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희귀질환의 날’ 맞아 다발성 경화증에 더 관심을

[홍윤호] 입력 2019.02.25 09.45

[전문의 칼럼] 서울시 보라매병원 신경과 홍윤호 교수

매년 2월의 마지막 날은 ‘세계 희귀질환의 날’이다. 4년마다 한 번 돌아오는 2월 29일이라는 희소성에 착안해 사회의 무관심 속에 소외받는 희귀질환 환우들의 어려움을 돌아보고자 유럽희귀질환기구에 의해 처음 시작됐다. 올해는 2월 28일이 ‘세계 희귀질환의 날’이 된다. 우리나라 희귀 난치 질환 등록환자는 2016년 기준 100만여 명이다. 등록된 질환만도 1100여 종이나 된다. 다발성경화증도 그중 하나다.
  
다발성경화증은 전 세계적으로 약 250만 명의 환자가 있으며, 국내 환자는 2017년 기준 2600명으로 추정된다. 인구 10만 명당 유병률이 3.5명에 불과해 희귀 난치 질환으로 분류된다. 모든 연령에서 발병할 수 있지만 주로 20~50세의 경제 활동이 활발한 시기에 많이 발병하고, 특히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2~3배가량 많다.
  
다발성경화증은 신경세포의 한 부분인 축삭을 둘러싸고 있는 수초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염증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오작동으로 정상 조직을 손상시키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치료하지 않을 경우 손상이 축적되고 영구적인 장애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질환이다.
 
다발성경화증은 증상이 다양하고 질병의 진행 과정을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 시신경 이상에 의한 시력 저하와 시야 결손 외에도 복시나 구음 장애, 어지럼증, 감각 이상, 운동 마비, 실조, 떨림, 배뇨 장애, 인지기능 저하 등 다양한 신경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자가면역 질환의 특성상 완치는 어렵지만 적절한 치료를 통해 재발 빈도를 낮추고 진행을 억제해 장애가 남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는 치료제들이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에 기존의 1차 치료 주사제 외에도 새로운 경구 약제와 2차 치료제들이 국내에 도입되면서 치료 편의성이 높아졌고 더 나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의료진과 상의해 자기에게 맞는 적절한 치료제를 선택하고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충분히 질환 진행을 늦추고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다발성경화증과 같은 희귀 난치 질환은 환자 수가 적다는 이유로 사회적 관심과 지원에서 멀어지기 쉽다. 올해 ‘세계 희귀질환의 날’을 계기로 희귀질환에 대한 관심이 좀 더 높아져 조기 진단과 치료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하기를 바란다. 또한 정부에서도 희귀질환 환자들을 위한 의료 서비스를 확대하고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는 등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 주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