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의료 현장] 복잡한 병원 길 ‘내비게이션’으로 찾는다

[박정렬 기자] 입력 2019.03.05 23.46

세브란스병원 ‘my세브란스’

강모(32·서울시 마포구)씨는 지난해 6월, 가슴 통증을 호소하는 아버지와 함께 신촌 세브란스병원을 찾았다. 진단을 위해 본관 4층 가정의학과를 찾은 그에게 의사는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본관 밖 심장혈관병원을 찾아가라고 권했다. 처음 가보는 곳이었지만, 강씨는 사람들에게 길을 묻거나 안내판을 찾지 않았다. 대신 그는 스마트폰으로 ‘my세브란스’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받아 길을 찾아갔다. 강씨는 “차량 내비게이션처럼 실시간으로 길을 알려줘서 헤매지 않고 빨리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만족해했다.
 
규모가 큰 대학병원에서는 길을 헤매는 경우가 다반사다. 안내도만 봐서는 원하는 곳을 찾아가기 어려워 지나가는 환자나 보호자, 직원을 붙잡고 길을 묻는 경우가 적지 않다. 처음으로 대학병원을 찾았을 때는 막막함이 더욱 크다. 강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미리 병원 홈페이지에 접속해 진료과로 가는 길을 찾아보려 했지만, 지도만 보고 찾아가기엔 어려운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사물인터넷 기술 활용해
이런 환자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세브란스병원은 자체 앱인 ‘my세브란스’에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한 ‘길찾기’ 기능을 탑재했다. 스마트폰의 블루투스 신호를 잡는 ‘비콘(beacon)’이란 장치를 병원 곳곳에 설치해 현재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했다. 사물인터넷은 무선 통신을 이용해 사물을 연결하는 기술로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 쓰는 교통카드, 톨게이트를 지날 때 자동으로 요금이 차감되는 하이패스 등에도 적용돼있다.
 

세브란스병원은 앱에 사물인터넷 기술을 적용해 환자, 보호자가 손쉽게 길을 찾을 수 있도록'길찾기'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진 세브란스병원]

지난달, 세브란스병원 홍보팀과 함께 ‘my세브란스’의 길찾기 기능을 체험해봤다. 병원 길을 잘 모르는 일반 직원에게 부탁해 본관 3층 안내데스크에서 한 층 위에 있는 4층 정형외과로 목적지를 설정하고 길을 찾아갔다. 앱을 실행하자 첫 화면에 ‘길찾기’ 기능이 보였다. 블루투스를 활성화한다는 메시지가 떠 ‘확인’을 누르자 병원 지도 위로 빨간색으로 가는 길이 표시됐다. 실시간으로 위치를 알려주고 방향이 맞는지 화살표로 표시해 줘 편리했다. “4m에서 우측으로”처럼 화면에 메시지가 함께 보여 길을 헤맬 염려가 없었다.
 
이런 길찾기 기능은 현재 강남세브란스병원(강남세브란스)과 서울시보라매병원(베스트가이드 보라매병원) 등에서도 제공되고 있다. 충남대병원도 헬스커넥트와 협력해 오는 11월부터 앱에 길찾기 기능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들 병원은 길 찾기뿐 아니라 진료 예약, 예약 일정 확인 등 환자에게 필요한 기능들을 앱에 추가해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이진섭 원무팀장은 “환자가 자신의 예약 현황(검사 등)에 대해 문의하는 경우가 많은데, 앱을 통해 이를 쉽게 안내받을 수 있어 편리하다는 의견이 많다”며 “보험사(KB)와 연계해 바로 실손보험 청구가 가능한 부분도 상당히 활용도가 높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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