거쳐 망막에 도달한 빛을 전기신호로 바꿔 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시력은 망막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망막 중심부인 황반에 빛의 초점이 정확하게 맺혀야 하고, 망막으로 들어온 시각 정보를 뇌로 잘 전달해야 좋은 시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망막은 고령·혈당에 취약하다. 나이가 들고 당뇨병을 오래 앓으면 눈 속 망막이 손상돼 시각 정보를 뇌로 전달하지 못한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을 수 있다. 한국망막학회 강세웅(삼성서울병원 안과) 회장을 만나 황반변성 등 실명 위험이 높은 망막 질환과 최신 치료법에 대해 알아봤다. 강세웅 교수는 망막 이상으로 나빠지는 시력을 개선하는 치료를 오랫동안 연구한 권위자다. 대한안과학회에서 실시하는 우리나라 주요 안질환 역학조사를 책임지기도 했다.

한국망막학회 강세웅 회장

Q1. 망막 질환은 실명까지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인 안과 질환이지만 이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안타까운 일이다. 시력은 스스로 나빠지고 있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한다. 한쪽 눈이 잘 안보여도 다른 쪽 눈이 어느 정도 보완해 준다. 잘 안 보여도 늙어서 그러려니 하고 넘긴다. 시력은 치료 시기를 놓치면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눈 앞이 휘어져 보이거나, 한가운데가 찌그러지듯 보인다면 망막 이상이 있다는 신호다. 색이 있는 선글라스를 쓴 것처럼 세상이 청색·분홍색으로 보이기도 한다. 대개 사물이 보인다면 심각한 시력 이상을 의심하지 못한다. 따라서 40세가 넘었다면 한 번쯤은 안저검사 등 안과 정밀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동공을 통해 안구 내 구조물을 이미지로 촬영해 시력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망막, 시신경, 망막 혈관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망막 질환은 물론 녹내장·백내장까지 확인할 수 있다. 최소한 10년 단위에 한 번씩이라도 안과 정밀 검진이 필요하다.”  

Q2. 얼마나 많은 사람이 망막 질환을 앓고 있나.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치명적인 안과 질환을 앓고 있는지 조차 알지 못했다. 나를 비롯해 수많은 안과 의료진이 힘을 합쳐 국내 안질환 역학을 조사했다. 그 결과 나이가 들수록, 당뇨병을 오래 앓을수록 망막 질환 이상으로 실명 위험이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바로 당뇨망막병증과 연령 관련 황반변성이다. 이 두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국내 대략 40~50만 명 정도다. 실명 위험에 임박한 환자도 12만 명 정도되는 것으로 추산한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Q3. 왜 위험한가.

“모든 병이 그렇듯이 망막 질환도 초기에 치료하면 어렵지 않다. 조기 진단하고 적절하게 치료하면 충분히 시력을 유지·개선할 수 있다. 발견이 늦을수록 병이 진행돼 치료가 까다로워진다. 연령 관련 황반변성은 신생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자라나는 게 문제다. 치료는 눈에 신생 혈관을 없애는 약(아일리아·루센티스 등)을 주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치료 시점이 중요하다. 신생 혈관이 생겨나 시야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초기 단계에 치료를 시작해야 가장 효과가 좋다. 이때를 놓치면 약한 신생 혈관이 안구 내에서 터지면서 출혈이 생기고, 망막 혈관을 따라 흉터를 남긴다. 이 흉터 조직이 자리잡으면 주사치료를 해도 시력이 예전처럼 회복되지 않는다. 

당뇨병을 앓고 있을 때도 철저한 안과 검진이 중요하다. 당뇨병 유병기간이 길어질수록 혈당을 얼마나 잘 조절하고 있느냐와 별개로 당뇨망막병증 발병 위험이 높아졌다. 요즘엔 젊은 당뇨병 환자도 많아져 걱정이다. 30년째 당뇨병으로 치료·관리하고 있다면 당뇨망막병증이 생길 확률이 70~80%가 넘는다. 당뇨병학회 가이드라인에서도 당뇨병으로 진단받았다면 시력 관련 이상 증상이 없어도 최소 1년에 한 번씩은 안과 검진을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사실 당뇨병으로 진단받았을 때 망막이 망가져 있는 사람도 많다. 어떤 경우든 시력이 현저히 떨어져 안과병원을 찾았을 땐 망막 상태가 굉장히 좋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Q4. 대표적인 망막 질환인 황반변성은 눈에 직접 주사해 치료하던데, 안전한가. 

