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균을 통한 장벽강화 그리고 최근 주목받는 장벽 흡착성

[권선미 기자] 입력 2019.11.06 09.18

효과 좋은 프로바이오틱스의 조건

우리 몸의 최대 면역기관은 장(腸)이다. 신체 면역력을 좌우하는 면역세포의 80%는 장에 몰려있다. 꾸불꾸불한 장을 펼친 표면적(400㎡)은 테니스장 두 개를 합친 것만큼 넓다. 몸을 지켜주는 면역력을 높이려면 무엇보다 영양소를 소화·흡수하는 장이 건강해야 한다.

그동안 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을 섭취하면 장에서 제 기능을 다 한다고 믿었다. 적어도 장까지 살아서 도달하게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 유산균은 제 몫을 다할까.

그동안 간과했던 게 있다. ‘장벽 흡착성’이다. 유산균이 장까지 살아서 간 후엔 장벽에 단단하게 붙어서 증식하는지가 중요하다. 우리가 유산균을 섭취하는 건 결국 이를 위해서다. 치밀하지 못한 장벽은 약해지면서 음식 부산물, 항원, 독소 등으로 인해 장내 유해균을 단숨에 증가시켜 장벽 약화를 가속화하기 때문이다. 

이젠 장벽 흡착성을 강화한 유산균에 주목한다. 유산균 섭취의 의미, 그리고 유산균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한 요소인 생존율과 장벽 흡착성에 대해 알아본다.
 

외식·간편식 등 영양 불균형으로 장내 환경 나빠져
건강한 장에는 유익균과 유해균의 비율이 8대 2 정도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유익균은 장벽을 뚫고 침입하는 유해균의 공격을 막으면서 면역체계를 강화한다. 문제는 영양 불균형이다. 장내 환경은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유익균은 줄고 유해균이 늘면서 면역세포가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는 장벽이 서서히 약해진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나쁜 식습관으로 인한 영양소 불균형이 암·고혈압·당뇨병 같은 질병 부담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배부르게 먹었다고 잘 먹은 것이 아닌 이유다. 최근엔 외식·간편식 섭취가 빈번해지면서 균형 잡힌 식생활을 실천하는 비율이 줄고 있다. 장의 연동운동을 촉진하는 채소·과일 섭취량이 줄면서 유해균 증식이 늘어난다. 실제 국민건강영양조사(2016)에 따르면 건강 식생활 실천율은 37.6%에 불과했다. 

장 건강을 돕는 프로바이오틱스는 다양한 유산균을 통칭한다. 그런데 프로바이오틱스이라 다 똑같은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프로바이오틱스마다 ▶위산·담즙을 견디는 안정성 ▶장 점막의 접착능력 ▶점막 접착 방법 ▶유해균의 장 점막세포 침투 억제력 ▶항생물질 생산능력 ▶최종 대사 산물 등이 조금씩 다르다. 당연히 프로바이오틱스 균주(Strain)마다 장 건강 개선 효과에도 차이를 보인다. 보건복지부도 프로바이오틱스의 효과는 균주마다 다르므로 각각의 효능을 구분해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실제 복용하는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이 장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 등 효과 검증이 중요하다. 각각의 프로바이오틱스 균주는 좋더라도 상호작용으로 기대만큼 건강 효과가 떨어질 수 있어서다. 다양한 임상으로 효과를 입증한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이 중요한 이유다. 
 

약해지는 장벽 강화해 장내 환경 개선
장벽의 면역 기전을 강화하는 ‘락토바실러스 플라타륨 299v(Lp299v)’라는 프로바이오틱스를 살펴본다.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륨 균주 중 299번째 균주다. 프로바이오틱스 균주는 같은 계열의 균주라도 세부 종류에 따라 기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전문적인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원한다면 정확한 균주의 일련번호를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왜 그럴까. 우선 Lp299v는 위산·담즙을 견디는 능력이 뛰어나다. 장까지 살아서 도착했을 때 장벽에 착 달라붙어 유해균이 장벽에 붙지 못하게 막고, 유익균이 증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장 안쪽 벽에는 외부 물질을 받아들이는 ‘수용체’가 존재한다. Lp299v는 그중 만노스(mannose, 탄수화물 성분의 단당류)란 수용체와 잘 부착하는 성질이 있다. Lp299v가 대장균·살모넬라균보다 먼저 만노스 수용체와 결합하면 유해균들이 장내에 정착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된다. 장벽에 촘촘하게 달라붙는 Lp299v의 상피흡착 특성은 유럽·미국을 비롯해 국내에서 특허로 인정받았다. 

약해진 장벽을 강화하는 효과도 한다. 이렇게 유익균 증식을 도와 튼튼해진 장벽은 위장관 차단벽(GIB)을 형성한다. 일종의 검문소다. 유익한 영양소는 장벽을 통과해 장 상피세포를 통해 흡수하고, 몸에 나쁜 물질은 걸러낸다. 

Lp299v가 장 건강을 효과적으로 개선했다는 임상연구도 있다. 프랑스 루앙대학병원 소화기내과 필립 교수팀은 변비·설사·더부룩함·아랫배통증 같은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앓는 환자 105명에게 4주간 Lp299v가 주원료인 프로바이오틱스를 하루 1캡슐씩 먹게 했다. 그 결과, 환자의 78%가 과민성대장증후군 증세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World J Gastroenterol, 2012).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은 보관에도 신경써야 한다. 일반적으로 살아있는 균을 함유하고 있어 외부 환경 변화에 민감하다. 섭취 전 보관하는 온·습도에 따라 변형하거나 사멸할 수 있다. 따라서 알루미늄 밀폐 포장으로 빛·공기를 차단해 온·습도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 온도 30도, 습도 75%의 상온에서 프로바이오틱스 포장법에 따른 균주 함량을 비교하는 실험을 했더니 일반적인 플라스틱 포장은 330억 마리던 프로바이오틱스가 24개월 후 1억 3000만 개로 0.5% 이하로 줄었다. 반면 알루미늄 포장은 380억 개에서 180억 개로 50% 가까이 보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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