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유산균' 넣은 물질, 대장암 예방 특허 취득

[정심교 기자] 입력 2020.03.24 14.56

한국베름, 유산균 일종인 '엔테로코커스 패칼리스'로 연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대유행으로 면역력의 중요성이 새삼 떠올랐다. 우리 몸에서 면역력을 담당하는 기관이 장이다. 인체 면역세포의 약 70%가 장에 모여 살기 때문이다. 면역세포의 ‘집’이나 다름없는 장이 건강해야 면역세포가 활성화한다. 장이 건강해지려면 유익균이 풍부해야 한다.

유익균은 크게 유산균과 비피더스균으로 나뉜다. 유산균에는 락토바실루스, 락토코커스, 엔테로코커스, 스트렙토코커스라는 균 집합체(균속)가, 비피더스균에는 비피도박테리움이라는 균 집합체가 있다. 이 다섯 가지 균 집합체에 500여 가지 균이 있다.

이 가운데 우리에게 친숙한 유산균은 그간 살아 있는 균, 즉 ‘생균’이어야만 몸에서 효과를 발휘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이 같은 인식과 달리 '죽은 유산균'의 총체, 즉 유산균 사균체의 건강 효과를 다수 연구논문으로 입증한 기업이 있다. 한국베름 주식회사(이하 한국베름)다. 24일 이 기업은 유산균 사균체로 특허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한국베름에 따르면 특허청은 지난달 28일 유산균의 일종인 엔테로코커스 패칼리스를 유효 성분으로 넣은 대장염 예방·치료용 조성물에 대해 특허증을 발급했다. 죽은 유산균으로도 대장염을 예방·치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강원도 원주시에 위치한 한국베름 연구소에서 연구원이 유산균 사균체를 배양하고 있다. [사진 한국베름]

 
탈모·대장염·위염·위궤양 예방 효과 연구

이 기업은 그간 유산균 사균체인 ‘EF-2001유산균’의 아토피 피부염, 알코올성 급성 위염, 근위축, 우울증 등의 개선 효과뿐 아니라 항암, 탈모·대장염·위염·위궤양 예방 효과 등을 SCI급 논문을 통해 발표했다.

2010년엔 국내 최초로 1g당 유산균 7조5000억 마리가 든 ‘EF-2001 유산균’을 선보였다. 흔히 시판되는 유산균 제품의 유산균이 수억~수십억 마리 든 것과 비교하면 유산균 수가 월등히 많다. 유산균 7조5000억 마리는 요쿠르트(1병당 유산균 100억 마리 기준) 750병에 상당한 수준의 양이다.  
 

한권일 대표가 '죽은 유산균'으로 만든 제품군을 보이고 있다. [사진 한국베름]


 

한국베름 한권일 대표는 “7조5000억 마리가 너무 많다고 느낄 수 있지만 우리 몸에 필요한 양에 비하면 적다”고 강조했다. 사람의 장 속에는 장내 세균 100조 마리가 살고 있다. 한 대표는 “몸무게 50㎏인 사람이 유산균으로 면역 개선 효과가 얻으려면 하루에 유산균을 5000억 마리 이상 먹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산균의 사균은 생균보다 유통기한이 길고 보관이 쉽다. 열과 산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아 다양한 제형에 활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EF-2001유산균’은 국내외 제품에 공급된다.

일본의 환자식 기업 뉴트리는 EF-2001 유산균 사균체를 적용한 환자식을 출시했다. 일본 적십자병원은 원내감염 예방을 위해 이 환자식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선 환자식 전문기업 한국엔테랄푸드가 EF-2001유산균을 활용한 중환자용 건강 유동식을 제품화해 연내 신제품 2종이 출시된다.

유유제약(장안에 화제 시리즈), CMG제약(테락토), 한미(두유), 풀무원(내몸다스림), LG생활건강(유산균워터), 비락(장건강우유), 웅진식품(요거풋풋, 요거상큼) 등에도 납품한다.

한국베름은 2016년 강원도 원주에 유산균 사균체 전문 연구소·공장을 설립해 유산균 사균체와 면역력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다. 세계적 식품안전인증(FSSC22000)과 할랄인증을 획득했으며 FDA공장 등록도 완료했다. 한 대표는 "유산균 사균이 식품을 넘어 의약품에까지 활용되도록 현재 항암·항염 등 면역제 개발을 목표로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