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신경종양, 수술&감마나이프 등 치료법 따른 청력 예측 시스템 개발
[박정렬 기자] 입력 2020.05.22 11.11
청신경종양 환자의 맞춤형 치료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연세대 의과대학 이비인후과 문인석 교수·차동철 강사팀은 청신경종양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후 환자의 청력 보존 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했다고 22일 밝혔다. 해당 논문은 SCI급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신호에 게재됐다.
청신경종양은 청각전정신경에서 발생해 소뇌쪽으로 자라는 뇌신경종양이다. 청력감퇴, 난청과 어지럼증 등의 증상을 유발해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종양이 커지는 경우 뇌간을 압박해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청신경종양은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감마나이프 치료)를 주로 사용한다. 최근에는 내시경을 이용한 최소침습치료도 시도된다. 단, 종양을 성공적으로 치료해도 청각을 보존할지는 미지수다. 귀와 뇌 등 여러 기관과 신경이 얽힌 문제이기 때문이다. 의료진이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문 교수는 딥러닝 기반 모델을 적용했다. 수술 전 시행한 청력검사, 평형기능검사와 자기공명영상(MRI)에서 얻은 수술 전 종양의 크기, 위치, 청력, 어지럼증 정도 그리고 주치의가 선택한 수술방법 등을 입력하면 수술 후 청력 보존 여부를 소프트웨어가 예측해 낸다.
연구팀이 2007년부터 2017년 10년간 세브란스병원에서 청신경종양으로 수술받은 317명의 환자 중 청력 보존술을 받은 5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딥러닝 기반 모델은 90%의 높은 정확도로 수술 후 청력 보존 여부를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 예측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환자의 단어 인식 점수, 전정유발근전위 비대칭 정도, 종양의 크기 순이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설계된 예측 모델을 사용한다면 수술 전 환자의 청력 보존 여부를 예측해 환자와 정확한 결과 상담을 통해 가장 효과적인 맞춤형 치료방법을 결정할 수 있다. 예컨데 수술 후 청력 보존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뇌에 악영향을 미치기 전까지 수술을 보류하는 전략을 세우거나 반대로 종양 제거술과 함께 청력을 회복시키는 청각 임플란트 수술을 동시에 고려하는 등 대책을 미리 수립하는 식이다.
청력 예측 시스템을 실제 환자에게 적용한 모습. 위 왼쪽 사각형이 딥러닝 모델(DNN)이다. 파란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딥러닝이 예측한 결과와 실제 결과가 일치한 수로, 50명의 환자 중 45명(90%)에서 예측과 실제 결과가 일치했다. 사진 연세대 의과대학
문인석 교수는 “이번 예측 모델 개발을 통해 환자 개개인에 대한 수술 예후를 예측해 맞춤형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며 “최근 머신러닝이 의학계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데, 이러한 방법을 이용할 수 있다면 기존의 예측보다 훨씬 더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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