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근육과 맞바꾼 남성성 그리고 건강

[류장훈 기자] 입력 2019.05.10 16.25

#79 약투의 중심 아니볼릭 스테로이드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최근 일련의 '약투(근육을 키우기 위한 약물 투약 고백을 미투 운동에 빗댄 말)' 운동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바 있습니다. 약투 운동은 여전히 진행 중이죠. 유튜브와 SNS를 중심으로 시작된 약투의 여파는 상당했습니다. 약투 사례를 접한 많은 사람이 충격을 받았는데요, 그 이유는 이들 약물이 초래하는 부작용의 심각성 때문입니다. 이번 약 이야기에서는 약투의 중심에 있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anabolic steroid)'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스테로이드'는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원래 스테로이드는 탄소 원자 17개로 이뤄진 특정 연결고리 구조로 이뤄진 화합물을 통칭하는 용어입니다. 사람이나 동물의 몸속에 이미 존재하고 식물에도 분포하고 있죠. 콜레스테롤, 담즙산, 호르몬에도 스테로이드는 있습니다. 그래서 호르몬에 있는 스테로이드를 일컬어 스테로이드 호르몬이라고 칭하기도 합니다. 성호르몬과 부신피질호르몬이 대표적이죠. 스테로이드 연결고리에 어떤 화학 구조가 붙느냐에 따라 종류가 달라집니다. 
 
근데 천연에 존재하는 스테로이드를 보니 그 기능이 중요하고 유용한 겁니다. 인위적으로 만들 순 없을까 연구를 하기 시작했고 합성 스테로이드가 탄생하게 됩니다. 특히 부신 피질에서 나오는 스테로이드 중 글루코코티코이드의 경우 항염증, 항알레르기, 면역억제 작용이 뛰어나 의약품으로 개발·사용되기 시작했죠. 일반적으로 널리 쓰이는 피부 연고, 알레르기나 류머티스성 질환에 사용되는 약물에는 보통 이 스테로이드가 들어있다고 보면 됩니다.
 

치료용→운동선수→일반인 대상으로 확대  
스테로이드 중에서 근육과 힘을 키우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합성 아나볼릭 스테로이드(AAS)', 흔히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라 불리는 것입니다. 단백동화 스테로이드라고도 하는데요, 생리적으로 단백질 합성을 자극합니다. 몸에서 단백질로 이뤄진 것이 바로 근육이죠. 당연히 근육이 커지고 그만큼 근력이 상승합니다. 
 
AAS는 어떤 사람에게 필요할까요? 원래는 고환이 발달하지 않아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되지 않는 환자 치료 목적으로 개발됐다고 합니다. 에이즈 등으로 체중이 심하게 줄어든 환자 치료에도 사용됐다고도 하죠. 이들 환자 외에도 필요한 사람은 있죠. 근육이나 근력 향상이 필요한 사람, 즉 보디빌더와 운동선수입니다. 
 
효과는 어떨까요? 상상을 초월합니다. AAS 말고도 같은 목적으로 사용되는 호르몬제제인 테스토스테론보다 3~10배 강력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스테로이드 없이 근력 운동을 한 사람보다 운동을 전혀 하지 않고 스테로이드만 투여한 사람의 근육량 증가가 더 컸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유명하죠. 스테로이드를 투여한 사람을 투여하지 않은 사람이 절대 따라갈 수 없다고 합니다. 정당한 게임이 될 수 없죠. 그래서 올림픽과 메이저리그 등 스포츠계에선 금지약물로 지정된 지 이미 오래됐습니다. 
 

근데 왜, 이제 와서 AAS가 문제가 되느냐. 사실 AAS는 예전엔 전문 보디빌더나 전문(프로) 선수에게 주로 해당했던 얘깁니다. 하지만 이젠 그 대상이 일반인까지 확대됐죠. '약투'가 시작되자 끊임없는 고발이 이어졌습니다.
 
"피트니스 센터에서 PT를 받고 있는데, 트레이너가 보충제로 권한 제품을 먹은 뒤에 몸이 이상해졌어요 "
"저는 여잔데 운동을 시작한 후 수염이 나기 시작하고 목소리가 굵어졌어요. 트레이너가 건넨 음료 때문인 것 같아요"
등의 이야기였습니다. 약투의 당사자로 나선 피트니스 업계 종사자도 "운동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암암리에, 또 비밀리에 이런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죠. 본인이 인지 하에 의도적으로 투여하는 경우도 있지만 나도 모르게 투여하고 있는 경우도 상당수 있다는 얘기죠. 
 

장기 투여 시 건강에 치명적
AAS 투여가 문제인 이유는 부작용이 치명적이기 때문입니다. 전신에 문제를 일으킨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죠.
 
우선 아이에게는 뼈의 성장판이 일찍 닫히게 합니다. 그리고 혈압은 높아지고 나쁜(LDL) 콜레스테롤은 높이면서 좋은(HDL) 콜레스테롤은 떨어뜨립니다. 당연히 뇌졸중심근경색 등 심뇌혈관 질환 위험이 커지죠. 심장마비로 인한 돌연사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간 독성 때문에 간이 손상되기도 합니다. 피부에는 여드름이 생기고 남성의 경우 탈모가 오기도 합니다. 우울증, 공격적 성향, 신경과민 등 정신건강 문제를 야기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가장 치명적일 수 있는 부분은 내분비계, 비뇨 생식계 영향입니다. 남자는 고환의 크기와 정자 수가 감소합니다. 발기부전과 불임의 원인이 되기도 하죠. 여성형 유방이 생기기도 합니다. 여성의 경우 생리 불순과 함께 털이 나거나 목소리가 굵어지는 남성화가 진행되기도 합니다.  근데 이런 부작용으로 일단 망가진 몸은 의학적으로도 회복이 어렵다고 합니다.
 

날이 풀리고 따뜻해지면서 여름에 대비해 운동을 시작한 분들이 많을 겁니다. 단기간에 원하는 몸매를 만들려다 보면 AAS의 유혹에 빠지거나 타깃이 될 수 있습니다. 약과 관련한 유명한 말이 있죠.
'효과가 강력하고 빠르면 부작용 또한 강력하다‘
이 부분을 늘 경계해야 하겠습니다.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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