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 과신한 여성들… 5년 새 자궁경부암 발병률 47% 늘어

[정심교 기자] 입력 2020.06.04 17.32

세 가지 백신 골라 맞고 정기 검진 챙기면 예방 금상첨화

젊은 자궁경부암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자궁경부암 환자는 2015년 5만4603명에서 2019년 6만3051명으로 15% 증가했다. 그런데 같은 기간 20~30대 환자는 47%나 증가했다. 40~50대의 경우 7% 증가한 것과 비교된다.

자궁경부암은 자궁의 입구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이 원인이다. 세계적으로 여성암 사망률 2위를 기록하고 있고, 스페인 카탈루냐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자궁경부암으로 새로 진단받은 환자가 56만9847명이며, 하루 평균 자궁경부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853명이었다.

 
HPV 백신 접종과 정기 검진으로 예방 가능

다행히도 자궁경부암은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 개발된 상태다. 정기 검진을 받으면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자궁경부암 퇴치를 위해 2030년까지 전 세계 여학생의 90%가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HPV의 백신을 접종하고, 여성 70%는 일생에서 최소 1~2회는 자궁경부암 검진을 받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에 발맞춰 자궁경부암 예방 접종의 중요성과 정기 검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2016년부터 국가예방접종지원사업(NIP)에 HPV 백신을 포함해 만 12세 여아에게 무료로 접종하고 있다. 만 20세부터는 자궁경부암 검진을 2년마다 무료로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젊은 층의 자궁경부암 검진율이 낮다. 지난해 건강검진통계에 따르면 20~30대 여성의 자궁경부암 검진율은 48%에 그쳤다. 국립암센터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암 검진을 받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스스로 건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20~30대가 건강에 대한 자신감이 커 건강 불감증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10명 중 7명은 한 번 이상 감염돼

HPV는 성인 10명 중 7명은 일생에 한 번은 감염될 수 있을 정도로 흔하다. 주로 성 접촉을 통해 전염되는 HPV의 특성상 비교적 성생활이 활발한 20~30대에서 감염률이 높다. 실제로 올해 국내 HPV 감염자 중 20~30대의 비율은 48%로 가장 높았다.

게다가 HPV는 감염돼도 대부분 증상이 없어 HPV 감염 여부를 스스로 알아내기는 어렵다. 하지만 HPV에 지속해서 감염되면 자궁경부암·항문암·질암 등 치명적인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성 접촉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킬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건강에 자신 있는 20~30대라도 HPV 백신을 접종하고, HPV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정기 검진을 받아야 하는 이유다.

현재 접종 가능한 HPV 백신은 2가와 4가, 9가 등 세 가지가 있다. 각 숫자는 예방 가능한 HPV 유형의 개수를 의미한다. 현재까지는 9가 백신이 가장 많은 HPV 유형을 예방하면서 자궁경부암·질암·외음부암·항문암 등 HPV 관련 질환의 원인을 90%까지 포함한다.

앞서 호주·캐나다에서는 9가의 HPV 백신을 국가예방접종지원사업으로 선정하고, 적극적으로 권장하면서 향후 20년 안에 자궁경부암 퇴치국가가 될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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