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피부염, 증상 다스리는 '표치', 원인 해결하는 '본치' 같이 해야

[김규석 ] 입력 2019.07.12 11.16

[한방 명의 솔루션] 경희대 한방병원 한방피부센터 김규석 교수

한방 피부질환 명의 김규석 교수가 말하는 ‘아토피 피부염’


아토피피부염은 환자의 육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환자와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에게도 심한 스트레스를 주는 질환이다.
 
보통은 유소아기에 시작해 장기간 피부염이 지속된다. 영유아기의 아토피피부염은 피부의 열감, 건조감, 염증 및 가려움을 동반한다. 영아기 때는 주로 뺨·광대뼈· 귓바퀴 등을 포함하는 얼굴과 이마·두피·몸통·팔다리의 신전부위에 홍반·구진· 짓무름 등 습윤성 병변이 주로 나타난다.
 

2세 이후 아토피 환자는 건조성 피부로 바뀌어

2세 이후 사춘기 전 유소아기에는 영아기의 습윤성 병변에서 건조성 피부로 이행된다. 병변은 더 국소화되고 진물은 더 적게 나오지만 각질은 더 심해지며 발진 중심으로 농가진 등의 감염 증상을 쉽게 나타낸다.
 
사춘기 이후부터 성인들에서는 소아기에 비해 음식물 알레르기 반응 빈도가 낮으며 주로 안면부·목·두피·팔다리 굴측부위에 급만성 습진 증상을 보이는데 대개 만성화되어 피부가 두꺼워진 태선화 및 색소침착, 건조 경향을 보인다.
 
성인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의 주된 악화 요인으로 계절의 변화, 정신적 스트레스, 발한 등이 높은 빈도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전형적인 습진 증상이외에도 화폐상 습진, 양진 등 다양한 피부 증상을 보이며 원형 탈모증, 백반증 등이 병발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각결막염·원추각막·백내장·망막 박리 등 안구질환이 흔히 생기며, 면역 조절 장애와 표피 장벽의 결함으로 여러 가지 전신질환이 동반된다.
 
특히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은 피부 장벽 기능이 저하돼 세균·바이러스·진균 등의 2차 감염에 의한 합병증이 정상인들에 비해 병발할 확률이 높으므로 이러한 2차 감염 도 신경 써야 한다.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에게 흔히 발생하는 2차 감염 질환으로 농가진·전염성연속종 (물사마귀)·헤르페스양 습진 등이 있다.
 

유전적 소인에 환경 요인 등 더해져 발병

아토피피부염은 IgE 과민 반응, 피부 구성 단백질인 필라그린 합성 저하 같은 유전적 소인 외에 피부장벽 기능과 면역체계의 이상, 환경 요인 등의 복잡한 상호 작용의 결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유전적 소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여러 가지 환경 요인에 노출되면서 아토피피부염이 발생하며 특히 Th2 림프구에 의한 면역 반응이 유도됨으로써 알레르겐에 대한 특이 IgE가 만들어지고 이를 통해 과민 반응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아토피피부염의 대해 서양의학에서는 가려움증을 완화, 피부 염증 반응의 억제, 면역 과민 반응 억제 등을 주요 치료 목표로 삼는다. 즉, 항히스타민제· 부신피질호르몬제·면역억제제 등을 경구 또는 국소 도포 형태로 사용해 대증적으로 피부 증상을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서양의학적 치료 방법은 급성기 증상 관리에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에너지 대사가 저하되어 있고 혈액 순환이 저하돼 염증이 반복되는 만성기 관리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병변 피부 세포의 정상 생리 기능과 피부장벽 기능을 회복하고 진피 내 혈액 순환을 정상화 시켜 피부염증을 회복시킬 수 있는 피부 자생력을 키우기에는 서양의학적 치료 방법에 비해 한방 치료가 상대적으로 장점을 가질 수 있다.
 
스테로이드제와 면역억제제 등을 사용하고 있는 경우 해당 약물의 사용량을 점차 줄이고 리바운드를 줄이며 관해시키는데 한방 치료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성인기까지 지속되는 만성화된 피부 병변을 주로 호소하는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서 수면·소화·대소변, 땀의 분비 등 전신 대사와 관계되는 증상을 정상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한방 치료를 통해 말초 미세 순환과 피부장벽 기능 회복, 면역 세포의 균형을 조절하는 치료가 중요하다.
 
