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 시한폭탄 ‘뇌동맥류’, 파열 전 발견하면 완치율 92%

[김선영 기자] 입력 2019.11.29 10.19

갑작스런 두통 느껴지면 무시말고 병원 찾아 검사 받아야

뇌동맥류는 뇌혈관이 꽈리처럼 부풀어 오른 상태를 말한다.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3분의 1이 사망에 이른다.  뇌동맥류를 머릿속 시한폭탄이라 부르는 이유다. 그러나 질병의 심각성에 비해 일반인의 인지도는 낮은 편이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장동규 교수는 “뇌동맥은 몸속의 다른 동맥과 달리 혈관 주위 조직이 없고 뇌척수액이나 매우 부드러운 뇌조직에 직접 쌓여 있다. 실시간 혈압의 변화에 따라 일정한 뇌혈류의 유지를 위해 혈역학적인 스트레스가 많다”며 “특히 분지부위나 혈관이 굽은 부위에 혈관 근육층에 결함이 잘 생겨 서서히 부풀게 되는데 이를 뇌동맥류라고 한다”고 했다.

국내 뇌동맥류 환자는 매년 증가 추세다. 최근 건강보험공단 연구자료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1~3.2% 정도가 뇌동맥류가 있고, 매년 10만 명당 약 52명 정도가 새롭게 발병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뇌동맥류, 전조증상 없어 더 위험

뇌동맥류는 연령이 증가할수록 발생 가능성이 크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약 1.6배 많이 발생한다. 고혈압은 1.5배, 심장질환은 2배, 뇌졸중 가족력은 1.8배 뇌동맥류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보고가 있다. 흡연도 위험인자다. 흡연으로 인한 뇌동맥류 크기 증가 확률은 1.45배다.

문제는 뇌동맥류 파열은 특별한 전조 증상이 없어 발병 전 대비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뇌동맥류 파열 환자 대부분은 혈관이 터지기 전까지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혈관이 터졌을 때는 망치로 얻어맞은 것처럼 평생 경험해보지 못한 갑작스럽고 극심한 두통을 느끼게 된다.

최초 뇌동맥류 파열 시 출혈이 한꺼번에 두개강 내 뇌지주막하 공간으로 흘러나오게 되는데, 파열 시 뇌혈관이 받는 압력의 크기에 따라 출혈의 양이 결정된다. 이때 극심한 두통부터 혼수 상태 및 사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이 발생한다. 같은 뇌동맥류 파열 환자라도 고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상태에서 파열되면 병원 내원 전 사망 가능성이 더 커진다. 
 

CT뇌혈관조영술·MR뇌혈관조영술로 발견

뇌동맥류는 보통 뇌혈관 MR이나 CT 등 선별검사로 발견할 수 있고, 이후 카테터뇌혈관조영술로 최종 진단을 내린다. 카테터뇌혈관조영술은 대퇴동맥이나 우측 요골동맥을 통해 도관을 뇌동맥 내에 집어넣고 조영제를 주입하면서 촬영하는 침습적인 검사다.

뇌동맥류가 파열된 경우 재출혈을 막으려면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반면에 비파열성 뇌동맥류는 연간 파열 위험성을 산정하고 치료에 의한 재발률 및 합병증의 가능성과 치료 전 환자 나이 및 전신 상태를 고려해 치료를 결정한다.

뇌동맥류의 치료 방법은 수술과 보존적 치료가 있다. 수술적 치료법은 크게 두개골을 절개해 뇌동맥류의 입구를 클립으로 결찰해 혈류가 뇌동맥류 안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결찰술과 매우 가는 백금코일을 미세도관을 통해 뇌동맥류 안으로 채워 넣어 혈류의 유입을 차단하는 코일색전술과 같은 뇌혈관내수술로 나뉜다. 예전에는 개두술이나 결찰술이 전통적으로 많이 시행됐지만 2000년대 들어 뇌혈관내수술 기법이 발달하면서 현재는 비슷한 빈도로 시행되고 있다.

일단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뇌지주막하출혈이 발생하는데 이 경우 약 8%는 병원 오기 전, 약 18%는 병원 도착 후에 사망에 이른다. 약 55%만이 자발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예후가 매우 좋지 않다. 장 교수는 “뇌동맥류가 파열되기 전 치료할 경우 약 92%의 환자들이 완치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뇌동맥류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과 함께 금연·절주, 체중 감량, 저염식 등 생활습관 개선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갑작스럽게 극심한 두통이 생길 경우 즉시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거나 진료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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