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코골이' 안전지대 아냐…중년·임산부 요주의

[김선영 기자] 입력 2019.01.29 17.51

수면 질 떨어뜨리고 순환기계 자극 받아…검사해 적절한 치료법 찾아야

코골이로 고민하는 여성이 의외로 많다. 대한비과학회에 따르면 습관성 코골이는 남성의 약 40%, 여성의 약 26%에서 나타난다. 보통 여성보다는 남성에게서 흔하다. 하지만 폐경 후 여성의 코골이 발생 비율은 남성과 비슷해진다. 여성 코골이의 위험성과 치료법을 알아봤다.

코골이는 수면 중에 비강·인두·후두 같은 숨 쉬는 통로(상기도)가 좁아져 발생하는 떨림소리다. 상기도가 좁아지다 못해 자주 막히면 수면무호흡증으로 악화한다. 무호흡은 수면 중에 10초 이상 호흡이 정지한 상태를 의미한다. 한 시간에 5회 이상, 전체 수면 시간 중 30회 넘게 발생할 때 수면무호흡증으로 진단한다.

여성은 폐경기에 여성호르몬 분비가 급감한다. 여성호르몬 수치가 감소하면 폐 근육의 탄력이 떨어져 폐활량이 떨어진다. 기도를 둘러싸고 있는 근육마저 느슨해지면서 코를 골기 십상이다. 호르몬 변화로 인한 비만도 코골이의 주요 원인이다. 목 부분에 체지방이 쌓이면 상기도 근육의 긴장도가 풀린다. 코골이는 수면의 질을 떨어뜨린다. 자는 도중 기도가 순간순간 막혀 자주 깬다. 호흡이 원활하지 못해 혈중 산소 포화도(농도)는 점점 감소한다.

코골이·수면무호흡증 탓에 산소가 부족하면 순환기계가 자극을 받는다. 혈압과 심박동 수가 증가해 고혈압·부정맥·뇌졸중 같은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높아진다. 무호흡 탓에 뇌압이 상승하면서 기상할 때 두통을 느끼기 쉽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다 보니 짜증이 늘고 공격적으로 변한다. 폐경기에 찾아오는 불안감과 우울증이 심해지는 사례도 많다. 수면의 질이 낮아 주간에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인지기능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코골이 의심되면 수면다원검사 받아야
임신 중에도 코골이 증상이 흔하다. 만삭이 될수록 자궁이 커져 복강 내 압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횡격막과 폐를 압박하면서 원활한 호흡이 방해받는다.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체중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도 한 요인이다. 지방이 상기도와 폐 주변에 붙어 숨 쉬는 통로가 좁아진다.

임신 시 코골이·수면무호흡증은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한다. 대다수가 출산 후 부기가 빠지면서 자연스럽게 증상이 사라진다. 하지만 수면무호흡증이 심한 임신부는 산소 부족으로 임신성 고혈압이 발생할 수 있다. 임신성 고혈압은 두통, 명치 부위 통증 같은 증상을 동반한다. 이때 태반 내 혈류가 줄면 태아에게 충분한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할 수 없다. 저체중아 출산의 위험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얘기다.

여성 코골이·수면무호흡증이 의심된다면 수면다원검사부터 받아야 한다. 이 검사는 코와 입을 통한 공기의 흐름, 가슴과 복부의 호흡운동, 뇌파, 안구운동, 혈중 산소 포화도 같은 생체신호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심각도를 정확히 파악해 치료법을 결정한다.

비만 여성, 임신 전 미리 체중 조절 필수
코골이·수면무호흡증 치료는 체중조절과 자세교정이 기본이다. 중년 여성은 평소 꾸준히 운동해야 한다. 규칙적인 운동은 근육의 탄력성을 증가시켜 코골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 임신 중에는 과도한 체중 증가를 경계하고, 비만 여성은 임신 전 미리 체중을 조절한다. 만삭인 임신부는 똑바로 누워 자는 게 좋지 않다. 혈액이 태아와 자궁, 신장 쪽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왼쪽으로 누워야 한다.

좀 더 적극적인 치료방법도 있다. 양압호흡기와 구강 내 장치, 수술이 대표적이다. 양압호흡기는 가장 널리 쓰이는 치료도구다. 외부에서 지속적으로 공기 압력을 공급해 수면 중 기도가 좁아지지 않게 하는 원리다. 치료효과가 높으나 수면 중에 마스크를 쓰고 자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구강 내 장치는 증상이 경미할 때 쓰인다. 특수 장치를 입에 물면 근육 긴장도가 증가해 상기도가 넓어지는 방식을 활용한다. 수술은 편도 비대처럼 구조적인 문제가 있을 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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