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담 와서 근이완제 먹었나요? 운전대 잡지 마세요

[김선영 기자] 입력 2019.11.15 17.33

#104 적절한 근육이완제 복용·투여 방법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근육이 자주 뭉치고 경직돼 통증을 호소하는 현대인이 많습니다. 이때 복용할 수 있는 약이 근육이완제입니다. 담이 와서 갑자기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아플 때 효과적이어서 ‘담약’이라고도 불리죠. 근육이완제는 담 걸렸을 때뿐만 아니라 마취 시에도 사용되는 등 쓰임새가 다양합니다. 이번 주 약 이야기에선 근육이완제의 종류와 복용·투여 시 주의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중추성, 뇌에 작용해 간접적으로 근육에 영향
근육이완제는 말 그대로 근육 이완 효과가 있는 약입니다. 근육을 풀어주는 약이죠. 약리 작용에 따라 크게 중추성·말초성 근이완제 두 가지로 구분합니다. 감각기관이 자극을 받으면 신경계는 그 자극에 대한 반사 반응을 내보냅니다. 중추성 근이완제는 신경계에 있는 감각기관과 운동 반응을 이어주는 신경세포에 작용합니다. 신경 자극을 차단함으로써 근육이 풀어지는 효과를 내는 것이죠.
 
중추성 근이완제는 근육이 경직(긴장)되거나 담 걸렸을 때, 근육통, 근육 경련이 있을 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신경을 많이 써 긴장 상태가 되면 머리 주위 근육이 수축해 긴장성 두통이 발생하는데요, 뒷머리를 중심으로 목, 어깨 등이 아픈 게 특징이죠. 긴장성 두통이 생겼을 때 중추성 근이완제를 복용하면 수축한 근육이 풀리면서 통증이 감소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약국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중추성 근이완제는 '클로르족사존' 성분입니다. 클로르족사존은 진통제인 아세트아미노펜과 복합제 형태가 많습니다. 중추성 근이완제는 뇌에서 작용하기 때문에 졸음이나 어지럼증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운전이나 야간작업, 기계 조작 시 주의가 필요하며 졸음을 유발할 수 있는 항히스타민제, 수면제, 종합감기약 등 다른 약을 복용할 땐 미리 의사·약사와 상의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클로르족사존과 아세트아미노펜이 함유된 약은 아세트아미노펜의 일일 최대 복용량(4000㎎)을 초과하면 간 손상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아세트아미노펜이 들어 있는 다른 약과 함께 먹어선 안 됩니다. 또한 매일 석 잔 이상 술을 마신 사람이 복용해도 간 손상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한 후 복용 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습니다.
 

말초성, 근육에 직접 작용해 마취할 때 쓰여
반면에 말초성 근이완제는 신경과 근육이 만나는 부위에 작용합니다. 이 약은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과 화학구조가 유사한데요, 아세틸콜린은 대뇌에서 나온 신경이 근육과 연결되는 부위인 신경근 접합부에서 근육의 수축을 일으킵니다. 말초성 근이완제는 신경에서 분비된 아세틸콜린이 근육에 있는 신경전달물질 수용체에 결합하는 것을 차단함으로써 근육이 이완되는 원리입니다.
 
뇌에 작용해 간접적으로 근육에 영향을 미치는 중추성 근이완제와 달리, 말초성 근이완제는 근육 자체에 직접 작용하기 때문에 근육이 완전히 풀리게 됩니다. 이로 인해 주로 수술 시 마취 용도로 쓰이며 주사제로 돼 있습니다.  
 

특히 전신 마취를 할 때는 마취제와 말초성 근이완제를 함께 사용합니다. 마취제는 의식과 감각만 제거해 마취 후에도 근육의 힘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그러다 보니 근육이 긴장돼 있어 의사가 근육이 많은 곳은 수술하기 어려웠죠.
 
예전에는 마취제 양을 늘려 근육 이완을 유도했지만 마취제 과량 사용으로 부작용이 발생하고 근육이 완전히 풀어지지 않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근이완제가 도입되고 나서야 비로소 인체의 깊숙한 곳까지 수술할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전문의약품으로 쓰이는 근육이완제는 신체적·정신적 의존과 금단 증상을 일으킬 수 있어 장기간 사용에 주의해야 합니다. 소아와 임부·수유부에게는 당연히 신중히 투여해야 하죠. 특히 근육이완제를 복용하는 동안에 술을 마시면 과도하게 진정 작용이 나타나 저혈압이 발생할 수 있어 복용 중 금주할 것을 권합니다.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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