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방세동 수술·시술 접목한 하이브리드 치료 주목

[정동섭 교수] 입력 2019.04.08 09.23

[전문의 칼럼] 정동섭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교수

심방세동은 이름처럼 심장이 부르르 떨듯 뛰는 병을 말한다. 병 그 자체보다 합병증이 더 무서운 병으로 알려져 있다.   


심방세동 환자는 건강한 사람보다 뇌졸중 발생 위험이 다섯 배나 높다. 심방세동 환자 100명 중 6명가량은 진단 후 1년 내 뇌졸중이 발생한다. 심방세동은 치료가 쉽지 않고 재발이 흔해 환자들의 삶을 위협한다. 흉강경을 이용한 부정맥 수술을 포함해 하이브리드 부정맥 치료가 최근 각광받는 이유다. 
  
하이브리드 부정맥 치료는 외과 수술과 내과 시술이 접목된 첨단 치료법을 말한다. 기존 내과적 치료에 반응을 하지 않거나 재발한 환자가 치료 대상이다.   
  
흉강경 부정맥 수술은 심장이 뛰고 있는 상태에서 이뤄진다. 흉곽에 0.5㎝ 구멍을 내고 흉강경을 통해 심장을 직접 보며 양극성 고주파로 부정맥 유발 부위를 차단한다. 수술 후에도 비정상 전기신호가 발견되면 내과적 시술을 추가한다. 흉강경을 통해 심장을 눈으로 보면서 시행해 수술 시간이 짧고 안정성이 높다. 

절개 부분이 작아 수술 후 통증이 적고 회복은 빠르다. 수술은 2시간이 채 걸리지 않고 평균 입원 기간도 4~5일에 불과하다. 뇌졸중을 유발하는 혈전 발생 부위인 좌심방이를 절제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중 하나다.   
  
하이브리드 부정맥 치료는 항응고제를 먹지 않아도 될뿐더러 식생활에 제한이 없고 격렬한 운동도 가능하다. 기존 치료법에 비해 삶의 질이 매우 높다. 전체 환자 중 30% 내외에서는 흉강경으로 접근이 어려운 심장 안쪽에 비정상 전기신호를 발생시키는 병변이 발견된다. 이 경우 심장 안쪽에서 전극도자술 등 내과적 시술을 추가한다. 심장 바깥쪽과 안쪽에서 부정맥을 유발한 부위를 모두 제거하는 ‘하이브리드’ 치료다. 
  
치료 성적은 고무적이다.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하이브리드 부정맥 치료의 1년 성적은 93.7%에 달한다. 가장 최근 치료받은 환자 172명 중에서는 흉강경 부정맥 수술만으로 150명이 정상 박동을 유지했다. 재발 환자 22명도 내과적 시술을 추가하자 17명이 정상 박동을 되찾았다. 하이브리드 치료 이후 2년간 심방세동 회피율은 90%다. 기존 치료법만 적용했을 때는 55~60%대였다. 부정맥 치료의 패러다임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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