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피부에 바르는 항생제, 증상에 따라 다르다?

[정심교 기자] 입력 2020.02.07 17.13

#113 바르는 항생제 올바른 사용법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세균 감염에 쓰이는 약이 항생제죠. ‘항생제’ 하면 흔히 알약 형태의 먹는 약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런데 피부에 바르는 방식의 항생제도 있습니다. 베이거나 긁힌 상처, 경미한 화상 등으로 인한 피부 감염을 예방·치료하는 데 바르는 항생제가 사용됩니다. 그런데 바르는 항생제도 증상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이번 약 이야기에선 ‘바르는 항생제 올바른 사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바르는 항생제를 알려면 항생제의 ‘적’인 세균의 정체부터 알아야겠죠. 세균은 자신이 활동에너지를 얻고 종족을 번식시키기 위해 단백질을 합성하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타인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벽을 친다’는 말이 있죠. 세균도 마찬가지입니다. 세균은 세포벽·세포막 같은 보호막이 있어 외부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 합니다.
 
이 같은 세균은 보통 그람 염색법(Gram staining)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람 염색법은 1884년 덴마크 의사 한스 크리스티안 그람이 고안한 특수 염색법입니다. 염색 작업을 거쳐 세균이 보라색으로 변하면 그람 양성균, 빨간색으로 변하면 그람 음성균으로 분류합니다. 그람 양성균엔 폐렴균, 포도상구균, 연쇄상구균 등이 있으며 그람 음성균엔 콜레라균, 대장균, 티푸스균 등이 있습니다.
 
세균 증식 막거나 구성 성분 파괴
바르는 항생제는 이 같은 세균의 특징을 파악해 그람 양성균·음성균에 따라 단백질 합성을 억제·차단하거나 보호막을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세균의 활성화를 막아냅니다.
 
바르는 항생제 가운데 세균의 단백질 합성을 막아내는 성분(세균 증식 억제)은 푸시딘산과 겐타마이신·무피로신, 세균 보호막을 무너뜨리는 성분(세균 구성 성분 파괴)은 바시트라신과 폴리믹신B가 대표적입니다. 푸시딘산과 바시트라신은 그람 양성균에, 폴리믹신B는 그람 음성균에, 겐타마이신과 무피로신은 그람 양성균과 음성균 모두에 작용합니다.
 

피부에 항생제를 바를 땐 우선 손을 깨끗이 씻고 병변을 깨끗이 닦은 뒤 연고를 소량 짜 1일 1~3회 바릅니다. 필요에 따라 밀봉 요법도 실시할 수 있습니다. 밀봉 요법은 상처부위에 항생제를 바른 뒤 멸균 거즈를 덮거나 비닐장갑을 끼는 등의 방식을 말합니다. 단, 이 경우 밀봉 부위의 온도와 습도가 오르면 항생제의 피부 투과율이 증가해 부작용 발생 위험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바르는 항생제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다섯 가지 유의사항을 짚어봅니다. 
 

Check 1. 증상에 맞는 성분을 찾으세요
바르는 항생제는 성분에 따라 효과가 다를 수 있습니다. 증상에 맞게 정확히 사용하는 게 중요합니다. 퓨시드산·겐타마시이신·무피로신은 농가진(세균에 감염돼 물집과 고름 딱지가 생기는 질환), 종기, 모낭염(세균 감염으로 모낭에 생긴 염증성 질환), 상처·화상에 의한 세균 감염증에, 바시트라신은 상처·화상에 의한 세균 감염증을 치료할 때 적합합니다. 폴리믹신B는 베이거나 창상?화상으로 인한 감염증 예방에 좋습니다. 원인 모를 피부 병변이 금방 사라지지 않으면 세균 감염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전문의와 상담해 병변 원인부터 파악해 맞는 약을 선택해야 합니다.
 

Check 2. 사용 기간을 지키세요
세균은 항생제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빠르게 변화합니다. 같은 종류의 항생제를 오래 사용하면 세균이 그 항생제에 내성이 생겨 약효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바르는 항생제의 치료 기간은 1주일 이내입니다. 이 기간을 넘겨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사용을 중단하고 의사 또는 약사와 상의하는 게 좋습니다.
 
Check 3. 너무 넓게 바르지 마세요
바르는 항생제는 작고 경미한 상처에만 사용하는 ‘국소 외용제’입니다. 부위 주변으로 약을 너무 넓게 바르면 피부 내 흡수율이 증가해 전신 독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아미노글리코사이드계 항생물질인 겐타마이신·네오마이신을 함유하고 있는 항생제를 넓게 바르면 난청, 약물성 신장 장애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Check 4. 임산부?신생아는 한 번 더 확인하세요
임산부와 태아에 대한 바르는 항생제의 안전성은 확립되지 않았습니다.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 치료상 유익성이 위험성보다 크다고 판단할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이용합니다. 수유 중인 경우 모유를 통해 약이 아기에게 전달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수유 기간엔 바르는 항생제 사용을 중단하는 게 권장됩니다. 1세 미만의 아기도 바르는 항생제를 되도록 사용하지 않아야 합니다. 간 기능이 미숙해 간 기능 장애가 나타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수유 중인 여성과 1세 미만의 아기의 경우 바르는 항생제 사용 여부를 의사와 상의해야 합니다.
 
Check 5. 사용설명서를 함께 보관하세요
바르는 항생제는 보관법도 중요합니다. 다른 용기에 옮겨 담으면 약효가 유지되기 힘들 수 있습니다. 원래 용기에 그대로 담아 사용하고, 사용 후 공기와의 차단을 위해 뚜껑을 꼭 닫습니다. 개봉 후 오래된 약은 효능이 떨어지거나 공기 중 세균에 감염됐을 위험이 있습니다. 개봉 일자를 적어두고 변색됐거나 유효기간이 지난 경우 과감히 버려야 합니다. 사용설명서는 바르는 항생제와 함께 보관합니다. 버리는 약을 일반 쓰레기와 함께 버리면 하천 등에 유입돼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가까운 약국에 비치된 ’폐의약품 수거함’에 버립니다.
 
도움말: 식품의약품안전처 종양약품과 최경숙 보건연구관, 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 (jh@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