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다리 붓고 저리면 정맥, 손발 차고 어지럼증 심하다면 동맥 살펴야

[권선미 기자] 입력 2019.01.11 16.50

#63 혈관 상태에 따라 혈액 순환 약 고르기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혈관은 건강을 잇는 통로입니다. 우리 몸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크고 작은 혈관으로 촘촘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심장에서 뿜어져 나온 혈액은 혈관을 타고 온 몸을 순환한 다음 다시 심장으로 돌아옵니다. 이 과정에서 신체 곳곳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고 세포의 대사과정에서 생긴 노폐물을 배출합니다. 신체 건강을 위해서는 혈관이 막힘없이 잘 연결돼 있어야 하고, 그 흐름도 원활해야 합니다. 이번 약 이야기에서는 혈액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약에 대해 알아봅니다.
 

혈액순환은 생명의 근원입니다. 길이나 상하수도가 막히면 도시가 엉망이 되듯이 혈액순환도 마찬가지 입니다. 혈관의 시작과 끝은 심장입니다. 심장의 좌심실→대동맥→온 몸의 모세혈관→대정맥→심장의 우심방으로 이어지는 혈액의 흐름인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면 신체의 여러 기능이 떨어지고 노화가 진행됩니다. 혈관이 늙는 만큼 내 몸도 나이를 먹는 셈입니다.
 
혈액순환장애는 언제 어떻게 나타날지 알지 못한다는 점이 무섭습니다. 뇌·심장·팔다리·신장 등 혈관이 존재한다면 우리 몸 어느 곳이라도 이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혈액순환을 방해받으면 체내 산소·영양분 공급 부족·중단으로 신체 장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합니다. 평소 혈관 건강관리에 신경 써야 하는 이유입니다. 비교적 가벼운 혈액순환장애는 일반의약품으로도 증상을 개선·완화할 수 있습니다.
 

혈관 종류에 따라 적합한 약이 다릅니다
혈액순환장애를 치료할 때 살펴야 할 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어떤 혈관에 문제가 생겼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혈관은 크게 동맥·정맥·모세혈관으로 구분합니다. 겉으로는 똑같이 혈액이 흐르는 통로로 비슷해 보이지만 하는 일에 따라 혈관의 굵기·탄력성이나 혈관 벽의 생김새가 다릅니다. 혈액순환장애가 발생한 원인은 물론 증상·치료법에도 차이를 보입니다. 혈액순환이 나타난 혈관이 동맥인지 정맥인지에 따라 복용해야 하는 약이 다르다는 의미입니다.
 

동맥은 심장에서 온 몸으로 뻗어나가는 혈액이 흐르는 혈관입니다. 콜레스테롤 같은 지질이 쌓여 혈관 내벽이 좁아지면 혈류량이 줄어 혈액순환장애가 나타납니다. 동맥 혈액순환장애는 저리는 듯 찌릿한 통증과 마비 증상이 특징입니다.
 
미세 동맥혈관까지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으면 수족냉증으로 손발이 차고 저리거나 피로감이 심합니다. 기억력·집중력이 떨어지고 어지럼증을 호소합니다. 특히 고지혈증·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오래 앓으면 혈액순환이 불량합니다. 따라서 증상 개선을 위한 치료가 필요합니다. 동맥 혈액순환을 돕는 약을 3개월 정도 복용하면 가벼운 혈액순환장애를 완화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혈관을 좁게 만드는 요소를 제거하거나 동맥혈관의 혈행을 개선합니다.
 
동맥 혈액순환장애 증상을 개선하는 약으로는 ▶말초 동맥혈관의 혈액순환을 개선하는 은행잎추출물(기넥신에프정·타나민정·써큐란연질캡슐 등) ▶혈소판 응집을 억제하는 항혈소판제(저용량 아스피린) 등이 있습니다.
 
다만 동맥은 심장·뇌 건강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중증도를 잘 살펴야 합니다. 심장을 지나는 관상동맥이나 뇌와 연결된 경동맥이 좁아지면 협심증·뇌경색 등으로 악화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심각하다고 자각하지 못하지만 가슴·머리 통증, 얼굴 무표정, 호흡곤란, 한쪽 팔·다리 마비 증상이 있다면 응급상황입니다. 병원을 찾아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반대로 다리 등 신체의 끝에서 심장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혈관인 정맥은 혈관 벽이 늘어나거나 혈류 흐름을 조절하는 정맥 혈관 내 판막에 문제가 생겨 발생합니다. 혈액이 흐르지 못하고 한 곳에 고이면서 정맥 혈관이 울퉁불퉁 부풀어 오릅니다.
 
정맥의 혈액순환 증상 대부분은 다리에 나타납니다. 정맥 혈관의 탄력성이 떨어져 다리가 잘 붓고 조금만 걸어도 피로감이 심합니다. 다리 정맥혈관이 부풀어 오르면서 울퉁불퉁 튀어나온 하지정맥류나 치질도 정맥 혈액순환장애의 일종입니다. 참고로 동맥 혈액순환장애가 있을 땐 수족냉증이 심하지만 정맥 혈액순환장애가 나타나면 혈액이 발에 몰려 오히려 따뜻합니다.
 
정맥 혈액순환 장애에는 포도잎추출물(안티스탁스정·안탁스캡슐 등)이나 센텔라아시아티카 추출물(센시아 등) 등 느슨해진 정맥혈관의 탄력성을 강화하는 약이 적합합니다. 정맥의 탄력이 돌아오면 판막도 제 기능을 회복하면서 정맥의 혈액순환 기능이 회복됩니다. 센텔라아시아티카 추출물을 한 달간 복용한 환자는 통증·감각이상·경련·둔중감 등 정맥순환장애 증상이 70% 이상 개선됐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다리 부종도 현저히 감소했습니다. 약 복용 전 종아리 둘레는 31.93㎝에서 복용 후 30.99㎝, 발목은 23.42㎝에서 22.28㎝로 줄었습니다.
 

경동맥·심부정맥 등 중요 혈관 막히면 치명적
둘째, 증상의 중증도와 치료의 시급성입니다. 혈액순환장애는 긴급한 치료를 요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오해입니다. 동맥이든 정맥이든 중요 혈관이 막히면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습니다. 뇌졸중 같은 뇌혈관 질환이 대표적입니다. 심장에서 뇌로 올라가는 혈관인 경동맥이나 가느다란 뇌혈관이 막히면 산소 공급이 중단됩니다. 뇌세포가 빠르게 망가지면서 돌이키기 어려운 상태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심부정맥도 마찬가지입니다. 혈전(피떡)이 폐동맥으로 흘러가 막으면 폐색전증으로 위험할 수 있습니다.
 
혈관은 통증세포가 없습니다. 따라서 70% 이상 혈관이 막히기 전까지는 아무런 증상이 없어 혈관건강에 무심하기 쉽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도 심각하지 않아 보입니다. 잠깐 의식을 잃었다 멀쩡하게 회복하거나 감각이 떨어지는 정도입니다. 갑작스런 가슴 통증이나 심한 두통, 안면마비 증상은 생명을 위협하는 중요 혈관이 막히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특히 심뇌혈관질환을 앓고 있는 가족이 있다면 더 주의해야 합니다. 반드시 곧바로 병의원을 방문해 증상을 알리고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혈액순환개선제는 가벼운 혈관장애 증상을 개선하는 보조 수단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도움말: 오성곤 성균관대 약대 겸임교수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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