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는 레몬즙·식초에 재워 익히고 채소 샐러드엔 계란 넣어야 맛·영양 듬뿍

[권선미 기자] 입력 2019.10.07 09.21

조리의 기술

같은 식재료로 만든 음식이라도 어떻게 다듬고 열을 가해 조리하느냐에 따라 식감·맛·영양이 달라진다. 노릇노릇하게 익은 고기 속에는 발암물질이 숨어 있고, 아삭한 채소는 먹은 것보다 영양소 흡수가 부실할 수 있다. 다양한 식재료의 영양을 내 몸속으로 고스란히 채우기 위해서는 조리의 기술이 필요하다. 얼핏 보면 단순해 보이는 조리법의 차이가 맛·영양을 결정한다. 건강을 챙기는 똑똑한 조리법을 알아봤다.

매일 먹을 음식을 만드는 조리는 디테일이 생명이다. 각종 식재료를 생으로 먹는 것보다 먹음직스러우면서 소화되기 쉬운 상태로 바꿔 체내 영양소 흡수 효율을 높여준다. 이때 중요한 것이 식재료에 맞는 조리법이다. 과하게 열을 가하면 고유의 영양학적 가치가 떨어진다. 건강에도 치명적이다. 식재료 성분끼리 반응해 화학적 구성이 변하면서 암을 유발할 수 있다.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김규남 교수는 “제대로 조리하지 않으면 식재료의 영양소를 도둑맞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고온서 오래 조리하면 발암성 물질 생성

육류·생선은 열을 가해 날것을 익히는 과정에서 맛·식감이 좋아진다. 문제는 어떻게 열을 가해 익히느냐다. 대부분 고기를 석쇠를 이용해 숯불에 직접 구워 먹는 방식을 선호한다. 이른바 불맛이다. 불에 휘둘린 고기는 건강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 
 
세브란스병원 영양팀 이송미 팀장은 “단백질이 풍부하면서 근육으로 이뤄진 고기는 200~300도 이상 고온에서 오래 조리하면 아미노산·크레아틴이 화학적으로 열에 반응해 까맣게 그을리지 않아도 발암성 물질이 생성된다”고 말했다. 
 
헤테로사이클릭아민이 대표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고기의 조리 방법에 따라 헤테로사이클릭아민의 양을 조사했더니 숯불·석쇠 구이처럼 불로 직접 조리하면 더 많이 생성됐다는 연구도 있다. 삶거나 오븐에서 찐 고기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돼지고기·닭고기·고등어 등 고기를 조리할 때는 센 불에서 직접 익히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 가능한 찜기·에어프라이어 등을 이용해 열을 간접적으로 활용한다. 열효율이 큰 전자레인지에서 한 차례 예열한 다음 조리하는 것도 좋다. 쫄깃한 식감을 느끼고 싶다면 식재료를 작게 토막 내 손질한 다음 프라이팬에서 구워 먹는다. 크기가 작아 내부까지 빠르게 익어 고온에서 노출되는 시간을 줄여준다.
 
꽁꽁 언 상태라면 충분히 해동한 다음에 굽는다. 덜 녹은 채로 구우면 불에 닿는 조리 시간이 길어진다. 양념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고기를 레몬즙·식초 등에 10분 정도 재운 후 익히면 보습 효과로 빨리 익는다. 또 헤테로사이클릭아민 생성을 60~90%가량 줄여준다.
 
생선은 부침 가루나 밀가루를 약간 묻힌 후 구우면 타지 않게 구울 수 있다. 불 조절도 필요하다. 생선은 속까지 익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처음엔 센 불에서 표면을 빠르게 익힌 다음 불을 줄여준다. 겉이 빠르게 익어 육즙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준다. 겉은 바싹하고 속은 촉촉한 생선의 식감을 살릴 수 있다. 처음부터 약한 불에서 익히면 오래 익히면 육즙이 빠져 퍽퍽하다.
 
채소도 전략적으로 조리하면 영양 섭취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적채·래디시·피망·시금치·양파 등은 색이 뚜렷한 채소는 식물 영양소인 피토케미컬이 풍부하다. 빨강·노랑·초록 등 여러 색의 채소를 골고루 먹을 수 있는 샐러드로 만들어 먹는다. 생으로 씹으면서 채소의 영양을 온전히 섭취할 수 있다.
 
이때 샐러드 채소의 궁합을 살펴야 한다. 오이와 당근처럼 서로의 영양 흡수를 방해하는 상극의 조합은 피해야 한다. 당근 껍질에 있는 아스코르비나아제라는 효소가 오이의 비타민C를 파괴한다. 
 
서로 잘 맞는 단짝도 있다. 샐러드에 올리브·아보카도오일 드레싱을 뿌리고 계란을 추가하면 건강·풍미를 챙길 수 있다. 생으로 먹을 때보다 베타카로틴·알파카로틴·리코펜·루테인 같은 채소 속 지용성 비타민의 체내 흡수율을 높일 수 있다. 국제 영양학회지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생양상추·당근·시금치 샐러드에 오일 드레싱이나 계란을 같이 섭취하면 지용성 비타민의 체내 흡수량이 4~13배 증가했다.
 

채소 데칠 땐 끓는 물에 30초 정도 적당

끓는 물에 살짝 데치는 조리법도 좋다. 양배추·단호박·브로콜리·근대·미나리처럼 조직이 단단하거나 질겨 생으로 먹기 부담스러운 채소가 대상이다. 열을 가해 익히면 채소의 세포벽이 무너지면서 숨이 죽어 부드러워져 소화가 쉽고 체내 흡수가 잘된다. 나물로 무쳐 먹거나 쌈으로 싸 먹으면 한번에 많이 먹을 수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영양파트 이혜옥 파트장은 “채소를 데칠 때는 많은 양의 물을 팔팔 끓인 뒤 30초 정도 재빨리 넣었다 빼면 아삭한 식감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볶음 요리가 좋은 채소도 있다. 채소에는 물에 잘 녹는 수용성 비타민뿐 아니라 기름에 잘 용출되는 지용성 비타민도 있다. 카로틴 성분이 풍부한 당근·피망·주키니 등은 기름에 볶아 먹으면 더 많은 영양소를 흡수할 수 있다. 가지에 든 영양소 나스닌은 물에 잘 녹는 수용성이다. 장시간 물에 가열하면 국물로 용출돼 먹기 어렵다. 볶거나 튀기는 방식으로 조리하면 영양을 챙길 수 있다.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