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Pick]두근두근 뛰는 심장 멈추지 않고도 수술할 수 있어요!

[권선미 기자] 입력 2020.06.26 17.40

#13 아주대병원 흉부외과 임상현 교수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심장은 24시간 움직이는 생명의 엔진입니다. 끊임없이 박동하면서 혈액을 온 몸으로 뿜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심장과 직접 연결된 혈관이 막히거나 좁아지면 혈류 흐름이 나빠져 심장 본연의 펌프 기능이 서서히 약해지다 어느 순간 심장이 활동을 멈춥니다. 심장은 1분만 멈춰도 신체 기능이 급속도로 떨어집니다. 치료가 늦으면 회복해도 후유증이 남을 수 있습니다. 이번 닥터스 픽(Doctor's Pick)에서는 아주대병원 흉부외과 임상현 교수와 함께 심장 건강을 위협하는 관상동맥 질환, 판막 질환, 대동맥 질환에 대해 살펴봅니다.
 

▶심혈관이 막혀 1년 반 전에 스텐트 치료를 받았습니다. 최근 숨이 계속 차고 두근거려 재시술을 했는데, 운동부하 검사에서 이상한 점이 발견됐습니다. 일단은 지켜보자고 하는데 상황이 나빠지면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스텐트 치료의 부작용인가요? 가슴을 절개하는 관상동맥 우회수술은 너무 두려운데 약을 먹거나 스텐트 치료만으로 좁아진 관상동맥을 다시 넓힐 수는 없나요?
스텐트 치료를 받았을 땐 괜찮다가 어떤 이유로든 시간이 지나면서 심혈관이 다시 좁아지거나 막힐 수 있습니다. 스텐트 부작용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일단 재시술을 받았다면 기존 스텐트안에 스텐트를 다시 넣는데 물리적으로 전보다 작은 크기의 스텐트를 넣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다보니 치료효과도 떨어져 관상동맥 질환의 재발 가능성이 높습니다.
운동부하 검사에서 이상이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보아서는 심혈관 상태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때는 약이나 스텐트 치료로는 회복이 어려운 상태입니다. 관상동맥 우회수술을 적극 고려해야 합니다. 아직 50대로 젊은 상태고, 한국 여성의 기대 여명이 85세인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머뭇거리다가 치료 적기를 놓칠 수 있습니다. 관상동맥 우회수술은 막힌 혈관을 대신할 새로운 혈관을 연결해 치료 합니다. 수술 후 길어도 5~10일이면 자기 발로 걸어서 퇴원할 수 있습니다. 숨이 차거나 두근거리는 증상도 확실하게 개선됩니다.
 

▶시어머니가 몇 개월 전 스텐트 치료를 받은 후 병원에서 준 약을 계속 복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약을 먹은 후 잇몸이 약해지고 아랫니 5개가 흔들립니다. 치과에서는 당장 틀니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본래 심장 약을 먹으면 치아·잇몸 건강이 나빠지나요? 그리고 치아가 불편해 식사도 제대로 못하시는데 도움이 될 만한 제품이 있나요?
심혈관 속에 넣는 스텐트도 금속의 일종입니다. 혈전이 이 부위에 엉키기 쉽습니다. 따라서 스텐트 삽입 후에는 아스피린 같은 항혈전제를 복용합니다. 이때 복용하는 항혈전제는 치아·잇몸 건강과는 큰 관련이 없습니다. 정말로 약을 먹어서 아랫니가 빠지고 잇몸이 약해졌다면 약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대개 나이가 들면 치아·잇몸 상태도 나빠지는데, 그 시점이 공교롭게도 비슷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틀니를 권유할 정도라면 씹는 것 자체가 힘들고 전신 건강상태도 나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단 빠른 치아·잇몸 치료로 잘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영양제 등은 부차적인 문제 입니다. 구체적인 진단·치료는 치과에서 상담할 것을 권합니다.
 