피부도 결국은 음식으로부터 소화기관을 통해 흡수한 영양분과 호흡을 통해 얻은 산소를 순환기인 심혈관을 통해 혈액이란 ‘캐리어’를 통해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받아 세포 대사가 이루어진다. 아토피피부염과 같은 만성 피부 질환은 단순히 피부에 한정된 문제로만 생각하면 안 된다.
 
따라서 한의학에서는 피부에 문제가 있더라도 소화기계·호흡기계·순환기계· 자율신경계 등의 기능을 장부와 기혈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해당 장부 기능의 균형을 맞추고 기혈 순환을 정상화 시키는데 치료 목표로 삼고 있다.
 

증상을 가라앉히는 ‘표치’와 근본 원인을 치료하는 ‘본치’로 나눠 치료

아토피피부염에 대해 한의학에서는 크게 증상을 관리하는 표치(標治)와 증상의 근본 원인을 치료하는 본치(本治)로 나누어 치료를 하고 있다.
 
표치(標治)에 해당하는 피부증상을 관리하는 치료 방법으로 홍반, 열감을 주로 호소할 경우 황련해독탕, 백호가인삼탕을 처방한다. 구진, 농포 등이 있으면 십미패독탕·배농산급탕을 준다. 건조 각질을 주로 호소할 경우 사물탕· 당귀음자· 태선화가 좋다. 색소침착을 호소할 경우 계지복령환·도핵승기탕· 통도산 등을 주로 사용한다. 수포·진물 등을 주로 호소할 경우 월비가출탕·소풍산 등을, 부종이 동반되어 있을 경우 오령산·저령탕 등을 주로 가감하여 치료하게 된다.
 
아토피피부염의 경우 계절에 따라 증상이 약간씩 달라지기도 한다. 여름에는 주로 홍반·열감을 주로 호소하고, 진물이 나는 경우가 많으므로 증상에 따라 전신 발진· 홍반·열감 등의 증상이 주가 될 경우 소풍산을, 얼굴을 중심으로 발진·홍반·열감· 건조 경향을 주로 호소할 경우 백호가인삼탕을, 병변에 진물·부종 등을 주로 호소할 경우 월비가출탕 등을 많이 응용하게 된다.
 
반면 겨울에는 피부 건조를 주로 많이 호소하게 되므로, 피부 건조와 더불어 발적· 열감·각질을 동반할 경우 온청음을, 화농성 구진 등이 함께 있을 경우 십미패독산을, 진물 등의 분비물 없이 건조와 소양감을 주로 호소할 경우 당귀음자 등의 처방을 사용하여 해당 증상을 관리한다.
 
다만, 아토피피부염이 만성화 된 경우 증상 관리뿐만 아니라 염증을 회복하는데 필요한 몸의 에너지와 기혈 공급이 정상화되어야 하므로 소화기계·호흡기계· 순환기계·자율신경계· 면역계 등 반복되는 염증이나 면역 반응의 근본 원인에 따라 인삼양영탕·보중익기탕·십전대보탕·계지복령환·황기건중탕·소건중탕·진무탕· 육미지황탕 등을 본치(本治)를 목표로 처방하게 된다.
 
또한, 장부의 허실과 기혈 순환을 조절하기 위해 한약과 더불어 침 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 대표적인 혈자리로 합곡· 태충·곡지·족삼리·혈해·삼음교·내관·조해 등이 있으며, 피부 증상과 병의 원인에 따라 혈자리를 선택하여 치료하게 된다.
 

2차 감염 막기 위해서는 세정과 보습에 각별히 주의해야

아토피피부염 환자는 피부장벽기능 저하로 쉽게 건조해지고 세균, 바이러스 등의 2차 감염에 영향을 받기 쉬우므로 피부 세정과 보습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보습제는 사용감이 좋고 자극감이 적으며, 세라마이드 성분이 충분히 함유되어 있고 가격부담이 적은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다만, 어떤 종류의 보습제인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얼마나 자주, 적절하게 사용하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또한 목욕은 매일 5-10분 정도, 27~30도 정도의 온도로 약산성 세정제를 이용하여 하는 것을 권장하며 목욕 후 수분이 증발되기 전에 보습제를 도포하는 것이 좋다. 입욕제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선별하여 보조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세균의 증식으로 피부 증상 악화가 의심되는 경우 피부과 전문의의 지도하에 1주일에 2-3회 저농도 표백제 목욕을 고려할 수 있다.
 
더불어 규칙적인 수면과 식습관이 중요하며, 과로나 흡연, 음주를 줄이고, 적당한 운동과 휴식을 통해 스트레스를 잘 다스리기 위해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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