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통증엔 세월이 약 아닙니다, 계속 참다간 마비 옵니다

[권선미 기자] 입력 2019.08.12 09.04

척추 질환 치료법

 허리 통증은 감기처럼 흔한 척추 질환이다. 전체 인구의 80%가 평생 한 번은 크고 작은 허리 통증을 경험한다는 보고도 있다. 특별히 허리에 큰 충격을 가하지 않아도 세월이 지나면 척추의 퇴행성 변화로 허리 통증이 생긴다. 약물·물리 치료를 받아도 잠깐 괜찮아질 뿐이다. PMC박병원 척추센터 박진규(58) 원장은 “척추 신경을 눌러 통증을 유발하는 원인을 적극적으로 제거하는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PMC박병원 박진규 원장은 퇴행성 변화로 척추 신경이 눌린 원인만 섬세하게 제거하는 ULBD 치료를 통해 허리 통증을 근본적으로 해결한다. 김동하 기자

 이는 환자에게도 긍정적이다. 더 이상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지 않아 혼자 외출하고 지인을 만나는 일상을 회복한다. 덩달아 몸을 움직이는 활동량이 늘면서 체력도 좋아진다. 신체 기능이 전반적으로 향상돼 건강 수명이 늘어난다. 적극적인 치료를 강조하는 배경이다. 
   
통증 감별 까다롭고 발병 원인 복합적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체계적인 진단·치료 시스템이다. 척추 질환 통증은 감별이 까다롭다.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은 허리 통증이다.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어떤 척추 신경이 어느 정도 눌렸냐에 따라 통증의 강도와 증상·범위 등이 다르다. 예컨대 엉덩이에서 무릎 위아래 정강이 앞쪽으로 퍼지듯 아프다면 요추 3~4번 척추 신경이, 엉덩이에서 종아리 측면을 지나 엄지발가락까지 아프다면 요추 4~5번 척추 신경이, 엉덩이에서 다리 뒤쪽을 지나 발바닥이 저리다면 요추 5번 척추 신경이 눌려 통증을 호소하는 식이다. 
  
 발병 원인도 복합적이다. 척추는 목부터 등을 거쳐 엉덩이까지 뼈와 뼈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어느 한 곳이 바르지 않으면 보상 작용으로 다른 뼈도 뒤틀린다. 대개 오랜 세월에 걸쳐 서서히 척추 정렬이 흐트러지면서 디스크·협착증이 동시에 오는 경우가 많다. 박진규 원장은 “환자가 호소하는 임상적 증상을 잘 듣고 이를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PMC박병원은 여기에 척추 전체를 촬영해 꼼꼼하게 살피면서 임상적 증상과 영상의학적 이상 여부를 확인하고, 신경학적 검사를 여러 번 시행한다. 
  
 정확한 진단은 올바른 치료로 이어진다. 옆구리 쪽 허리 통증으로 PMC박병원을 찾은 박순동(57·충남 당진시)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바지락을 캐는 일을 하는 박씨는 늘 허리를 굽히고 일해 허리가 자주 아팠다. 그런데 지난해 봄부터는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해졌다. 머리를 감으려고 허리를 숙였다가 극심한 통증으로 앰뷸런스를 타고 대학병원을 찾은 박씨는 척추관협착증과 허리 디스크로 척추 신경이 심하게 눌렸다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지만 통증은 여전했다. 수소문 끝에 PMC박병원을 찾은 박씨는 협착증·디스크 외에도 옆구리 쪽에 위치한 척추 신경을 누르는 작은 디스크 조각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이를 제거하는 치료를 받은 다음에 허리 통증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이제는 두 발로 걷고 허리를 마음껏 움직여도 아프지 않다. 
  
 허리 통증 치료의 목표는 통증 제거다. 척추의 퇴행성 변화로 척추 신경을 누르는 원인을 없앤다. 만일 보존적 치료를 12주 이상 받아도 통증이 심하다면 척추 관절을 보존하는 ULBD(편측 후궁 절제술 후 양측 감압술) 치료를 고려한다. PMC박병원에서는 머리카락 굵기보다 작은 신경·혈관까지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는 광학 미세현미경(pentero900)을 활용해 척추 신경을 누르는 요소를 효과적으로 없애 통증을 줄여준다. 중증으로 척추 신경이 광범위하게 눌려 있어 치료해야 할 범위가 넓으면서 척추를 고정하는 척추 유합술이 부담스러울 때 적합하다. 
  
