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염 놔두면 우울증 위험, 안전·내구성 좋은 인공관절로 예방”

[김선영 기자] 입력 2019.09.23 09.19

[인터뷰] 김태원 충남 천안의료원 정형외과장

퇴행성 관절염은 나이 많은 세대가 흔히 겪는 만성질환이다. 관절 연골이 닳아 없어지면 극심한 통증으로 거동이 힘들어진다. 이들에게 인공관절 수술은 최후의 보루이자 희망이다. 평균 수명이 갈수록 늘어나는 만큼 환자들은 안전하고 오래 쓸 수 있는 인공관절을 선호한다. 지난 7년간 3000건 이상의 인공관절 수술을 집도한 충남 천안의료원 김태원(사진) 정형외과장에게 퇴행성 관절염의 특징과 인공관절 수술법에 대해 들었다. 


-퇴행성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환자가 많다.
“퇴행성 관절염은 관절의 뼈를 둘러싸고 있는 연골이 닳아서 서서히 유발된다. 몸을 지탱하는 척추나 고관절, 무릎관절에 흔히 발생한다. 노화나 비만, 무리한 운동과 외상, 잘못된 자세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0%, 45세 이상 인구의 20% 정도가 관절염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인구 대비 이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질환이 또 없을 만큼 환자가 많다. 퇴행성 관절염 초기에는 아픈 관절 부위에 열감이 있고 눌렀을 때 압통을 느끼며 붓는다. 일상생활을 할 때, 특히 계단을 오를 때 통증이 발생한다. 그러다 악화하면 부종과 통증이 점점 심해진다. 밤에 가만히 누워 있어도 통증에 시달리곤 한다. 심하면 관절 모양 자체가 변해 스스로 거동하기 힘든 상황까지 올 수 있어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
 
-방치하면 어떤 건강 위험이 따르나.
“일부 환자는 퇴행성 관절염을 노화 현상으로 여겨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평균 수명이 80세가 넘는 100세 시대엔 관절염 치료는 삶의 질을 확보하고 자아실현을 이루는 데 꼭 필요한 조치다. 통증이 심해 움직이기 힘들다 보니 방치할 경우 우울증 발생 위험이 있다. 노인은 활동에 제약이 생기면 남들과 교류할 기회가 적어져 우울증이 동반되기 쉽다. 실제로 관절염으로 입원한 환자들에게 물어보면 우울증약을 먹고 있는 사람이 꽤 많다. 통증 탓에 최소한의 운동조차 할 수 없어 당뇨병·고혈압 같은 성인병이 악화하기도 한다.”
 
-적절한 치료가 중요할 것 같다.
“관절염 초기나 중기에는 보존적인 치료를 한다. 기본적으로 일상에서 쪼그려 앉기, 경사길 오르내리기 등 나쁜 자세와 습관을 최대한 피하라고 교육한다. 환자 상태에 따라 진통소염제 같은 약물치료나 물리 치료를 동반한다. 연골·뼈 주사로 불리는 주사요법으로 증상 완화를 돕고 질병의 악화를 막기도 한다. 이런 보존적인 치료에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 환자는 수술 치료를 고려한다.”
 
-인공관절 수술 대상자는 누구인가.
“보존적인 치료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관절염이 악화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많을 때 시행한다. 혼자 거동하는 게 불편하고 통증이 심해 다리 변형이 많이 생긴 환자가 대상이다. 65세 이상 고령자가 대부분이지만 나이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관절염이나 외상이 심해 이른 나이에 인공관절 수술을 받는 사례도 있다. 근데 환자들이 인공관절 수술에 대해 오해하는 부분이 꽤 있다.”
 
-주로 어떤 오해가 많은 편인가.
“수술 후 구부렸다 폈다 하지 못하는 뻗정다리가 되는 거 아니냐고 많이 오해한다. 인공관절의 수명이 짧아서 재수술해야 하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는다. 최근엔 다양한 크기와 모양, 소재로 제작된 인공관절이 개발돼 원래의 관절과 흡사한 외형과 움직임을 보여준다. 게다가 수술 후 재활치료를 시행하기 때문에 다리를 구부리지 못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는다. 인공관절의 수명도 예전보다 늘어나는 등 수술 기법과 기구가 많이 발전했다.”
 
-수명은 얼마나 개선됐는지.
“인공관절도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변형되거나 마모가 생길 수 있다. 일반적인 인공관절의 수명은 15년 정도다. 인공관절이 마모·파손·이완되면 재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엔 특수 재질로 만들어 성능을 개선한 제품이 나온다. 베리라스트가 대표적이다. 생체 적합성이 우수한 옥시늄과 폴리에틸렌 소재를 조합해 부작용을 최소화한다. 표면을 세라믹 재질처럼 처리해 단단하며 금속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을 낮춘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수명이 30년간 유지된다고 승인받은 인공관절이다.”
 
-수술 후에 주의할 사항은.
“인공관절 수술은 손상된 관절을 교체하는 것이다. 근력을 강화하는 수술이 아니기 때문에 관절의 유연성과 근력을 기르기 위해선 가벼운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어색한 걸음걸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평지 걷기 같은 운동이 필요하다. 인공관절이 손상될 수 있는 쪼그려 앉기나 무릎 꿇는 자세를 피하고 무리한 노동·운동은 삼간다. 무엇보다 1년에 한 번 검진을 받아 인공관절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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