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구강 건조하고 피로감 심하다, 혹시 쇼그렌 증후군?

[김봉현] 입력 2020.06.23 09.35

[한방 명의 솔루션] 경희대한방병원 자가면역난치질환센터 김봉현 교수

한방 자가면역질환 명의 김봉현 교수가 말하는 ‘쇼그렌증후군’

이모(47·여성)씨는 요즘 안구 건조 증상이 심해졌다. 이전에는 간헐적으로 눈이 건조하단 느낌만 받았지만 최근에는 눈이 까끌까끌하고 때때로 통증이 심해 일상생활이 힘들기까지 하다. 이때 인공눈물 몇 차례만 점안하면 증상이 완화했는데 이제는 하루 3~4차례 사용해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다. 눈 증상과 함께 구강 건조, 피로감까지 심해지자 이씨는 한의원을 찾아 진료를 받았다. 한의사는 ‘쇼그렌 증후군’이 의심된다며 정밀 검사를 권유했다. 실제로 대학병원을 찾아 검사받은 결과 쇼그렌 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최근 지속하는 안구·구강 건조로 인해 쇼그렌 증후군으로 진단받는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쇼그렌 증후군으로 치료받은 환자 수는 2012년 10만 명당 6명 정도에서, 2016년 10만 명당 12명으로 매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다. 환자 분포를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발생 비율이 높고 특히 40~50대의 여성에게서 잘 발생한다.

쇼그렌 증후군은 안구 혹은 구강 건조 증상이 있는 환자로 증상이 심하고 일반적인 치료에 호전되지 않을 경우 의심해 볼 수 있다. 특히 황사나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봄철에는 건조 증상이 심해져 불편감이 더 커진다. 쇼그렌 증후군은 자가면역질환 중 하나로 자가면역작용으로 인해 외분비샘이 손상되고 이로 인해 눈·코·인두·후두·질 점막 표면에 건조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환자의 70~80%, 과도한 피로감 호소

체내의 여러 면역세포가 외분비샘에서 자가면역반응을 일으키면 다양한 염증 물질이 쌓인다. 그러면 이들로 인해 침샘이나 눈물샘인 외분비샘이 손상을 받는다. 손상된 외분비샘은 그 기능을 충분히 하지 못해 점막을 적셔주지 못하고 건조한 증상을 유발한다.

가장 대표적인 외분비샘인 눈물샘과 침샘에서 증상이 두드러지는데, 눈물샘이 손상되면 안구 건조, 침샘이 손상되면 구강 건조가 발생한다. 이러한 건조는 점막 표면에 염증이 발생하기 쉽게 하고, 이들의 자극이 안구 표면이나 구강 내의 이물감, 통증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왜 이러한 자가면역 반응이 발생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은 실정이다. 일부 유전적· 환경적 요인이 거론되고 있다.

안구 건조는 눈에 모래가 있는 듯한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할 때, 하루에 3회 이상 지속해서 안공 눈물을 쓸 경우 의심해 볼 수 있다. 구강 건조는 3개월 이상 건조 증상이 있으며 자꾸 침샘이 붓거나 음료를 마시지 않으면 입이 건조해 음식을 삼키지 못하는 경우 의심해 볼 수 있다. 증상이 심해지면 다른 점막 부위에서도 증상이 나타난다. 비강, 인두, 질 부위에 건조감을 호소하며 특히 인두 부위의 건조는 삼킴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흔하게 동반되는 증상은 과도한 피로감이다. 쇼그렌 증후군 환자의 70~80%는 피로감을 호소하며 수면장애, 불안, 우울증과 같은 전신 증상도 나타난다. 게다가 다양한 기관에 합병증이 발생한다. 대표적인 게 통증이다. 약 15%의 환자에게서 전신성 관절염이나 근육통이 나타난다. 10~15% 환자는 멍이 잘 생기며 5%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기관지 천식, 간질성 폐렴 등의 호흡기 질환이 동반된다.
 

건조의 원인 제거해 체내 균형 맞춰

쇼그렌 증후군은 고전 한의학 문헌에서 직접 대응되는 병명은 없다. 그러나 기존에 안구 건조증에 해당하는 백삽(白澁), 신수장고(神水將枯), 건삽안화(乾澁眼花), 구강건조증의 구건(口乾)에서 제시된 치료를 응용한다.

중국에서는 ‘조비(燥?)’로 표현된다.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명칭이지만 한의학에서 쇼그렌 증후군을 어떻게 보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명칭이다. 조(燥)는 건조하다의 조, 비(?)는 마비의 비에 해당하는 글자로 보통 ‘막히다’ ‘저리다’는 의미로 쓰인다. 이러한 뜻으로 볼 때 한의학에서는 쇼그렌 증후군을 건조함이 심해지면서 여러 증상을 야기하고 어혈, 담음, 독 등의 다양한 문제를 일으켜 신체가 제 기능을 못 하면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치료 또한 이러한 건조하게 되는 성질을 줄이는 데 집중한다. 음(陰)을 보충하는 치료를 기본으로 자윤(滋潤, 촉촉)하게 하며 음의 부족함이 심해 화(火)가 심할 경우 이를 줄이는 치료를 같이한다. 만약 어혈, 담음과 같은 증상이 많다면 이들을 먼저 해결하는 등 환자의 상태에 따라 조금씩 치료 방식에 변화를 준다.

실제로 2013년 처방 자료를 분석한 연구를 보면, 절반 이상이 음을 보충하는 처방을 사용했고 그 다음은 어혈(瘀血)을 제거하는 처방을 썼다. 또한 맥문동(麥門冬), 생지황(生地黃), 현삼(玄蔘)과 같은 음을 보충해 몸을 자윤시켜주는 약재가 많이 사용됐다. 대만에서 쇼그렌 증후군 환자에게 어떠한 처방을 사용했는지를 분석한 연구에서도 음을 보충해주는 역할의 기국지황환(杞菊地黃丸), 감로음(甘露飮) 처방이 중점을 이뤘다.
 

음식 골고루 먹고 규칙적으로 운동해야

결국 한의학에서 쇼그렌 증후군의 치료는 인체의 부족한 부분인 음을 보충해주고 같이 생겨난 어혈, 담음 등을 제거해 인체 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통해 몸에 자가면역반응과 같은 자극이 발생하더라도 안구·구강 건조 증상이 쉽게 생겨나지 않도록 돕는다. 나타나더라도 심하지 않게, 몸에 여유를 만들어 줘 질환이 있어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지낼 수 있도록 만들어 주고자 한다.

치료 후에 증상이 호전됐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일상관리도 중요하다. 자가면역질환에서 완치 개념은 없다. 증상 호전 후에도 이러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잘 관리하는 것이 치료만큼 중요하다. 극단적인 식이 제한이나 특별한 운동법보다는 골고루 음식을 먹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이와 더불어 몸의 균형을 잘 유지하기 위해 조심해야 한다. 사람마다 취약점이 있다. 호흡기 질환에 잘 걸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늘 소화가 불편하다. 작은 스트레스에 쉽게 무너지는 이들도 있다. 보통 이러한 취약점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몸에 균형이 깨지기 시작하고 이로 인해 증상이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자신의 취약점을 잘 이해하고 관리해 인체의 균형이 깨지지 않도록 항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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