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형간염 '폭발적 증가' 지난해 총 발생 건수 이미 넘어서

[박정렬 기자] 입력 2019.04.12 09.33

봄·여름에 유행. 백신접종 신경 써야

A형간염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9일 현재 A형간염 발생 신고는 총 2608건으로 지난해 전체 신고 건수(2436건)을 이미 넘어섰다. 젊은층이 감염 확산을 견인한다. 감염자 10명 중 7명은 30~40대로, 이 연령대의 A형간염 예방책이 서둘려 마련되야 한다는 지적이다.


항체 보유율 낮은 3040세대
A형간염은 주로 감염자와의 신체 접촉, 바이러스에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섭취하는 과정에서 감염된다. 우리나라는 1970~80년대 개인위생 상태가 좋지 않아 A형간염 발병률이 높았다. 이때 성장기를 보낸 현재 50대 이상 장년층은 자연 감염으로 인한 항체를 보유한 비율이 90% 이상에 달한다. 2015년 5월부터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NIP)에 A형간염이 포함되면서 영유아의 A형간염 위험도도 낮아졌다.

문제는 30, 40대다. 2005~2014년 10년간 전국 A형간염 항체 보유율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05년 65.6%였던 30대의 A형간염 항체 보유율은 2014년 62.2%로 제자리 걸음이다. 40대는 2005년 97.9%에서 2014년 79.3%로 10년 새 약 20%가 줄었다. 위생상태가 개선되면서 항체를 획득할 기회가 크게 줄었고, 국내 백신이 보급되기 시작한 1997년에 이미 청소년기를 보내거나 성인이 되는 바람에 백신 접종을 통해 항체를 획득한 경우도 거의 없어서다. 30~40대의 A형간염이 사회적인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가정과 직장에서 활발히 활동하면서 식사나 회식을 통해 바이러스를 감염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A형간염은 감염 후 15~50일의 잠복기를 거친 뒤 증상이 나타난다. 주로 피로, 발열, 구토, 식욕부진 등 심한 급성 간염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은 보통 2개월 정도 지나면 개선되지만 10~15%는 6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재발할 수 있다. A형간염은 현재까지 개발된 치료제가 없어 감염이 되면 따로 격리돼 생활하면서 증상이 나을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

전문가들이 항체 보유율이 낮은 30~40대의 ‘예방’을 강조하는 이유다. 손을 깨끗이 씻고, 음식이나 물을 끓여 먹는 기초적인 방법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다. 백신 접종으로 A형간염 항체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일부 A형간염 백신은 만성 간염 환자에게도 예방 효과가 있다고 보고된다. 효과는 강력하다. 대표적인 A형간염 백신인 GSK의 ‘하브릭스’는 접종 후 2~4주 이내 A형간염 항체가 형성되고 1차 접종 후 6~12개월 내 2차 접종하면 항체가 20년간 유지되는 것으로 보고된다.

A형간염이 봄·여름에 발병률이 높은 만큼 그전에 1차 백신접종을 완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A형간염 백신은 총 2회에 걸쳐 접종해야 한다. 40세 미만은 항체검사 없이 백신을 접종하면 되고 40세 이상은 항체검사를 실시하여 항체가 없는 경우 접종하는 것이 권고된다. 1차 접종 후 4주가 지나면 95% 이상에서 A형간염 방어항체가 생기고 2차 접종하면 거의 100%가 방어 항체를 보유한다. 일반적으로 1차 접종 후 6~12개월 또는 6~18개월 이후에 2차 접종을 받으면 된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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