 ULBD 치료의 통증 완화 효과는 우수하다. PMC박병원 박진규 원장 연구팀이 2011년 11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중증 척추 질환으로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 44명(평균 연령 68.1세)을 대상으로 척추 관절을 보존하는 ULBD 치료 후 통증 관리 만족도를 추적·관찰했다. 이들은 약물·물리 치료를 받아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았다. 관찰 결과 다리 통증 점수(VAS)가 ULBD 치료 전 6.45점(10점 기준)에서 치료 1년 후 3.95점으로 떨어졌다. 혼자 양말을 신거나 목욕을 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동작을 수행할 때 어느 정도로 불편한지를 살펴보는 기능 장애 점수(ODI)도 치료 전 28.1점(45점 기준)에서 치료 1년 후 14.2점으로 개선됐다. 점수가 낮을수록 통증이 덜하고 일상생활이 편하다. 
   
통증 극심하면 관절 보존 치료법 고려  
척추 안정성을 지키는 데도 유리하다. ULBD 치료는 척추 신경을 압박하는 척추의 한쪽만 잘라내 접근한다. 상하좌우로 각도 조절이 자유로운 광학 미세현미경으로 시야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서다. 이는 척추를 나사못으로 고정하는 척추 유합술의 한계를 극복한 것이다. 기존에는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척추 후궁을 일부 제거하고 가운데로 접근해 치료했다. 
  
 예상하지 못하게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빠른 대처가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실제 척추 신경 주변에는 혈관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언제든지 출혈·파열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지혈·봉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척추 신경이 손상될 수 있다. 눌린 척추 신경에 가해지는 압력을 풀어주는 치료를 할 때 척추 신경 주변에 위치한 혈관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지혈하는지에 따라 신경 손상 정도가 달라진다는 연구도 있다. 그런데 피부를 작게 절개하는 내시경 치료는 혈관을 지혈하거나 찢어진 조직을 봉합하기 어렵다. 특히 내시경 화면은 가까이 접근해 또렷하게 볼 수는 있지만 입체적으로 보는 기능이 떨어져 거리감 왜곡이 존재한다. 이런 이유로 의료계에서는 척추 질환 통증 치료 성공률을 ULBD는 90~95%, 내시경 치료는 80~85%로 추정한다. 박 원장은 “임상적으로 치료 성공률이 가장 높은 허리 통증 치료법은 미세현미경을 이용한 ULBD 치료”라고 강조했다.   
척추 건강지키는 생활습관
1 통증 참지 않기 
허리 통증은 척추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다. 늙어서 그런 것이라며 참으면 돌이키기 어려운 상태로 나빠진다. 척추 신경은 오래 눌려 있으면 다시 회복하지 못한다. 척추 전문가를 찾아 자신의 건강 상태에 맞는 근본적인 치료를 받는다.

2 바른 자세 유지  
척추 노화를 재촉하는 가장 큰 원인은 나쁜 자세다. 컴퓨터 작업이나 게임을 하다 보면 무의식적으로 목을 앞으로 길게 뺀다. 의자와 책상 간 거리가 넓을 때도 허리가 앞으로 굽어진다. 다리를 꼬거나 뒷주머니에 물건을 넣고 다니는 습관도 피해야 한다. 

3 운동은 꾸준히  
척추와 골반을 감싸고 있는 중심 근육을 키우는 운동은 필수다. 빠르게 걷기, 수영, 실내 자전거 등 유산소 운동을 매일 30분 이상 실천한다. 아프다고 가만히 있으면 상태가 악화한다. 적절한 운동은 척추 건강에 도움을 준다. 

4 음주·흡연 않기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술자리는 척추 건강엔 독이다. 알코올은 우리 몸을 공격하는 염증 물질 분비를 재촉하고, 니코틴은 척추에 위치한 혈관에 영양 공급을 방해한다. 이는 척추의 퇴행성 변화를 가속한다. 척추 탄력성도 떨어져 외부 충격에 약해진다.  

5 가방은 가볍게  
가방이 크면 넣고 다니는 물건이 늘기 쉽다. 그만큼 어깨·허리로 지탱해야 할 무게가 늘어난다. 가방을 멜 때는 몸무게의 10분의 1을 넘지 않는 것이 좋다. 뒤로 가방을 멜 때는 등에 밀착시킨다. 가방이 흔들리면 어깨에 더 큰 힘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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