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목 치료, 척추 건강 지키는 지름길

[정원석] 입력 2019.09.09 08.43

[한방 명의 솔루션] 경희대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정원석 교수

한방 척추·관절질환 명의 정원석 교수가 말하는 ‘거북목’

휴대폰을 달고 사는 현대인이 많다. 길을 걸을 때나 지하철에서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앞으로 쭉 뺀 채 영상을 보거나 인터넷 검색하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아니, 그렇지 않은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로 인해 자세 문제가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주요인으로 떠올랐다.


척추에는 4개의 만곡이 있다. 경추에서의 전만, 흉추에서의 후만, 요추에서의 전만, 천추에서의 후만이 그것이다. 이러한 만곡은 무게를 효율적으로 지지하기 위해 존재한다. 4개의 만곡이 적절하게 형성돼 있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머리 무게를 잘 견디고 효율적으로 지지할 수 있다. 몸에 불필요한 힘이 들어갈 일이 없다.
 
척추뼈 노화 앞당겨 디스크 유발
경추에서의 만곡은 특히 중요하다. 경추의 만곡이 사라져 일자(거북목)가 되면 머리 무게를 제대로 받치고 있기 힘들다. 이런 사람은 승모근이나 견갑거근, 흉쇄유돌근 등 목 주변 근육에 불필요하게 힘이 많이 들어간다. 거북목 자체는 당장 큰 문제를 일으키진 않는다. 하지만 거북목 상태가 계속되면 주변 근육에 만성적인 문제를 유발해 목·어깨 통증이 발생한다. 방치할 경우 목 척추뼈의 노화를 앞당기고 디스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거북목 문제는 목·어깨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척추는 하나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목의 만곡이 줄면 그에 대한 보상으로 다른 부위의 만곡에도 변화가 일어나기 쉽다. 특히 일상생활을 크게 방해하는 허리 통증까지 유발할 수 있다. 거북목을 치료하는 것이 곧 척추 건강을 지키는 길인 셈이다.

거북목은 턱관절 상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턱관절의 움직임은 경추 만곡의 각도·관절과 연관이 있어서다. 거북목을 교정하면 턱관절로 인한 통증, 소리, 입 벌림 장애 같은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가 흔하다.
 
추나 치료, 관절 교정하고 근육 불균형 바로잡아
한의학에서는 거북목을 침·뜸·부항·한약과 추나요법으로 몸 상태와 자세를 개선해 치료한다. 거북목 상태가 오래돼 발생한 통증엔 침 치료만으로 효과를 줄 수 있다. 그러나 자세를 바르게 바꾸고 통증의 재발을 막으려면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추나 치료는 어긋난 관절을 교정하고 근육의 불균형을 바로잡아 바른 자세를 취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다만 여기서 또 하나 살펴봐야 할 것은 환자의 심리 상태다. 아무리 건강한 관절과 근육을 가진 사람이라도 심적으로 위축돼 있거나 불안감을 쉽게 느끼는 사람은 머리가 앞으로 빠지고 어깨가 안쪽으로 말려 들어가기 십상이다. 한약 치료는 이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자세를 좋게 만들어주고 거북목을 바로 잡아준다.

환자를 진료할수록 장기적이고 꾸준한 치료가 절실하다는 것을 느낀다. 짧은 시간 동안 통증 치료만 받고 치료를 중단한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나 무리한 활동을 한 후에 통증이 재발해 병원을 다시 찾는 경우가 빈번하다. 통증 치료가 완료된 후에는 자세 치료를 진행하고 동시에 개인에게 특화된 운동법을 꾸준히 실천해야 비로소 거북목에서 해방될 수 있다.

평소에는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운동법을 실천해보자. 서 있거나 앉아 있을 때 수시로 턱을 당겨 머리를 몸의 뒤쪽으로 이동시키는 느낌으로 운동을 해주는 것이다. 머리가 내 몸보다 앞으로 나올수록 경추는 일을 더 많이 한다. 아무리 좋은 치료라도 개인의 노력 없인 빠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머리를 몸통 위에 올려놓는다는 생각으로 이 운동법을 꾸준히 실천하길 권한다.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