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 조리 1순위 식품 ‘미역국’ 하루 반 그릇이면 영양 충분

[김선영 기자] 입력 2019.10.31 11.02

미역국 속 요오드 섭취 ‘과유불급’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선 출산 후 해조류인 미역국을 먹는 전통이 있다. 미역국은 이제 미국 병원에서도 산후 조리 기간에 특별식으로 제공될 정도로 영양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미역국이 출산한 산모에게 좋은 음식임은 분명하지만 너무 많이 먹으면 해가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인제대 상계백병원 산부인과 서용수 교수의 도움말로 적정 섭취법을 알아봤다.

미역국이 산욕기에 좋은 음식인 이유는 미역이 요오드를 많이 포함하고 있는 식품이라서다. 요오드를 함유하고 있는 식품은 흔한 편이 아니다. 요오드의 하루 섭취 권장량은 150ug이지만 임신부는 220ug, 출산 후엔 290ug다. 요오드는 갑상샘 호르몬의 주 재료다. 갑상샘 호르몬이 태아와 신생아의 중추신경계와 뼈 발달에 중요하기 때문에 임신 기간과 출산 후 요오드 섭취 권장량이 증가하는 것이다. 특히 신생아는 모유를 통해서만 요오드를 섭취할 수 있어 모유 수유를 하는 사람은 요오드를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미역에는 다른 영양 성분도 많이 함유돼 있다. 섬유질이 풍부하고 알긴산이 들어 있어 출산 후 산모에게 흔히 발생하는 변비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탄수화물 비율이 적은 저칼로리 식단에 좋으며 산욕기에 꼭 필요한 철분과 칼슘도 풍부하다. 신체 저항력을 강화하고 신체 조직 재생과 철분 흡수에 도움이 되는 비타민 A, C도 풍부하다. 미역국과 함께 조리하는 소고기와 조개류 또한 철분과 아미노산이 들어있어 탁월한 식사라고 볼 수 있다.

인제대 상계백병원 산부인과 서용수 교수는 “임신부가 갑상샘기능저하증인 경우에 태아는 IQ 저하와 작은 키가 주요 증상인 ‘크레틴증’이라는 선천성 질환을 갖고 태어나게 된다”며 “뇌 발달은 태아기부터 시작돼 출생 후에도 몇 년간 계속되는데 이 시기에 갑상샘 호르몬은 매우 중요하다. 요오드가 부족하면 갑상샘 호르몬이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잉 섭취 시 갑상샘 호르몬 생산 줄어

그러나 요오드는 과다 섭취하면 문제가 되는 영양소다. 요오드를 과잉 섭취하면 울프-카이코프 효과에 의해 갑상샘 호르몬 생산이 감소하게 된다. 이 효과는 실제로 갑상샘기능항진증 환자의 갑상샘 중독 발작 치료에 요오드를 투여하는 원리로 이용된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하루 섭취 권장량의 두 배 이상을 섭취하지 말 것을 권장한다. 하루 500ug 이상 또는 1000ug을 기준으로 하기도 한다. 미역국 한 그릇에는 미역의 양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700ug 이상의 요오드가 들어 있다. 게다가 평소 섭취하는 음식에도 요오드를 포함하는 것이 있는데, 생선 한 토막 당 평균 60ug, 큰 김 한 장 70ug, 우유 한 컵 60ug 등의 요오드가 들어 있다. 거의 모든 종합 비타민제에도 150ug 정도 함유돼 있다.

서용수 교수는 “최근 요오드 과량 섭취의 문제점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산모들이 미역국 섭취에 대해 혼란스러워 한다”며 “출산 후 매일 먹는 미역국은 하루에 반 그릇 정도면 영양 공급에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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