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가 밝혀낸 코로나 고위험군, 골다공증·신부전 환자도 안심 못 해

[박정렬 기자] 입력 2020.07.03 09.57

만성질환자 감염 확률 높고 증상 악화 위험 커

국내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관련한 빅데이터 연구결과가 나왔다. 만성질환과 코로나19 감염과의 연결고리를 파악한 연구로, 이에 따르면 특히 당뇨병과 골다공증 환자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나 주의가 요구된다.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교실 정재훈 교수는 3일 국내 다기관 연구결과,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앓는 환자는 더욱 쉽게 코로나19에 감염됐고, 당뇨병 이외에도 고혈압과 신장 질환 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증상이 더욱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정 교수 등 연구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코로나19 확진자와 건강한 일반인을 비교했다. 지난 1월 첫 감염자부터 5월 15일까지 코로나 검사 비용이 청구된 18세 이상 21만 9961명을 대상자로 삼았다. 코로나19 확진자는 7341명이었고, 이중 954명은 중증 환자였다. 

연구팀은 이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과 감염 정도, 기존 질환과의 상관관계를 상대 위험비(Odds ratio,  한 그룹과 대조 그룹 사이에서 같은 사례가 발생할 확률을 비교한 값)로 분석했다. 만성질환은 건강보험빅데이터를 활용해 진단 검사 1년전까지의 정보가 활용됐다. 

그 결과, 만성 질환인 당뇨병이 있는 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1.2배 높았고, 골다공증이 있는 환자는 위험도가 1.12배 커서 가장 취약한 계층으로 분류됐다. 류마티즘 관절염 환자도 감염 위험이 1.1배 컸다. 이 외에도 정신 질환인 조현병을 앓는 환자는 일반인에 비해서 1.6배, 각종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들도 1.3배로 감염 위험이 높았다. 단, 국내에서 정신의료기관 폐쇄 병동 집단 감염 사례 등이 나온 만큼 정신질환을 코로나19의 주요 위험 인자로 규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나아가 당뇨병, 신부전 환자는 코로나19 감염이 중증으로 진행될 확률도 높았다. 연구 결과, 기존에 신부전을 앓고 있는 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중증으로 악화될 위험성이 일반인에 비해 무려 2.05배나 높았다. 인슐린 비의존성 당뇨병을 앓고 있는 환자와 고혈압을 앓고 있는 환자 역시 일반인에 비해 코로나19가 악화될 위험성이 각각 1.3배, 1.2배 높았다.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교실 정재훈 교수

정 교수는  “이번 연구는 코로나19 감염 여부와 중증도에 미치는 요인을 살펴본 것으로 향후 방역 정책결정과 환자 예후 예측에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며 “향후 코로나19 진단과 치료를 위해 감염자의 기존 질환과 동반 질환을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는 점에서 연구의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대한의학회 공식 학술지에 ‘Effect of Underlying Comorbidities on the Infection and Severity of COVID-19 in Korea: a Nationwide Case-Control Study’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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