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아랫도리가 불룩, '서해부 탈장' 자연히 낫지 않아요

[박정렬 기자] 입력 2019.03.11 14.59

치료 필요한 소아 응급질환

태아가 엄마의 자궁에서 자라는 동안, 남자아기는 고환, 여자아기는 난소가 발달한다. 이런 고환, 난소는 임신 기간 중 이동하는데, 임신 7~9개월 사이에 남아의 경우 고환이 아기의 음낭으로 이동하게 되고, 여아의 경우 난소가 골반 내로 이동한다. 일반적으로 이동이 끝나면 지나간 '길'이 저절로 닫혀야 한다. 하지만 이 길이 닫히지 않은 채 태어나는 신생아가 약 1~5%로 이들이 뱃속의 장기가 빠지는 서혜부 탈장이 발생해 수술적인 처치를 받게 된다.


소아 서혜부 탈장 환자 중 약 10%는 가족력을 가지고 있으며, 남자아기가 여자아기보다 5배 정도 더 많이 발생한다. 평균 발견 연령은 만 3.3세이며, 3분의 1은 첫 6개월 이내에 발견된다. 임신 37주 이전에 태어난 미숙아에서는 서혜부 탈장의 발생 빈도가 16~25%로 알려져 있으며, 이 경우 남녀의 발생 비율은 비슷하다.
 

소아 서혜부 탈장의 원인인 열린 초상돌기의 길은 저절로 막히지 않는다. 탈장된 장기(주로 장 또는 난소)가 다시 배 안으로 복원이 된다면 큰 문제가 없지만, 복원되지 않을 경 작은 틈에 끼인 혈관이 탈장된 장기로의 혈액 공급을 못해 장기가 괴사하는 이른바 '교액(Strangulation)' 증상이 발생한다. 이러한 증상은 나이가 어릴수록 더 잘 발생하며, 수술 이외에는 치료 방법이 없기 때문에 서혜부 탈장이 발견될 경우, 가급적 빠른 시기 수술로 교정해야 한다.

수술은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탈장이 일어나는 길 위에 절개를 시행하여 수술하는 방법으로, 배 바깥쪽에서 탈장의 길을 찾아서 막아버리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복강경을 이용하여 수술하는 방법으로, 3개의 복강경 기구를 사용하여 배 안쪽에서 탈장의 길을 막는다. 2019년 현재 세계 소아외과 의사들의 연구에 따르면 절개 수술과 복강경 수술 모두 수술 후 재발률은 약 1~5.5% 정도로 두 수술 간에 차이는 미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아 서해부 탈장의 실제 모습 [사진 고대안산병원]


고대안산병원 소아외과 오채연 교수는 “소아의 서혜부 탈장, 특히 신생아나 영아의 경우 처음 발생했을 때,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으며, 그렇기 때문에 보호자들이 알아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아기 기저귀를 갈거나 목욕을 시킬 때 사타구니 좌우측이 심하게 비대칭이라면 소아 서혜부 탈장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 교수는 "소아 서혜부 탈장은 자연적으로 사라지는 질환이 아니며 오히려 장 괴사, 천공, 복막염 등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며 "소아 서해부 탈장의 수술은 각각 장단점이 있는 만큼 수술 경험이 풍부한 소아외과 전문의에게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n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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