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만든 '집콕' 생활… 집순이·집돌이의 건강점수는

[정심교 기자] 입력 2020.03.20 15.33

잘못된 자세, 스트레스 막고 낙상사고 조심해야

한 남성이 집에서 TV를 시청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 자생한방병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일상 속 생활 문화를 바꾸고 있다. 이른 귀가,  재택근무, 자가격리 등으로 '의도치 않게'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집이 최고'란 말이 무색하게 집안에서 척추에 좋지 않은 자세를 계속 유지하거나 실내 낙상, 스트레스 등 건강상 좋지 않은 영향을 의외로 끼칠 수 있다. 자생한방병원 박상원 원장의 도움말로 이러한 증상의 원인·해결책을 알아본다.

TV·PC 볼 때 자세, 척추건강에 직결

집콕 문화의 확산과 함께 증가한 건 TV·PC의 사용량이다. 시청률 조사기관 TNMS의 조사 결과, 올해 2월 하루 평균 TV 시청 시간은 전년 대비 40분 이상 늘었다. 재택근무, 원격 강의, 게임 등의 수요가 커지면서 같은 기간 오픈마켓의 PC 부품 판매량도 약 32%나 증가했다.

그러나 TV·PC 사용량 증가는 척추에 무리를 줄 수 있다. TV·PC 사용 시 취하기 쉬운 자세 때문이다.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보다 보면 비스듬히 누운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PC를 사용할 때에도 키보드·마우스에 손을 올린 채 모니터를 보기 위해 허리를 구부리고 목을 앞으로 내미는 자세를 자신도 모르게 취할 수 있다. 이러한 자세는 척추가 수직으로 받는 하중을 분산시키는 S자형 척추 만곡을 흐트러뜨린다. 이는 척추에 가해지는 압박을 높이고 장시간 유지되는 경우 척추 주변 근육과 인대에 손상을 야기해 허리·목 통증, 심하면 디스크(추간판) 질환까지 일으킬 수 있다.

박 원장은 "소파보다는 단단한 의자에 최대한 밀착해 앉는 게 좋고, 허리·목 부위에 쿠션을 넣어주면 척추의 S자형 만곡을 유지하는 데 도움된다"며 "1시간에 한번은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목·어깨 등을 스트레칭해 근육 긴장을 풀어주면 좋다"고 말했다.
 

TV와 PC를 사용할 때는 최대한 엉덩이를 의자에 밀착해 허리를 꼿꼿이 세우는 게 좋다. [출처 자생한방병원]

‘확찐자’의 늘어난 살, 척추·관절은 괴로워

봄을 맞아 활동량이 늘어나는 시기이지만 체육관, 수영장 등 다중이용시설들이 문을 닫으면서 예년과 비교해 신체 활동량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운동부족이 이어지다 보니 갑작스레 체중이 증가한 이들도 늘어났다. 이들을 요즘 상황에 빗대어 비유하는 말로 ‘확찐자’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비만은 당뇨병, 심혈관 질환과 함께 성인병을 부르는 만병의 근원으로 알려져 있다. 또 비만은 허리디스크(요추 추간판탈출증), 관절염 등 근골격계 질환을 높이는 위험요소다. 몸무게가 늘수록 신체를 지탱하는 척추·관절이 많은 부담을 받아서다. 운동량이 적어지면 근육량은 감소하고 관절에 가해지는 하중은 늘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한방에선 이러한 악순환을 막기 위해 한약 복용과 침 치료를 병행한다. 한약을 통해 체내 불순물인 습담을 배출시키고 침 치료로 기혈순환을 원활히 해 신진대사를 촉진한다. 비만으로 척추·관절이 손상되면 추나요법으로 비틀린 뼈와 근육·인대에 가해지는 비정상적인 압력을 바로잡고 약침을 통해 손상된 추간판·연골의 재생력을 강화한다.

안전사고 1위 장소는 '집안'

행정안전부·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안전사고의 55.5%가 집안에서 발생했다.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장소인 집에서 가장 많은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최근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사고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주택 안전사고 요인으로는 추락·미끄러짐 등 낙상사고의 비중이 제일 컸다. 흔히 낙상이라고 하면 빙판길 등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야외에서 벌어지는 사고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집에서도 욕실 바닥의 물기, 가구의 돌출부 등 낙상을 일으킬 위험요소는 곳곳에 있다.

상대적으로 균형감각이 부족하고 뼈가 약한 어린이·노인은 낙상 시 손목·발목·골반·무릎 등에 골절상이 발생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아이는 자칫 성장판이 손상될 수도 있다. 대부분의 낙상은 미미한 정도의 염좌나 타박상에 그치지만 이후 적절한 조치를 통해 빠른 회복이 가능하다.

낙상 직후에는 외상 부위가 붓고 열이 나게 되는데 이때는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냉찜질을 통해 붓기와 염증부터 가라앉히는 것이 좋다. 근육의 긴장을 풀고 혈액순환을 돕는 온찜질은 그 이후에 시행한다. 그러나 일주일 이상 지나도 통증에 차도가 없는 경우 의료진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을 추천한다.
 

집에서 받는 ‘스트레스’…자가격리자 건강악화 우려

재택근무, 육아 등의 이유로 오랜 기간을 집안에서만 보내는 생활도 건강에 좋지만은 않다. 특히 확진자와 접촉해 검사 이후에도 한동안 자가격리를 유지해야 하는 사람은 사회와 단절된 느낌과 함께 감염에 대한 불안감이 더해져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러한 스트레스가 반복적으로 이어지면 정신·신체 건강에 모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많은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아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없어질 것이라 여겨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적절한 관리 없이 스트레스를 방치하면 불안·초조·우울·불면·탈모 등으로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 증상이 발현돼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생활 패턴에 전반적인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자생한방병원 박상원 원장

박 원장은 "한방에선 스트레스가 가진 화(火)의 기운이 쌓이면 기혈순환을 방해하고 몸에 해로운 영향을 끼치므로 취미 활동을 하거나 명상·독서 등 혼자만의 여유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해야 한다"며 "집에 있다고 해서 건강에 신경 쓰지 않으면 집 안에 머무는 노력의 의미가 없어지는 만큼 집 안에서라도 스트레칭·체조 등으로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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