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불치병? 꾸준히 치료하면 정상생활 문제 없어

[김재문 이사장] 입력 2019.02.11 09.12

[전문의 칼럼]김재문 대한뇌전증학회 이사장

2월 11일(매년 2월 둘째 주 월요일)은 ‘세계 뇌전증의 날’이다. 뇌전증은 약물치료만으로 70% 이상의 환자가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며, 전체 환자의 50% 이상이 완치될 수 있는 병이다. 전염성이 없고 치료되거나 적절하게 조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여전히 편견이 존재하는 병이다. 
  
 뇌전증이란 단일한 뇌전증 발작을 유발할 수 있는 원인 인자, 즉 전해질 불균형, 산-염기 이상, 요독증, 알코올 금단 현상, 심한 수면 박탈 상태 등 발작을 초래할 수 있는 신체적 이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뇌전증 발작이 반복적으로 발생해 만성화된 질환을 의미한다. 또 뇌전증 발작이 1회만 발생했다고 해도 뇌 영상 검사 등에서 뇌전증을 일으킬 수 있는 병리적 변화가 있으면 뇌전증으로 분류한다. 
  
 의식을 잃고 눈이 돌아가며 사지가 굳어지고 간헐적으로 떠는 현상 등이 뇌전증의 전형적인 증상으로 여겨지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멍하기만 하거나 반응이 늦고 한 팔만 흔든다든지 하는 부분적 발작 증세를 보이는 경우가 더 많다. 소름만 돋는다거나 구토만 하는 형태의 매우 미미한 증상의 뇌전증도 드물게 나타난다. 
  
 뇌전증 발작은 수많은 연구에 의해 신경세포의 일시적이고 불규칙적인 이상 흥분 현상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따라서 이러한 현상을 억제하는 약물을 사용하거나 발작을 일으키는 병소를 제거하면 증상의 완화·치료가 가능하다. 
 
 항경련제의 복용은 뇌전증 발작을 억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항경련제는 뇌세포의 과도한 흥분을 억제하고 미약한 억제력을 강화함으로써 발작 발생을 막는다. 적절한 약물치료를 받는 뇌전증 환자의 약 70% 이상은 발작 없이 생활하고 있으며,  20~30% 정도가 수개월에 한 번 정도의 드문 발작을 보인다. 항경련제는 처음 치료할 경우 최소 2년 이상 복용해야 하고, 치료 중 재발하지 않고 주기적으로 시행하는 뇌파 소견이 호전되면 약물 용량을 서서히 줄여갈 수 있다. 항경련제의 1차 선택은 뇌전증의 형태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므로 반드시 뇌전증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은 후 상의해 결정해야 한다. 약물치료를 해도 발작이 멈추지 않는 뇌전증은 ‘난치성 뇌전증’으로 분류하는데, 이 경우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위대한 업적을 이룬 위인 중에서도 뇌전증을 앓았던 사람이 꽤 많다. 뇌전증은 결코 불치병이나 정신병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뇌전증은 치료될 수 없다는 잘못된 통념 아래, 아직도 상당수의 뇌전증 환자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회와 격리된 생활을 하기도 해서 안타깝다. 세계 뇌전증의 날을 계기로 더 많은 환자가 올바른 치료와 관리를 통해 정상적인 삶을 누릴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