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심교 기자] 입력 2020.05.22 09.20
어린이·성인·임신부·노인의 진통제 고르는 법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진통제 등 가정상비약 구비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성인의 두통, 아이의 고열 등 일상에서 흔히 겪을 만한 증상이 나타날 때 진통제를 적절히 복용하면 초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진통제는 전문의약품뿐 아니라 약국·편의점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도 많이 나와 있어 일반인에게 친숙하다. 하지만 통증의 종류나 연령·증상에 따라 어떤 진통제를 선택해야 하는지 제대로 아는 경우는 많지 않다. 생후 4개월의 영아부터 임산부, 성인, 노인까지 연령 및 통증별 올바른 진통제 복용법에 대해 알아본다.
흔히 진통제는 모두 같다고 여기기 쉽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진통제는 성분에 따라 해열진통제와 소염진통제 등 2가지로 나뉜다. 각각의 특성이 다르다.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은 해열진통제로 통증과 열을 낮춰준다. ‘타이레놀’이 대표적이다. 이부프로펜·나프록센 등은 소염진통제(NSAIDs)의 성분으로, 통증·염증을 가라 앉힌다. ‘부루펜·애드빌·이지엔6’이 대표적이다.
아세트아미노펜은 경우 전 세계적으로 진통제 시장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성분이다. 다양한 연구를 통해 안전성·유효성이 입증됐다. 위장 장애 부담이 적어 두통·치통 같은 급성 통증은 물론 만성 통증의 1차 치료제로도 널리 쓰인다. 이를테면 아세트아미노펜 단일 성분 대표 해열진통제인 타이레놀은 생후 4개월 영아부터 성인·노인까지 연령 및 통증 종류 등 상황에 따라 복용하면 좋을 제품 폭이 넓다. 미리 알아두고 적절히 복용하면 통증 관리에 도움될 수 있다.
해열진통제 vs 소염진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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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과 달리 아이는 같은 연령이어도 성장 상태나 몸무게 등에 따라 해열제 복용량이 다르다. 사용설명서에 맞춰 몸무게에 따른 정량 복용이 중요하다. 해열제는 되도록 한 가지로, 4~6시간의 복용 간격을 지키는 게 좋다. 간혹 ‘어린이용 해열진통제’가 없는 상황에서 아이가 열이 날 경우, 급한 마음에 성인용 해열진통제를 쪼개 먹이기도 하는데, 이는 과량 복용, 성분 오용 등의 우려가 있다.
어린이는 위장 기관 기능이 미숙해 쉽게 토할 수 있다. 약을 먹은 후 10분 이내 약을 전부 토한 경우에는 즉시 약을 다시 먹여야 한다. 이 경우 공복에도 복용 가능한 해열제를 식사 전 혹은 수유 전 먹이면 토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특히 어린이 해열제는 아이의 성장 상태와 특성에 맞는 제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어린이 타이레놀 현탁액처럼 약 성분이 침전되지 않도록 개발된 시럽은 생후 4개월 이후의 영아부터 복용할 수 있다.
만 2세 이상의 치아가 난 아이에게는 물 없이 씹어 먹는 츄어블 정 제형이 적합할 수 있다. 만 6세 이상부터 만 12세 이하 어린이는 몸무게에 따른 정량 복용을 돕기 위해 나온, 삼키기 쉬운 작은 알약 형태 복용을 고려해볼 수 있다. ‘타이레놀 160㎎’이 그 예다.
성인… 두통엔 ‘속방정’, 관절통엔 ‘서방정’
진통제는 통증의 종류·증상에 따라 선택하고, 용법·용량을 준수하는 게 중요하다. 두통 등 빠른 통증 완화가 필요한 경우 ‘속방정’ 복용이 도움이 된다. 속방정은 복용 후 빠르게 융해돼 15분 만에 빠른 진통 효과를 볼 수 있다.
반면, 관절통처럼 오래 지속하는 만성 통증의 경우, 약 성분이 체내에 오래 남을 수 있도록 이중 구조로 설계돼 최대 8시간 동안 효과가 지속하는 ‘서방정’ 복용이 효과적이다. 서방정은 약 절반은 빨리 녹고, 절반은 서서히 녹아 진통 효과가 일정하게 지속한다.
