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성 고혈압, 복강경으로 신장 교감신경 차단해 치료

[박정렬 기자] 입력 2020.03.19 11.03

서울대, 포스텍 공동 연구팀 국제 학술지 논문 게재

내과적 치료로는 한계가 있었던 저항성 고혈압의 새로운 해결책이 제시됐다.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정창욱, 최의근 교수와 포스텍 박성민 교수는 신장 교감신경을 차단해 혈압을 조절하는 새로운 복강경 기술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정창욱 최의근 박성민 교수(왼쪽부터) 사진 서울대병원

전 세계 성인의 약 40%는 고혈압 환자로, 연간 1000만 가량이 이로 인해 사망한다. 고혈압 환자의 10%는 3가지 이상의 고혈압 약으로도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저항성 고혈압이다. 흔히 '난치성 고혈압'이라고도 불린다. 치료가 어려운 만큼 뇌졸중, 심혈관질환 등 혈관 질환의 위험이 일반 고혈압보다 크다.

기존 연구를 통해 신장 교감신경을 차단하면 혈압이 조절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교감신경이 활성화하면 혈압이 오르는데, 저항성 고혈압 환자는 이 교감신경이 망가져 사소한 자극에도 쉽게 흥분된다. 이를 수술을 통해 인위적으로 낮추는 것이다. 30~40종의 교감신경은 각각 맡고 있는 역할이 달라 일부를 차단해도 다른 교감신경의 역할이 저하되지 않는다. 

1930년대 미국에서는 환자의 배를 짼 후 신장 교감신경을 잘라내는 방식으로 저항성 고혈압을 치료했다. 최근에는 혈관 속으로 카테터를 넣고 신장 동맥 외벽으로 지나가는 교감신경을 차단하기 위한 시도가 활발했다. 하지만, 환자의 절반가량은 3mm 이하로 작은 동맥을 가져 카테터를 사용할 수 없고, 교감신경의 약 30%는 동맥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카테터로 모든 교감신경을 차단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서울대·포스텍 공동 연구팀은 발상의 전환으로 이런 문제를 극복했다. 혈관으로 접근하지 않고 체외에서 복강경 수술 장비를 삽입해 치료하는 기법을 고안했다. 신장 동맥을 외부에서 360도로 감싸고, 전기 에너지를 일정한 온도로 신경에 전달하는 인공지능형 스마트 제어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혈관 손상은 최소화하면서 동맥벽 근처의 교감신경뿐만 아니라 거리가 떨어진 곳의 신경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신개념 기술이다. 
 

서울대·포스텍 공동 연구팀이 개발한 난치성 고혈압 치료의 새로운 복강경 수술 장비와 기법 모습. 사진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4마리 돼지의 양측 신장에 새로운 방법의 신경차단술을 7건을 시행한 결과 효과적으로 교감신경이 차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돼지의 신장은 인간의 그것과 크기, 위치가 매우 비슷해 검증을 위해 이용했다. 정창욱 교수는 “최초 연구 이후 계속 진행한 동물시험과 장기간 대동물 생존연구에서 치료군과 대조군의 혈압 변화 차이가 매우 극적이었다. 이 정도의 결과를 보고한 연구성과는 현재까지 없었다”고 말했다.

최의근 교수(순환기내과)는 “신장 신경조절을 통해 고혈압 및 부정맥 질환을 조절할 수 있다면 치료 패러다임의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향후 동물실험과 임상연구 결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질환극복기술개발사업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는 혁신성을 입증 받아 국제 학술지 ‘비뇨임상연구(Investigative and Clinical Urology) 최근호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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