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건선·크론병에 효과 좋고 부작용 적은 생물학적 제제 아시나요?

[박정렬 기자] 입력 2018.11.16 11.53

#56 다양한 생물학적 제제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류머티즘 관절염, 크론병, 건선의 공통점은 내 몸을 지키는 면역세포가 역으로 자신을 공격해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이라는 점입니다. 뚜렷한 원인을 알지 못해 오랜 기간 불치병으로 여겨져 왔죠. 하지만 최근 생물학적 제제가 등장하면서 이런 상황이 반전되고 있습니다. 면역세포의 활성을 직접 조절할 수 있어 기존 방식보다 부작용이 적고, 효과는 훨씬 개선된 겁니다. 이번 주 약 이야기에서는 생물학적 제제 중에서도 가장 널리 활용되는 ‘사이토카인 표적치료제’를 알아봅니다.
 

생물학적 제제는 화학 물질을 합성해 만드는 화학 의약품이 아닌 생물체를 재료로 제조하는 생물(바이오) 의약품의 일종입니다. 생물학적 제제는 대부분 병을 악화시키는 특정 물질에 달라붙을 수 있는 단백질입니다. 다른 세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표적치료(targeted therapy)’가 가능해 화학 의약품보다 효과가 뛰어난 반면, 체내 대사 과정에서 독성 물질이 만들어지지 않아 부작용 위험은 적죠.
 

면역 세포 ‘신호’ 차단해 균형 맞춰
자가면역질환에 쓰이는 생물학적 제제의 목표물은 면역세포입니다. 면역세포는 세균이나 바이러스처럼 외부 이물질로부터 우리 몸을 지켜주는 고마운 존재죠. 그런데 자가면역질환은 이물질이 없는 상황에서 면역세포가 자기 조직 자체를 적으로 인식하면서 나타납니다. 잠잠해야 할 면역세포가 무슨 이유인지 화가 나서 관절, 대장, 피부 등 다양한 조직을 공격해 염증과 통증을 일으키는 겁니다.
 
하지만 면역세포 자체를 없애면 몸이 약해져 오히려 더 큰 병에 걸릴 위험이 커지겠죠. 그래서 개발된 것이 면역세포 사이의 연락 물질(단백질)을 막아 면역세포의 활성도를 조절하는 방식입니다. 면역세포 사이의 신호 전달 물질을 통칭해 ‘사이토카인’ 이라고 부릅니다. T세포, B세포, 대식세포 등 다양한 면역세포는 사이토카인을 분비하고 받아들이면서 면역 반응을 조절합니다. 지금까지 모두 150여가지 종류의 사이토카인이 발견됐는데요, 이 중 염증반응을 조절하는 대표적인 물질이 인터루킨(Interleukin, 이하 IL)과 종양괴사인자(이하 TNF)입니다. 사이토카인을 억제하면 면역세포 활성도가 조절돼 증상을 완화할 수 있겠죠. 자가면역질환에서 사이토카인 표적치료제가 관심을 모으는 이유입니다.
 
가장 널리 활용되는 건 TNF-α(알파) 억제제입니다. 레미케이드와 램시마, 휴미라, 엔브렐, 심포니 등 일반인에게도 제법 익숙한 생물학적 제제가 모두 TNF-α 억제제에 속합니다. TNF-α는 염증 반응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물질입니다. 대식세포나 호중구 같이 염증을 일으키는 면역세포를 끌어들이는 동시에 활성을 높여 염증 반응을 유발?악화시킵니다. TNF-α 억제제는 TNF-α가 들어가야 할 수용체에 대신 결합하거나, TNF-α에 직접 작용해 염증 신호가 전달되는 것을 막습니다.
 

