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층 위협하는 피부 당뇨병 ‘건선’ 한방으로 다스리기

[김규석] 입력 2020.06.09 08.56

[한방 명의 솔루션] 경희대한방병원 자가면역난치질환센터 김규석 교수

한방 자가면역질환 명의 김규석 교수가 말하는 ‘건선’

직장인 권순원(가명·34)씨는 사회 초년생 시절인 20대 중반에 건선이 발병했다. 직장에서 잦은 야근과 회식,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가 많았던 시기였다. 권씨는 “처음에는 건선이 몇 군데에만 있었는데 어느새 머리·엉덩이·팔·다리 등 전신으로 퍼졌어요. 노출이 있는 여름이 되면 괜히 사람들이 나만 보는 거 같아 외출이 꺼려집니다. 수영장이나 찜질방을 편히 가 보는 게 소원입니다”고 말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건선은 사회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는 시기인 20대 이상 50대 이하에서 높은 유병률을 보인다. 60대 이상의 고령층 환자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건선 환자는 지속적인 피부 증상과 외관상 문제로 사회생활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선은 경계가 분명한 은백색의 두꺼운 인설이 겹겹이 덮여 있는 홍반성 구진과 판이 나타나는 피부 질환을 말한다. 만성 재발성이자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는 비전염성이란 특징이 있다. 발병 빈도가 위도와 인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인구의 1~3%가 앓고 있는 비교적 흔한 피부병이다. 건선은 단순히 피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몸속 면역계에 이상이 생겨 나타난다. 건선관절염, 만성 장 질환 등 면역과 관련한 전신 질환과 연관성이 높다.
 
팔꿈치·무릎·둔부에 흔히 발생

건선은 피부 병변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커지거나 서로 합쳐져서 큰 판상 병변이 되는 경우가 흔하다. 팔꿈치·무릎·둔부 등 주로 자극을 많이 받는 부위에 자주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전신 피부 어디에도 발생할 수 있다. 원인은 아직 완전히 밝혀져 있지 않지만, 유전적인 소인과 환경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외상 등의 피부 자극, 상기도 감염, 기후, 스트레스, 약물, 술, 담배와 같은 다양한 요인이 건선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이러한 복합적 요인에 의해 T 면역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하면 여러 가지 염증 물질이 분비되고 피부 각질형성 세포가 빠르게 증식한다. 그러면 각질이 겹겹이 쌓이고 상부 진피의 혈관이 확장돼 홍반성 구진, 판 등의 주요 증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건선의 대표적인 증상은 은백색의 두꺼운 인설로 덮인 홍반성 구진이나 판이다. 두피나 얼굴, 상하지 신전 부위나 돌출 부위, 몸통 등 전신에 발생할 수 있다. 손·발바닥에는 농포를 주 병변으로 하는 농포성 건선이 잘 생긴다. 건선 환자의 절반가량은 손발톱이 움푹 들어가는 조갑함몰(nail pitting)이 흔히 나타나며, 손발톱이 두꺼워지거나 손발톱 아래 각질이 두꺼워지는 등 손발톱 변화도 드물게 나타날 수 있다.

건선은 임상 양상에 따라 전형적인 구진과 판을 형성하는 보통 건선(판상 건선), 편도선염 후에 잘 발생하며 작은 구진이 물방울 흩어지듯 몸통과 상지에 발생하는 물방울양 건선, 노란색의 농포가 손·발바닥에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국소농포성 건선, 농포가 전신에 발생하는 전신농포성 건선, 전신에 각질이 심하게 탈락하는 중증의 박탈성 건선, 건선관절염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재발 잦고 장기 양약 복용 힘들면 한방 치료 고려

연구에 따르면 국내 건선 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 발병과 상관관계가 높다고 보고된다. 염증성 장 질환 유병률이나 불안 장애, 우울증, 신경증성 장애 등 정신 질환에 걸릴 위험도 모두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건선은 피부뿐만 아니라 전신 질환과 정서적인 문제를 유발할 수 있어 전문 의료진으로부터 조기에 진단을 받고 꾸준히 치료·관리해야 한다.

서양의학에서는 건선을 증상의 경중에 따라 단계별로 국소치료제인 연고, 전신 치료제인 내복약, 광선치료, 생물학제제 등을 사용해 치료한다. 하지만 이런 치료는 알려진 병리 기전을 중심으로 과활성화한 피부 면역 반응을 억제해 증상을 개선하는 대증적 치료 방법이다. 염증 반응을 억제해 증상을 개선하는 효과는 뚜렷할 수 있으나 치료를 중단할 경우 억제된 면역 반응이 다시 활성화하는 리바운드 현상이 나타나 증상이 재발하기 쉽다.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지만 장기간 치료 시 부작용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한계가 있다. 잘 알려진 스테로이드의 다양한 부작용 외에도 기형아 출생 위험으로 가임기 여성은 복용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치료제도 있으며, 일부 치료제는 종양 발생 위험이 증가하거나 심각한 간 독성, 신 손상 위험이 있을 수 있다.

