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원하는 스마트 건강보험제도 불가능?

[이원복 교수] 입력 2018.12.03 09.19

[전문가 기고]이원복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연말이면 ‘문재인 케어’라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의 목표가 67% 이상 될 것으로 예측된다. 병원 등 의료 현장에서 환자와 그 가족이 느끼는 체감 효과는 각자 다르겠지만 올해 1월 선택진료비 폐지를 시작으로 상복부 초음파와 뇌혈관 MRI 등 고가 진단 검사에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시작했고, 비싼 신약도 점차 보험이 적용되면서 환자의 재정 부담은 크게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건강보험 제도의 체질 개선 없이 단기적 보장성 강화만으로는 고령화나 미충족 의료를 해결하는 본질적인 건강보험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건강보험의 핵심적인 기능이 의료비 부담의 위험 분산에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국민건강을 유지시켜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과학과 의료 기술의 발전은 혁신적인 치료제를 낳는 등 인류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준다. 혁신적 신약은 수많은 환자의 생명을 구했다. 혁신적 신약으로 평가 받는 면역항암제와 염증을 억제하는 항체 치료법의 원리를 발견한 학자들이 그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과 화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연구개발의 혁신성이 최종 소비자인 국민에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혁신에 지속적인 동력을 부여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 새로운 치료제들은 허가와 급여 등재 등 일련의 과정을 거쳐 건강보험 제도에 편입돼야만 환자 치료에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계속 높아지는데 제도의 혁신이 늦어지면 보험을 둘러싼 환자들과 정부의 갈등도 더 깊어지게 된다. 이러한 사회문제와 갈등을 해소하고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와 건강보험제도의 간극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해외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새로운 치료제의 등장을 직면한 상황에서 영국·호주·캐나다 등 선진국은 이미 다양한 계약 조건을 활용해 자국의 보험재정과 환자의 요구를 동시에 해결하는 등 의료보험 문제를 스마트하게 풀어가고 있다. 
  
 예컨대 정부가 협상력을 발휘해 공급자가 원하는 보험가를 인정해주더라도 사후에 일정 규모를 넘는 보험지출을 도로 환급받음으로써 재정을 절감한다. 협상도 빨라지고 재정을 중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으니 실속 있는 제도라 할 수 있다. 계약 조건에 사후관리 조항을 넣어 환자 보호에도 책임을 다하는 셈이다. 
  
 정부가 국민을 대신해 협상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이들 국가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장기적인 안목에서 재정중립적인 방법을 적극 활용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미래의 치료제들은 더 스마트한 보험제도를 필요로 할지 모른다. 그리고 개혁을 위한 사회적 합의는 우리 모두의 역할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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