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치료제 '피나스테라이드' 약 대신 주사로 맞을 때 효과는

[박정렬 기자] 입력 2019.10.17 14.42

중앙대병원 연구팀, 피나스테라이드 주사제 탈모 치료 효과 가능성 입증

탈모 환자는 치료를 위해 매일 '피나스테라이드(finasteride)' 성분의 약을 복용해야 한다. 그런데 동일 성분을 주사로 맞을 경우 월 1회만으로도 비슷하거나 오히려 뛰어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제시됐다.

중앙대병원 피부과 김범준 교수와 나정태 연구교수는 최근 '인벤티지랩'에서 개발 중인 피나스테라이드를 이용한 탈모치료주사제의 남성형 탈모 치료 효과를 입증해 국제학술지에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17일 밝혔다.

피나스테라이드는 탈모를 유발하는 남성호르몬을 억제해 남성형 탈모를 방지하는 약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검증된 탈모치료제 중 하나다. 인벤티지랩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약물전달 플랫폼 기술을 이용해 피나스테라이드 1개월 지속형 주사제를 개발 중에 있다.

김범준 교수팀과 인벤티지랩 연구팀은 이 주사제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동물실험을 진행했다.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으로 인해 남성형 탈모가 유발된 실험용 쥐 모델에 ‘피나스테라이드’가 함유된 탈모치료제를 주사제 형태로 주입한 실험군과 경구제 형태로 복용하게 한 대조군으로 나눠 10주 동안 관찰했다.

그 결과, 경구제형 섭취군에서 모발 성장률은 86.7%인 반면에 주사제형 실험군의 모발 성장률은 93.3%로 더 높았다. 모낭에 작용하는 남성호르몬(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 DHT)의 혈중 농도는 6주 후에 32% 감소해 한 번의 주입으로 10주까지 경구제형 섭취군과 비슷한 5α-reductase의 억제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파악됐다. 나아가 연구팀은 먹는 약보다 주사제가 적은 양으로도 흡수율이 높아 용량을 최대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여도 남성형 탈모 치료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김범준 교수는 “주사제 형태의 탈모치료제의 개발로 인해 매일 복용해야 하는 경구제형 탈모치료제를 대신해 향후 월 1회 주사제 치료만으로 장기 복용 환자가 대다수인 탈모치료제의 복약 순응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하며, “약물의 최소 투여로 유효성을 확보함으로써 기존 경구제에서 나타날 수 있는 발기부전, 성욕감퇴 등 이상 반응을 경감시키고 가임기 여성의 약물 노출 시 호르몬 교란에 따른 기형아 출산의 우려 등의 안전성에 관한 문제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인벤티지랩 김주희 대표는 “남성형 탈모 환자의 연령대가 20~30대로 낮아지면서 탈모 치료제 시장이 확대되고 있으며, 이와 함께 투약 편의성 및 안전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높아져 가고 있다”며 “향후 임상실험을 통해 피나스테라이드 1개월 지속형 주사제가 기존 경구제를 복용하던 탈모환자의 불편을 해결해 줄 수 있는 혁신적인 개량 신약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논문은 SCI급 국제학술지인 ‘국제분자의학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Medicine)’에 게재됐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g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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