▶아버지가 관상동맥 우회수술을 앞두고 계십니다. 심장을 멈춘 상태에서 수술한다고 들었는데 다른 치료법은 없나요?
심장을 멈춘 상태에서 수술하는 것은 고전적인 치료법입니다. 의학이 발달하면서 심장이 뛰는 상태에서도 미세한 심혈관을 접합하는 관상동맥 우회수술이 가능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수술할지는 담당 외과의의 성향에 따라 달라집니다. 개인적으로는 고난도라 어렵지만 심장이 뛰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심장이 단 한순간도 멈추지 않아 환자의 신체적 부담이 적고, 심장 기능 유지에도 유리합니다. 심장을 멈추면 심장근육의 수축력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특히 혈관용 겸자로 대동맥을 꽉 물지 않아도 돼 뇌졸중·신부전증 발생 위험을 줄여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동생이 호주에서 관상동맥 우회수술을 받았습니다. 우회수술에 쓸 혈관을 채취한 다리 쪽에 생긴 상처가 말끔히 낫지 않습니다. 무릎부터 발목까지 길게 짼 흉터와 곳곳에 딱지가 생기고 그 위로 새살이 덮는 상황입니다. 현재 요양을 위해 한국에 입국했는데 이런 경우에는 어디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나요?
한국과 달리 호주 등 일부 국가는 생명과 직접 관련이 없는 부위는 섬세하게 신경 쓰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성분이라 걱정되시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상처·흉터는 낫습니다. 체질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1년 정도 지나면 흉은 눈에 띄지 않게 옅어집니다. 한국에 입국하셨다니 빠른 회복을 원하신다면 성형외과에 방문해서 전문적인 상처·흉터 치료를 받길 권합니다.
 

▶어머니가 71세로 관상동맥 질환으로 수술을 앞두고 있습니다. 당뇨병은 오래 앓으셨고 고혈압은 1년 전에 진단받아 치료 중입니다. 올해 초 심한 몸살감기를 앓으셨는데 숨을 못 쉬셔서 응급치료 후 정밀 검사를 받았습니다. PET 검사에서 관상동맥 3개가 모두 막혀있고, 심장도 1.5~2배 정도 커진 상태고, 심장판막 이상도 의심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수술을 앞두고 폐렴으로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습니다. 가래도 여전하시고 항생제 치료를 받았습니다. 몸 상태가 나쁘면 수술을 미뤄야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병원에서는 입원 후 경과관찰을 하다가 수술을 진행하자고 합니다. 체력적으로 가능할까요?
의학적으로 어머님은 위중한 상황으로 생각됩니다. 올해 초 몸살감기로 숨을 못 쉬셨다고 했는데, 가볍게 볼 일이 아닙니다.  그 때 심근경색 후 폐부종으로 위험한 순간을 간신히 넘겼을 것으로 보입니다. 심장이 멈췄을 때만 응급상황이 아닙니다. 심장과 연결된 관상동맥 3개가 모두 막혔다면 어머님은 언제 심장이 멈춰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물론 말씀하신 것처럼 몸 상태가 나쁘면 수술을 늦추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어머님은 몸이 낫길 기다리다가 심장마비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가능한 빨리 수술을 받는 게 안전합니다.
참고로 당뇨병을 오래 앓으셨다면 치료에 더 주의해야 합니다. 당뇨병으로 전신 면역력이 약해져 감염이 잘 생기고, 수술할 혈관도 얇습니다. 이런 이유로 미국·유럽에서는 스텐트 치료보다 관상동맥 우회 수술을 추천합니다.
 

▶어머니가 심장의 판막 이상으로 혈액이 역류한다고 진단받았습니다. 최대한 수술은 피하고 싶은데 방법이 있나요?
우리 몸의 혈액은 전신→우심방→우심실→폐동맥→폐정맥→좌심방→좌심실→대동맥→전신으로 흐릅니다. 심장·폐를 중심으로 한 혈액순환은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일방통행입니다. 한 번 지나간 곳은 되돌아가지 못합니다. 이때 심장 판막은 혈액이 역류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합니다. 심장에는 총 4개의 판막(대동맥·승모·폐동맥·삼첨 판막)이 있습니다. 만일 심장 판막 기능 저하로 혈액이 역류하면, 특정 부위에 혈액이 정체되고 전신 혈액순환을 담당하는 심장·폐가 제 기능을 못합니다. 먼저 취약해 지는 부위는 폐 입니다. 폐에서 심장으로 보내야 할 혈액이 정체되면 폐부종으로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합니다. 결국 정체되는 범위가 점점 넓어지다 온 몸을 돌아 심장까지 부담을 줍니다. 한 번 나빠진 심장 판막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심장 판막이 제 기능을 못하면 인공 판막으로 대체하는 수술을 합니다.
심장 판막의 수술 여부는 심장 판막의 기능이 어느 정도로 남았는지에 따라 다릅니다. 특히 대동맥판막과 승모판막의 기능에 이상이 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심장 초음파 검사로 혈액이 얼마나 역류하는지를 살펴보고 위험도를 결정합니다. 가장 위험한 4단계는 수술이 불가피 합니다. 3단계 이하는 약물치료로 조절이 가능합니다.
 

