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스스로? 억지로? 누가 치매 확률 높을까?

[최영민 교수] 입력 2019.05.13 09.16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최영민 교수

기억력이 이전만 못하다며 병원에 오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연과 호소하는 내용이 다양하지만 양극단에는 두 가지 모습이 보인다. 혼자 오셔서 기억력이 떨어져서 큰일이라고 치매가 온 것이 아니냐며 걱정하시는 분이 있는 반면, 자녀 혹은 배우자 손에 이끌려서 내원했지만 정작 본인은 문제 없다면서 못마땅해하시는 분들이 있다. 이들 중 치매 위험성이 큰 사람은 어느 쪽일까? 

  
치매를 미리 걱정하면서 스스로 검사 받는 분들은 추가 검사에서 집중력 저하 이외에 큰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분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기억력 이외에 다른 특이점이 발견된다. 기분이 울적하고 매사에 즐거운 일이 없고 식욕이 떨어져서 이전만큼 먹지 못하고 잠을 자도 잔 것 같지가 않다는 얘기를 쏟아낸다. 노년기 우울증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노년기 우울증은 항우울제로 치료하면 우울 증상이 서서히 좋아진다. 인지 기능도 원래 수준을 회복하는 경우가 많다. 우울증 때문에 생긴 인지 기능 저하는 치매가 아닌 가짜, 즉 가성치매라 불리기도 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치매와 노년기 우울증이 서로 구분된다는 전통적인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 뇌졸중 이후 발생한 혈관성 치매에 우울증이 동반되기도 하고 알츠하이머성 치매 진행 중 본격적인 인지 기능 저하에 앞서 약한 우울증이 선행하기도 한다. 또한 우울증을 치료하지 않고 오랜 기간 방치하면 치매로 진행할 수 있다. 우울증은 약물치료에 반응이 좋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숨은 우울증을 열심히 찾아내서 적극적으로 치료할 필요가 있다. 
  
안타까운 점은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환자나 환자 가족이 아직 많다는 사실이다. 우울증 약을 먹으면 중독되거나 멍해진다는 오해와 우울증은 정신력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편견은 우울증 치료 기회를 놓치게 한다. 결국 치매로 진행되기도 한다. 모든 치매는 낫지 않는 불치병이라는 편견은 가성치매처럼 회복이 가능한 경우까지 방치된 상태로 둬 치료가 힘든 상태로 악화시키기도 한다. 치매인지 우울증인지, 치료가 가능할지 고민 중인 분들은 속설로 판단하는 우를 범하지 말고 전문가를 찾아 상담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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