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장애 진단, 야간만큼 중요한 '주간 증상'

[박정렬 기자] 입력 2019.03.14 16.28

수면에 대한 오해와 진실

하루 8시간 이상은 자야 할까. 불면증일 때 부족한 잠을 낮에 보충하는 게 좋을까. 강동성심병원 신경과 이주헌 교수(사진)가 15일 세계 수면의 날을 맞아 수면에 대한 여러 궁금증에 답을 줬다.
 

봄에 잠이 오는 건 춘곤증 때문이다?

봄이면 점심을 먹은 뒤 심한 졸음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흔히 춘곤증이라고 표현하는데, 춘곤증은 의학적인 용어가 아니다. 꼭 특별한 용어를 붙이지 않아도 식사 후 졸린 것은 정상적인 생리현상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밤에 충분히 잤는데도 낮에 졸리거나, 졸지 않아야 하는 상황에서 조는 등 스스로 졸음을 제어하지 못하면 주간졸음증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주간졸음증은 수면무호흡증, 하지불안증후군, 기면증, 불면증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수면 장애의 치료 목표는 주로 주간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것이다.

하루에 8시간은 자야 한다?

수면은 신체와 뇌의 피로 회복과 기억 저장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마다 적정 수면 시간은 하루 4시간에서 10시간까지 다양하다.  하루에 몇 시간을 자야 정상이다라고 단정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수면의 양보다 질이다. 깊은 잠을 자게 되면 조금만 자도 피로가 풀릴 수 있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할 경우 낮잠으로 이를 보충해도 되지만, 이른 오후(13~14시) 15분 이내로 제한해야 저녁 수면이 방해받지 않는다.
 

불면증이면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일찍 잠자리에 눕는다고 불면증이 해결되지 않는다. 자려고 애쓸수록 오히려 잠이 도망갈 수가 있다. 졸릴 때에만 잠자리에 드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만약 누웠는데 20분가량 잠을 자지 못하고 뒤척인다면 잠자리를 벗어나 졸음이 올 때까지 기다린 후 다시 되돌아 가는 것이 좋다.
 

나이가 들면 잠이 없어진다?

사실 나이가 들어도 필요한 수면시간은 크게 줄지 않는다. 노인의 경우 깊은 잠이 줄고 자주 깨는 경향이 있다 보니 밤잠은 줄어들지만, 대신 낮잠이 늘어나게 된다. 결국 밤잠과 낮잠을 다 합치면 전체 잠의 양은 젊은 사람들과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 노년기 불면증은 젊은 성인에 비해 신체나 정신질환에 의해 생기는 경우가 많으니 나이가 많아서 잠이 줄었다고 단순히 넘어가서는 안 된다.
 

수면제도 중독된다?

수면제는 중독이 돼 먹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수면제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고, 환자의 증상과 나이 등에 따라 다른 수면제가 처방 된다. 전문의의 처방에 따른 적절한 사용은 불면증으로 인한 고통을 줄이고 치료에 도움이 된다. 종전에 수면제는 체내 잔류시간이 길었지만 최근 개발된 약은 인지기능이나 신체적 기능에 오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특히, 갑작스런 환경변화나 스트레스로 발생하는 급성불면증의 경우 수면유도제의 적절한 사용으로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개인별로 효과나 부작용이 다를 수 있어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 후 복용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