이런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서양의학에서는 단독 치료보다 양약의 사용량을 줄이는 병행요법을 사용하거나 일정 기간마다 약물을 바꾸는 순환요법을 흔히 이용한다. 최근에는 스테로이드제보다 부작용이 적은 생물학제제 등이 개발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생물학제제 또한 적용 대상이 제한적이고 비용 부담이 크며 경우에 따라 효과가 없거나 치료 중지 시 수개월 이내에 재발하는 경우가 있어 한계점은 여전하다. 따라서 건선 환자 중 장기간 질병 경과를 보이며 서양의학적 치료에도 계속 재발하고 서양의학적 치료제를 장기간 사용하기 힘든 경우 한의학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피부 생리 기능 회복시켜 면역 기능 정상화

한의학에서는 건선 치료 시 홍반, 각질, 가려움증 등 피부 증상을 개선하는 표치(標治)와 피부와 연관된 오장육부의 대사 기능을 정상화해 피부에 산소와 영양분을 적절히 공급함으로써 증상의 근본 원인을 개선하는 본치(本治)로 나눠 치료한다. 특히 자가면역 질환이나 난치성 피부 질환은 대개 피부 단독의 문제보다 피부와 연관된 소화기계, 순환기계, 내분비계, 면역계, 신경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증상이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본치(本治)를 중요시하는 한의학적 치료 접근이 효과적일 수 있다. 건선의 한의학적 병리 상태인 혈열(血熱), 습열(濕熱), 어혈(瘀血), 혈허(血虛), 기허(氣虛) 등의 개선을 목표로 개별 환자의 상태에 따라 한약, 침, 뜸, 연고제, 입욕제, 훈증치료를 건선 치료에 사용한다. 

양약을 사용 중인 환자는 초기에 약을 바로 끊기보단 양약과 한방 치료를 병행하며 점진적으로 면역과 염증을 억제하는 양약 사용량을 줄여나가야 한다. 왜냐하면 한의학적 치료의 최종 목표는 몸이 스스로 정상적인 피부 생리 기능을 회복해 교란된 면역 기능을 정상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복적인 대증적 치료 약 사용은 당장의 증상 개선은 기대할 수 있지만, 장기간 사용 시 정상적인 몸의 면역 반응까지 손상시킬 수 있다. 따라서 환자의 건강 상태와 건선의 중증도에 따라 적절한 치료 계획을 세우고 한방 피부과 전문의의 지도 하에 지속적으로 치료·관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체질·증상·시기 고려해 약재 처방

건선 치료에서는 체질의 한열허실과 건선의 피부 증상(각질, 홍반 정도 등), 동반된 전신 증상(변비, 히스테리 등)에 따라 피부 염증을 주로 치료하는 표치(標治)를 위한 청열제(淸熱劑)와 혈액 순환과 말초 미세혈관 염증을 개선해 피부로 산소와 영양 공급을 개선하는 본치(本治)를 위한 활혈화어제(活血和瘀劑)를 주로 사용한다. 대표적인 한약 처방으로 황련해독탕, 방풍통성산, 온청음, 당귀음자, 계지복령환, 소풍활혈탕 등이 있으며 이들을 단독 혹은 병행해 사용한다.

주요 변증 유형별로는 혈열(血熱)형의 경우 양혈(凉血), 청열(淸熱), 해독(解毒)하는 생지황, 석고, 적작약, 괴화, 토복령, 자초, 지유, 대청엽, 인동등 등의 한약을 처방한다. 혈조(血燥)형에는 양혈(養血), 자음윤조(滋陰潤燥)하는 숙지황, 당귀, 현삼, 맥문동, 천문동, 마인 등을, 혈어(氣滯血瘀)형에는 활혈화어(活血和瘀) 하는 계혈등, 단삼, 목단피, 도인, 홍화 등의 한약을 중심으로 처방한다. 다만 환자의 체질과 증상, 시기별로 이들 약재를 복합하거나 가감해 사용한다.

내복약 외에도 한국·중국·일본 등에서는 족삼리, 삼음교, 곡지, 혈해 등을 주요 혈자리로 하는 침 치료나 약침 치료, 환부 뜸 치료, 한약 훈증 요법, 입욕법, 자운고, 청대고 등 연고제, 광선 치료 등을 건선 치료에 사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건선은 만성적인 경과를 보이며 재발이 잘 되는 질환이므로 일상에서 유발인자를 적절히 관리해 증상의 악화·재발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건선 환자가 지켜야 할 생활습관

1. 건선 환자는 계절 변화로 인한 피부 기능 조절 능력이 크게 떨어져 있다. 환절기나 겨울철에는 피부가 건조하지 않도록 촉촉한 상태를 유지한다. 

2. 연쇄상구균 등의 감염 시 건선이 발병하거나 악화할 수 있으므로 편도선염과 같은 염증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한다. 

3. 피부 자극이나 손상을 피하고 과로나 흡연, 음주를 줄이며 운동이나 취미생활로 정신적 긴장과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4. 적당한 운동과 휴식을 통해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힘쓴다.

5. 적절한 일광 노출은 건선에 도움이 될 수 있으므로 외부의 시선을 의식해 가리기보다는 과도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적절히 일광 노출을 한다.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