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아세트아미노펜과 비스테로이드 소염진통제(NSAIDs)의 진통 효과를 비교한 연구에 따르면 아세트아미노펜을 하루 2.6~4g 투여했을 때 아스피린·이부프로펜 등 소염진통제를 투여한 것과 마찬가지로 경등도·중등도의 골관절염 통증이 감소했다.
또 관절염 환자에서 이부프로펜 성분의 소염제와 동일한 통증 완화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성인의 경우 한 번에 1~2정씩 하루 최대 4000㎎까지 복용할 수 있다. 이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권고하는 ‘성인 대상 아세트아미노펜 1일 최대용량 4000㎎’과 같다.
속방정 vs 서방정
구분 | 아세트아미노펜 속방정 (타이레놀 500㎎ 예시) |
아세트아미노펜 서방정 (타이레놀 8시간 이알 서방정 예시) |
효과 | 복용 후 신속하게 방출 15분 만에 진통 효과 |
복용 후 신속히 약물 절반 방출 4시간 후 나머지 약물 방출, 효과 오래감 |
복용 횟수 | 1회 1~2정씩 / 하루 최대 8정 | 1회 1~2정씩 / 하루 최대 6정 |
복용 간격 | 4~6시간 간격 복용 | 8시간 간격 복용 |
사용 통증 | 빠른 통증 완화가 필요한 두통, 생리통, 치통 | 근육통, 허리 통증 등 오래 지속되는 통증 |
임산부… 전문가 상담 후 효과·안전성 입증된 성분을
임산부는 특히 약물 사용에 주의해야 하지만, 통증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뱃속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열이 38.9도 이상으로 올라갈 경우, 태아에게 신경관결손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임신 중이라고 무작정 약을 피하기보다는 임신 중 흔히 겪을 수 있는 두통 등 증상에 대해 미리 알고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국·호주 등에서는 임산부가 막연히 고열이나 심한 통증을 참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두통 및 고열에 시달리는 임산부가 의사·약사 등 전문가와 상담 후 복용할 수 있는 약물로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해열진통제가 있다. 미국 FDA의 ‘약물 분류 5가지 등급’에서도 아세트아미노펜은 임산부 통증에 널리 사용 가능한 ‘B등급’으로 분류된다.
호주 식약처(TGA) 경우 약물의 태아 유해성 정도에 따라 7개 등급으로 약물을 분류하는데, 아세트아미노펜은 임산부가 가장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A등급’ 약제로 분류했다.
임신 초기 아세트아미노펜에 노출된 9146명의 영유아를 대상으로 진행된 한 역학조사에 따르면 아세트아미노펜으로 인한 선천성 이상 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 다른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제(NSAIDs)와 달리 태아 독성이 없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임산부는 약물 복용에 특히 신중해야 하는 만큼 의사·약사 등 전문가와 상담 후 가능한 짧은 기간 동안 권장량을 복용하고 약 복용 외 다른 조치가 필요 없을지 상담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인… 다른 복용 약물과의 상호 작용 따져야
노인은 나이가 들면서 관절통과 같은 만성질환과 통증을 경험하며 복용하는 약 종류도 많아진다. 보건복지부 노인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89.5%가 만성질환을 갖고 있고, 이 중 82%가 3개월 이상 평균 5.3개의 약을 복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은 일반 성인보다 약물 대사 능력이 떨어지고 약물 간 상호 작용 문제 때문에 함께 복용해서는 안 되는 약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관절통 관리를 위한 진통제를 살 땐 약사 등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고혈압약을 먹는 노인 환자는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제(NSAIDs) 계열의 약물을 복용할 경우 고혈압약의 복용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 이럴 경우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해열진통제 등 다른 진통제 복용을 고려하는 게 좋다.
속 쓰림 같은 위장 장애 부담 역시 노인의 약 복용에 있어 고려할 요소다. 아세트아미노펜 단일 성분의 해열진통제는 몸이 통증을 느끼는 기준치(통증약)를 높이며 진통 작용을 한다. 진통 작용 시 소염 작용은 없어 위장에 영향을 주지 않아 위장 장애 부담 없이 빈 속에 복용할 수 있다.
반면 이부프로펜 등 성분의 소염진통제는 식후 30분에 복용하는 게 권장된다. 소염진통제의 소염 기능은 말초 조직에서 프로스타글란딘을 차단해 염증을 없애는 방식이다. 프로스타글란딘은 위벽을 보호하는데, 이를 차단하면 위점막 및 위장관 손상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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