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5G 접목한 디지털 의술서 환자 안전 지키는 최선책 찾아요”

[박정렬 기자] 입력 2020.06.29 09.07

인터뷰 용인세브란스병원 박진영 기획관리실장

혁신적인 기술은 의료의 모습을 변화시킨다. 외과 의사는 칼 대신 복강경·로봇으로 수술을 집도하고, 내과 의사는 유전자 분석을 거쳐 환자에게 꼭 맞는 약을 처방하는 시대다.  

 

인공지능(AI)·정보통신기술(ICT) 등 발전하는 디지털 기술은 병원의 풍경을 바꿔놓았다. 인터넷에서 검진 기록을 확인하고 키오스크나 스마트폰 앱으로 진료 예약·수납·결제를 해결하는 일은 이제 일상이 됐다.
 
용인세브란스병원의 ‘디지털 혁신’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환자 편의를 넘어 환자 안전에 ‘디지털 해법’을 제시하면서 국내 의료계에 새로운 롤모델을 만들고 있다. 
 

의료진은 언제, 어디서든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아프기 전에 미리 관리한다. 거미줄처럼 뻗은 블루투스·5G 등 정보통신 인프라는 조기에 감염병 확산을 막는 방패가 된다. 박진영(43, 사진) 기획관리실장(정신건강의학과)에게 환자 안전을 위한 용인세브란스병원의 디지털 전략을 들었다.

 
국내 최초로 통합반응상황실(IRS)을 구축했다.
“IRS는 총 15개의 화면(대시보드)을 통해 입원 환자의 혈압·맥박 등 활력 징후와 AI가 분석한 X선·초음파 검사 결과, 위치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응급 상황에 대한 대처뿐 아니라 응급실·진단검사 현황 등 병원 자원 관리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병원의 전체적인 현황을 한자리에서 파악할 수 있는 곳은 우리 병원이 국내 최초다.”
 
대학병원에서는 특히 중증 환자 관리가 중요한데.
“IRS에는 중환자나 수술 후 입원 환자 등 중증 환자의 활력 징후를 전자의무기록(EMR)과 연계해 점수화하는 중증 환자 지표 모니터링 시스템(RRS)이 포함돼 있다. 환자의 나이·병력 등 EMR 기록을 토대로 혈압·산소포화도와 같은 생체 수치가 기준 이하로 떨어지면 곧장 신속대응팀에 알람이 전해지도록 시스템을 마련했다. 환자의 상태가 악화하기 전 조기 발견·처치해 생존율을 끌어올린다.”
 
환자가 이동 중 응급 상황에 처할 경우엔 어떻게 대처하나.
“활력 징후에 이상이 감지되는데 환자를 찾기 어렵다면 IRS에서 실시간 위치추적 시스템(RTLS)을 가동한다. 환자의 동의를 얻어 채운 블루투스 스마트밴드로 위치·동선을 파악해 응급 상황에 빠르게 대처한다.”
 
감염병 예방·관리에도 활용도가 높을 것 같은데. 
“그렇다. 원내 감염병 환자가 발생할 때 RTLS를 활용하면 접촉자를 빠르게 분류·치료할 수 있다. 최근 요양병원에서 고령의 뇌경색 환자가 우리 병원에 이송된 적이 있다. 뒤늦게 옴에 걸린 사실이 확인됐는데, RTLS로 1시간 만에 이동 경로와 접촉자를 파악·관리해 추가 감염을 예방할 수 있었다. 항생제 내성균이나 코로나바이러스 등 감염병도 RTLS로 감염 환경, 감염력 등을 면밀히 분석한다면 보다 체계적인 예방·관리가 가능할 것이다.”
 
RTLS는 주로 의료장비 관리에 쓰던 기술 아닌가.
“우리 병원이 추구하는 디지털 혁신은 세 가지 목표가 있다. 첫째, 환자의 안전성과 편의성을 높일 것. 둘째, 의료진의 업무 효율을 향상할 것. 셋째, 병원 경영에 객관적인 지표를 제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병원 개원 전부터 의사·간호사·행정직원 등이 수없이 만나 아이디어를 모았다. 환자 관리에 RTLS를 접목하는 것은 간호 파트의 생각이었다. 환자들의 무단 외출을 막는 데서 응급·감염환자 관리로 적용 영역을 넓혔다.”
 
디지털 혁신을 위해 의료진·환자 간 소통이 중요할 것 같다.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의료진·환자가 사용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디지털 기술과 의료 현장의 간격을 좁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소통과 개선이라 생각한다. 현재 병원에 적용된 ‘디지털 혁신’은 환자의 편의성·안전성 향상을 위해 구성원 모두 힘을 합친 결과다. 디지털 의료 데이터는 쌓일수록 가치가 커진다. 앞으로도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다 나은 의료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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