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냐는 말이 더 아픈 암 경험자들…'행복' 위해 경제 활동 기회 넓혀야

[박정렬 기자] 입력 2019.05.31 16.51

2019 다나음 토크 콘서트

“암 환자가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이런 자리에서 암에 대해 편히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들이 해결될 것입니다”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 조주희 교수는 30일 서울 페럼타워 3층 패럼홀에서 열린 ‘2019 다나음(다시 나아가는 한 걸음)  토크 콘서트’를 찾아 이같이 말했다. 한국MSD가 후원하고 사단법인 아르콘이 주최하는 이 행사는 암 경험자들의 건강한 사회 복귀를 응원하고 이들을 향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는 20~40대 암 경험자 및 가족 등 150명이 참석해 서로를 이해하고 나아가 사회적 인식 개선에 참여할 것을 다짐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30일 열린 '2019 다나음 토크콘서트'에서 삼성서울병원 조주희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 한국MSD]

조 교수는 개인적으로 암 환자의 임종과 남은 가족을 돌본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른 나이 유방암에 걸린 사촌 언니를 지켜보며 암을 연구, 치료하는 의학자의 길을 걷겠다 마음먹었다”면서 “병원에서 일하는 의학자로서 암 환자의 사회복귀 방안을 고민하는 자리에 참석하는 것에 고민이 있었다. 하지만 치료 부분 외에 암 경험자의 직장복귀, 대인관계, 경제활동 등 사회적 문제를 들어주고, 또 전달해줄 수 있는 사람이 의료진 외에는 거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암 경험자 175만여명 시대

한국인이 평균 수명까지 생존할 경우 3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암에 걸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치료법이 발전하면서 암 환자 3명 중 2명(70.6%)은 5년 이상 생존한다. 우리나라 암 경험자(암 진단 후 생존한 모든 사람)는 2016년 기준 175만 여명에 달한다. 조 교수는 ”우등 고속버스에 기사까지 포함해 29명이 타는 데, 이 중 한 명이 암 생존자란 의미”라며 “이제 사회 전체가 암 경험자의 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때”라고 강조했다.

암 경험자의 삶은 이전과 크게 달라진다. 피로, 스트레스, 치료 합병증 등 신체적인 문제만큼 이들을 힘들게 하는 건 대인관계, 직업, 경제활동 등 사회적 복귀의 어려움이다. 조 교수는 "암 경험자에게 이전처럼 살면 된다고 말하지만 현실적으로 행복하기 살기 위해서는 경제적 여건이 조성되야 한다. 직업에 대해 얘기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를 통한 대한민국 암 생존자의 암 치료 후 직장 복귀 실태’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암 경험자의 사회 복귀를 가로막는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갔다. 이에 따르면 해외에서는 암 경험자가 직장으로 복귀하는 비율이 2년 내 89%다. 우리나라의 경우 절반 이상(55%)은 암 진단 후 1년 내 실직하고 다시 일하거나 복직하는 비율도 5명 중 1명 정도에 그친다. 반면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암 경험자와 일반인의 주관적 건강상태 인식 결과는 큰 차이가 없었다. 신체적인 문제 외에 또 다른 ‘장벽’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암 경험자가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는 이유로 업무량 조정이 어려워서(36.1%)가 가장 많았다. 이어 본인의 일을 동료에게 넘기는 데 대한 부담(35.8%)과 대체 인력 고용이 어렵다(34.8%)가 뒤를 이었다. 자기 일을 유지하는 암 경험자도 승진과 진급에서 차별을 받지 않을지 불안해한다.
 

30일 열린 '2019 다나음 토크콘서트'에서 삼성서울병원 조주희 교수를 좌장으로 국립암센터 국가암관리사업본부 김대용 본부장, '또봄' 이정훈 대표, '박PD와 황배우' 황서윤 공동대표, 국민일보 민태원 의학전문기자가 참여한 가운데 패널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박정렬 기자]

조 교수는 “국내 암 경험자의 직장 복귀 비율이 낮은 이유는 암 경험자를 위한 의료 정책과 고용 정책, 실질적인 정부 연구사업의 부재와 암 경험자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암 경험자에게 사회 복귀는 자존감을 강화하고 경제적인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사회적으로도 소중한 인적 자원을 지키고 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을 수행하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암 경험자의 신체적, 정신적, 직업적 환경 요인을 포괄하는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우리 사회가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은 조주희 교수를 좌장으로 국립암센터 국가암관리사업본부 김대용 본부장, 국민일보 민태원 의학전문기자와 암 경험자로 2030 암 환자를 돕는 ‘또봄’의 이정훈 대표, 국내 유일의 캔서테인먼트를 지향하는 ‘박PD와 황배우’의 황서윤 공동대표가 참가해 암 경험자의 사회 복귀 환경 조성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암 경험자인 황서윤 대표는 "암이 고통스럽긴 하지만 24시간 내내 병에 시달리진 않는다"며 "어떤 경험이 그 사람의 전부를 특정할 수 없듯, 암 경험자도 사회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편견 없이 대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립암센터 국가암관리사업본부 김대용 본부장은 “앞으로 전국 지역사회의 암 생존자 통합지지센터와 여러 지원프로그램을 통해 암 경험자가 건강하게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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