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로봇 협력한 맞춤형 무릎 인공관절 수술 정밀도·안전도 높다

[이민영 기자] 입력 2019.12.23 09.11

세란병원 인공관절센터 궁윤배 부장

마코(MAKO) 로봇수술
무릎 인공관절 수술의 완성도는 수술의 정밀함에 달렸다. 무릎은 3개의 뼈(대퇴골·경골·슬개골)가 맞물리는 부위로 주변 근육·인대의 장력에 따라 무릎의 가동 범위와 통증이 달라진다. 구조가 복잡하다. X선상 수술은 성공적이어도 환자가 느끼는 만족감은 1~2㎜의 미세한 조정에 따라 달라진다. 최근 인공관절 수술에서 ‘마코(MAKO)’ 로봇 인공관절 수술이 확대되고 있는 배경이다. 세란병원 인공관절센터 궁윤배 부장(사진)은 “마코는 숙련된 의사의 수술 기술에 로봇의 정확함을 더한 의료진과 로봇의 협력 수술”이라며 “난도 높은 인공관절 수술에서 오차 범위를 줄여준다”고 말했다. 
 

-마코 로봇수술이 정밀한 이유는.
 
“무릎 인공관절 수술의 완성도는 고관절에서 발목에 이르는 하지의 정렬 축을 얼마 만큼 정확히 바로잡아 인공관절을 끼워 넣느냐에 달렸다. 먼저 수술 범위를 정확히 계산하는 것이 관건이다. 마코 로봇수술에서는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하지 정렬 축 전체를 보며 맨눈으로는 확인이 힘든 무릎 뒤쪽까지 파악한다. 그런 뒤 3D 시뮬레이션으로 미리 수술해 보면서 올바른 정렬 축의 좌표를 도출한다. 몇 도 범위에서 뼈를 절삭할지, 전체 절삭하는 뼈의 두께는 어느 정도로 할지 등을 계산한다. 시야가 넓어지는 만큼 수술 정확도는 높아진다.”
 
-일반 인공관절 수술과 차이점은.
 
“일반 인공관절 수술을 할 땐 X선 촬영을 한 뒤 무릎 쪽을 절개해 맨눈으로 보면서 해부학 공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절삭 범위와 인공관절 삽입 위치를 결정한다. 또 수술 시 뼈나 골수에 기구(절삭 가이드 등)를 박고 이를 이동해 가며 뼈를 절삭한다. 반면 마코 로봇으로 할 땐 관절 축을 기계적으로 계산해 주기 때문에 결과값에 맞게 수술하면 된다. 별도의 기구를 박을 필요 없이 정밀한 로봇팔로 관절뼈를 과일 껍질 벗기듯 깎아낸다. 마코 로봇은 일반 수술보다 정확도가 높아져 1~2㎜ 범위의 오차도 민감하게 잡아낼 수 있다.”
 
-이런 차이가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수술이 정교해지면 근육·힘줄 등 주변의 정상 조직을 덜 건드린다. 수술 후 통증이 적고 출혈도 막을 수 있다. 마코 로봇수술은 출혈이 적다 보니 무수혈 수술이 수월하다는 이점이 있다. 고령 환자에서 무수혈로 수술할 경우 세균 감염률이 현저히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재활 기간도 짧아졌다. 권위 있는 국제 정형외과 저널인 ‘JBJS(Journal of Bone&Joint Surgery)’에 지난해 실린 연구에 따르면 마코는 수술 후 회복 시간이 20시간으로 일반 인공관절 수술(31시간)보다 11시간 단축됐고, 회복 후 운동 가능 범위는 104도로 기존(93도)보다 커졌다. 수술 후 물리치료 횟수도 5회로 기존의 절반 이하였다. 임상 경험상 마코 로봇 인공관절 수술을 시행하고 나서는 2주 안에 환자가 퇴원하는 편이다. 환자 본인이 보행에 특별히 무리가 없다고 느끼기 때문에 빨리 퇴원할 수 있다.”
 
-기존에는 로봇수술이 없었나.
 
의사가 마코 로봇팔을 잡고 수술하는 모습.

의사가 마코 로봇팔을 잡고 수술하는 모습.


“기존에도 로봇수술은 있었다. 하지만 기존 로봇수술은 한번 좌표를 정하면 프로그래밍돼 있는 대로만 뼈를 절삭하기 때문에 의사가 수술 도중 수정할 수 없다.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처럼 로봇에 모든 움직임을 맡기기 때문에 프로그램대로만 작동한다. 반면 마코 로봇수술은 의사가 로봇팔을 잡고 수술한다. 수술방에서 의사가 뼈 주변 인대와 힘줄의 신축력을 직접 확인해 가면서 당초의 수술 계획을 유연하게 수정해 절삭 범위를 미세하게 수정하고 다듬는다. 근육의 장력은 영상 촬영에서는 보이지 않으므로 의사가 수술하면서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한다. 뼈 주변 인대·힘줄 등의 신축력을 고려하지 않고 절삭하면 무릎이 맞물려 움직일 때 특정 부분이 타이트하거나 느슨해 움직일 때 불편할 수 있다. 신발 모양은 예쁜데 정작 걸었을 때 발이 불편한 것과 같다.”
 
-인공관절 수술이 힘들었던 환자에게 마코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기존에 사고로 이미 뼈가 틀어져 있거나 골절이 있어 금속 플레이트와 나사 등이 박혀 있는 환자에게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일반 인공관절 수술의 경우에는 수술에 필요한 장비를 틀어진 뼈에 박고 수술하기가 어렵다. 또 금속 플레이트나 나사 등은 모두 제거하고 뼈가 아문 뒤에 2차 수술을 해야 한다. 마코는 골수에 수술 기구를 박지 않고, 금속 플레이트나 나사가 있더라도 수술이 들어갈 자리의 장치만 제거해 바로 수술하면 된다.”
 
-인공관절 수명에도 영향을 미칠까.
 
“인공관절의 수명에 영향을 주는 것은 ‘관절의 정렬’과 ‘관절의 간격’이다. 관절 축이 곧아야 하중이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인공관절에 무리가 덜 간다. 또 인공관절과 무릎뼈 사이의 관절 간격이 불균형할 경우 타이트한 쪽의 인공관절이 빨리 닳는다. 마코 로봇 인공관절 수술은 정확한 계산을 바탕으로 두 가지를 맞추기 때문에 인공관절 수명 연장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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