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성진통제 쓰는 환자 5명 중 1명은 의존성 관찰

[박정렬 기자] 입력 2018.12.04 16.15

국내 첫 만성비(非)암성 통증 환자 마약성진통제 의존성 조사

국내 마약성진통제 의존성이 21%로 조사됐다. [사진 서울대병원]

우리나라 1인당 마약성진통제 소비량은 연간 55mg이다. 이는 전 세계 43위에 해당하는 수치로, OECD 평균 258mg은 물론 미국 678mg보다도 훨씬 적다. 문제는 증가 속도다. 우리나라 마약성진통제 소비량은 2005년에 비해 6배가량 증가하며 아시아 3위로 올라섰다. 

소비 증가는 약에 대한 의존성과도 연관된 문제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에서는 관련된 연구가 없었던 상황이었다.

이에 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문지연 교수팀은 국내 최초로 마약성진통제 오남용을 연구 조사해 결과를 4일 발표했다. 2017~2018년, 국내 6개 대학병원에서 마약성진통제를 통증 조절 목적으로 처방 받고있는 만성 비암성 통증환자 258명을 대상으로 마약성 진통제 사용관련 의존성을 관찰했다.

그 결과 마약성진통제를 사용하는 환자 55명(21%)에게 의존성이 관찰됐다. 처방외복용, 과량복용, 잦은 처방전 분실 등 마약성진통제 의존 가능성이 있는 평가항목 7개를 적용해 조사한 결과다. 즉, 마약성진통제를 만성적으로 처방받는 환자 5명 중 1명꼴로 오남용의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는 마약성진통제 사용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서구에서 보고되는 오남용빈도 21~29%와 비교해도 낮지 않은 수치다. 결국 마약성진통제 연관 의존성은 절대적 소비량에 상관없이 유사한 빈도로 나타날 수 있음을 뜻한다. 

세부적으로 젊은 환자, 기능성 통증, 두경부 통증, 알코올/약물 남용, 우울증이 있는 경우에서 마약성 진통제 연관 의존성이 더 높게 나타났다. 마약성진통제 연관 의존성을 보이는 환자는 하루 평균 모르핀 사용량이 약 169mg으로, 의존성을 보이지 않는 환자보다 약 30% 더 높았다. 진통제를 얻기 위해 응급실을 방문하는 빈도도 연 평균 36회로 2배가량 잦았다.

의존성 여부와 관계없이 마약성 진통제를 장기간 복용하는 환자들은 불안감, 우울감, 심각한 불면증과 현저히 낮은 회복탄력성을 보였고, 약 66.7%가 통증 때문에 자살을 생각해 봤다고 응답했다. 마약성진통제 연관 의존성은 1년 이내 약물 남용병력 19배, 알코올 남용력 7배, 기능성통증증후군 13배, 일평균 모르핀 사용량 200mg 이상인 경우 3.5배 정도 더 높은 빈도로 발생했다. 

다만, 문지연 교수는 “마약성진통제를 복용하는 환자가 추가 처방을 위해 응급실을 방문할 때, 진통제에 대한 의존성으로 인한 사용장애보다는 실제 통증조절과 악화된 증상 치료를 위한 것인지를 먼저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해석에 주의를 당부했다. 

그러면서 문 교수는 “국내에서도 마약성진통제 사용량이 점차적으로 더 증가할 것이 예상되는 만큼 마약성진통제 사용장애에 대한 평가와 이에 대한 대처에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임상의학저널(Journal of Clinical Medicine)’ 최근호에 게재됐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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