▶아버지가 심장에 있는 4개의 판막 기능이 좋지 않다는 판정을 받고 수술을 앞두고 있습니다. 심장 판막 수술 후 회복기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심장 판막 4개가 모두 나쁘다면 가능한 빨리 수술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일 치료를 미루면 폐·심장 기능이 떨어져 결국 폐부종·심부전 발생위험이 높아집니다. 심장 판막 수술 후 회복기간은 4개의 심장 판막 중 몇 개를 수술하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대개 수술 후 7~10일 정도 입원합니다. 이후 걸어서 퇴원하고, 가벼운 일상 활동도 가능합니다. 수술 상처 등이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는 젊은 사람은 2~4주, 고령층은 6주 정도 안정이 필요합니다.
 

▶6세 딸이 밥을 먹을 때도 차를 탈 때도 자꾸 가슴이 아프다고 합니다. 아픈 부위를 만져보니 뼈가 심하게 튀어나온 것 같더라고요. 저도 새가슴인데 아이는 증상이 더 심한 거 같습니다. 정확하게 진단·치료를 받고 싶은데 어느 진단과로 찾아가야 할까요?
가슴이 아프다고 심장 이상을 의심하기는 어렵습니다. 일단 나이가 6세로 어리고 예상하지 못한 다른 질병이 있을 수 있어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추천합니다. 가슴이 튀어나온 새가슴이든 들어간 오목가슴이든 심장에 이상 징후가 있다면 소아청소년과에서도 충분히 진단이 가능합니다.
 

▶자다가 한번 씩 깰 정도로 가슴이 답답하고 뻐근한 증상이 심합니다. 등도 같이 아프고요. 계속 아픈 건 아니고 아프다 안 아프다를 반복한지 3~4개월째 입니다. 가임기 때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위 내시경 검사에서는 이상이 없다고 나와 복부 초음파와 혈액 검사를 추가로 받을 예정입니다. 대학병원이나 심장 전문병원에 가야 할 정도로 중증일까요?
심장에 문제가 있다면 아프다 안 아프다 하지 않습니다. 심장 이상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이런 경우엔 1차적으로 역류성 식도염을 의심합니다. 역류성 식도염이 있으면 위액이 식도를 역류할 때 가슴이 타는 듯 아픈데 호소하는 증상이 심장 통증과 비슷합니다.
정확한 감별을 위해 위 내시경으로 검사합니다. 어떤 검사든 정확도를 높이려면 증상이 있을 때 살펴봐야 합니다. 추정하기로는 위·식도 염증이 심하지 않아 위내시경 검사에서 역류성 식도염으로 확신하지 못한 듯합니다. 가슴이 타는 듯 아플 때 다시 위 내시경 검사를 받아보길 권합니다. 참고로 가임기와 심장·식도·위 부위 이상과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출산을 앞둔 임신부 입니다. 현재 36주차인데 아이의 성장·발육 상태가 2주 전과 비슷해 걱정이 됩니다. 정밀검사에서 심장과 연결된 혈관이 모두 2개여야 하는데 얼핏 1개라고 하시던데, 그것과 관련이 있나요? 지금이라도 대학병원에서 검사를 받아야 할지 고민입니다. 선천성 심혈관 기형이면 어디서 어떻게 치료를 해야 하나요?
말씀하신 정보만으로는 선천성 심장기형인지 여부를 알기 어렵습니다. 기본적으로 알고계신 사항도 잘못 알고 있습니다. 심장의 동맥은 대동맥·폐동맥 2개이고, 정맥은 상대정맥·하대정맥 2개, 그리고 폐정맥이 있습니다. 태아 정밀검사 때 담당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걸 잘못 이해 한 것으로 보입니다.
선천성 심장기형은 주기적으로 받는 산부인과 산전 초음파 검사에서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만일 이상이 있다면 산부인과에서 말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선천성 심장기형이 걱정된다면 임신 중이시니 대학병원 산부인과를 방문하면 관련 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요즘엔 선천성 심장병도 간단한 교정 수술만으로 치료가 가능합니다. 서울대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 등 소아 심장을 전문으로 보는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알아보시면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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