새로운 생물학적 제제 속속 등장
TNF-α 억제제의 장점은 다양한 자가면역질환에 효과가 검증됐다는 점입니다. 류머티즘 관절염을 비롯해 건선, 크론병과 궤양성대장염, 강직성척추염, 배체트병까지 폭넓게 활용되며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치료제 종류에 따라 효과적인 질환이 다른 이유가 궁금하실 텐데요, 이는 치료제에 활용하는 단백질이 100% 똑같지 않아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같은 TNF-α에 작용해도 치료제에 쓰는 단백질 구조는 모두 다릅니다. 이런 단백질이 어느 부위에, 얼마나 많이 달라붙느냐에 따라 TNF-α를 억제하는 정도는 차이가 있습니다.
 
단, 모든 사람에게 TNF-α 억제제가 효과적인 것은 아닙니다. 같은 질환을 앓아도 어떤 환자는 TNF-α가 염증 반응에 크게 관여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TNF-α 억제제를 주입해도 큰 효과가 나타나지 않겠죠. 또, 환자의 3분의 1 가량은 중화항체가 형성돼 치료제 내성이 생길 수 있습니다. 갈수록 효과가 떨어지는 것이죠. 드물지만 다른 질환에 걸릴 위험도 있습니다. TNF-α는 체내에서 암세포(종양)을 비롯해 결핵균을 죽이는 작용을 하는데요, 이 기능이 줄면 림프종?흑색종 등 암과 결핵의 위험이 커질 수 있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최근 의료계가 또 다른 사이토카인 표적치료제인 IL 억제제에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IL은 TNF-α와는 다른 경로로 염증 반응을 일으킵니다.  TNF-α 억제제가 듣지 않는 환자도 IL을 억제하면 증상이 나을 수 있는 겁니다.
 
IL은 TNF-α와 달리 각 질환별로 염증 반응에 작용하는 IL의 종류가 각각 다릅니다. 현재 개발된 생물학적 제제는 IL-6, IL-12, IL -17, IL-23에 달라붙어 작용을 억제하는 약들입니다. 건선의 경우 IL-23 억제제인 트렘피어, IL-17 억제제인 탈츠와 코센틱스, IL-12와 IL-23을 동시에 억제하는 스텔라라 등 가장 많은 치료제가 활용되고 있습니다. 스텔라라는 크론병, 코센틱스는 강직성 척추염 치료에도 쓰이죠. IL-6 억제제인 악템라는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IL 억제제가 다양하다는 건 그만큼 환자의 치료 선택권이 확대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IL억제제도 하나가 듣지 않을 때 다른 치료법을 선택해 효과를 볼 수 있는 겁니다. 건선만 해도 IL에 따라 증상을 악화하는 ‘길’이 다릅니다. IL-12와 IL-23은 T세포에서 분화한 TH17와 TH1이란 면역세포를 자극해 TNF-α와 IL-17의 양을 늘립니다. 즉, IL-12, IL-23 → T세포 → IL-17 및 TNF-α 순서로 피부 각질 세포 증식과 염증 반응이 촉진됩니다.
 
작용 방식이 다른 만큼, 건선에 IL 억제제의 특징도 각각 다릅니다.  T세포의 분화를 조절하는 스텔라라나 트렘피어는 효과가 다소 늦게 나타나는 반면 지속 시간은 깁니다. 스텔라라는 3개월, 트렘피어는 2개월마다 한 번씩 맞으면 됩니다. 반대로 T세포 아래쪽에서 작용하는 IL-17 억제제는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지만 지속 시간은 비교적 짧은데요, 코센틱스나 탈츠는 한 달에 한 번은 맞아야 합니다.
 

생물학적 제제의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이제 자신의 몸 상태나 경제적 요건, 시간에 따라 적합한 약을 선택할 수 있게 됐습니다. 종전에는 생물학적 제제의 종류가 적고, 가격이 비싸 선뜻 치료에 나서지 못한 환자가 많았는데요, 보험이 적용되는 생물학적 제제도 늘어난 만큼 증상이 나타난다면 의사를 찾아 정확한 원인과 치료법을 함께 찾아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도움말 : 고대안암병원 류마티스내과 이영호 교수, 고대안암병원 임상약리학과 박지영 교수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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