“그렇다. 신생혈관이 생기는 것을 억제하는 약을 주기적으로 눈에 주사한다. 바로 항 혈관내피성장인자(anti-VEGF) 주사 치료다. 질병 진행을 늦추면서 시력을 개선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눈에 주사한다고 무서워하지만 의외로 아프지 않다. 사람 머리카락보다 가는 주사 바늘을 이용한다. 엉덩이 주사보다 덜 아프다. 눈이 깜빡이는 것을 막기 위해 마취 후 면봉으로 잡으면서 주사한다. 대부분의 안과 전문의는 큰 문제없이 주사할 수 있다.”
 

한국망막학회 강세웅 회장


Q5. 황반변성 주사치료의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시력 유지·개선에 긍정적이다. 국내에서 많이 쓰이고 있는 황반변성 치료제인 아일리아의 ALTAIR 임상연구에 따르면 치료 52주차에 최대 교정시력이 기저값 대비 2주 간격 조정군은 평균 9글자, 4주 간격 조정군은 평균 8.4글자 개선됐다. 각 그룹마다 15글자 이상 소실되지 않는 비율은 96%다. 제때 꾸준히 치료 받으면 시력이 남아 있어 남의 도움없이 생활이 가능하다. ”

Q6. 주사치료를 받을 때 주의할 점은 뭔가.

“꾸준함이다. 한 번 주사하고 치료 효과가 유지되는 기간은 1~2달 정도다. 초반에는 매달 병원을 찾아 주사를 맞아야 시력이 유지된다. 처음 황반변성으로 진단받았을 땐 실명으로 진행된다는 설명을 듣고 열심히 치료받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마음가짐이 느슨해진다. 아무래도 고령층이다보니 주사 치료를 위해 주기적으로 병원을 찾는 것을 불편해 한다. 기억해야 할 점은 이 병은 한쪽 눈에만 생기지 않는다. 양쪽 눈 모두 다 온다. 다른 쪽이 괜찮아 아직 보인다고 치료에 소홀하면 안 된다. 방심하면 시력이 계단 모양 패턴으로 뚝뚝 떨어진다.

그래서 처음부터 집 근처 망막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병원에서 치료를 시작하는게 좋다. 물리적으로 병원이 멀면 치료에 소홀할 수 있다. 한국망막학회 홈페이지에 '우리 동네 망막전문의 찾기' 서비스를 이용하면 가까운 망막 전문의를 찾는데 도움이 된다.”

Q7. 최근엔 주사치료 간격을 늘리려는 시도가 있다던데.

“T&E(Treat and Extend) 치료다. 치료를 할 때 시력이 얼마나 개선·유지되는지를 살피면서 주사치료를 하는 간격을 늘리는 방식이다. 아일리아의 ALTAIR 임상연구에서 연구 2년차인 96주차 전체 환자의 60%가 주사치료할 때 12주 이상 간격을 유지했다. 40%는 16주 간격을 유지했다. 이를 통해 전체 주사횟수를 평균 10.4회로 줄일 수 있었다. 

처음 황반변성 치료약이 나왔을 땐 투약 주기를 두고 논의가 치열했다. 기본은 매달 치료지만 임상현장에서 이를 철저히 지키기는 힘들다. 그래서 매달 주사치료하거나 매달 병원에 오지만 주사는 시력·망막 상태 등을 살펴가며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 중 편한 것으로 선택해 치료했다. 그런데 유럽에서 매달 병원에 방문해 시력·망막 상태를 살펴본 다음 주사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치료했을 때 얼마나 치료 효과가 좋은지를 살펴봤더니 주사치료 횟수에 따라 환자의 시력 유지 상태가 달랐다. 아무래도 환자의 순응도나 보험 여부에 따라 주사치료를 결정하다보니 불충분한 치료가 되기 쉬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요즘엔 T&E치료가 치료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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