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부모님 복용하는 약 아시나요? 질병보다 더 치명적인 약 공포 막으세요

[김선영 기자] 입력 2018.10.19 18.05

#52 노인이 피해야 할 의약품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노년기에는 약을 달고 산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고질병이 많은 데다 크고 작은 증상 때문에 수시로 병원 신세를 집니다. 그럴수록 먹는 약의 개수는 늘어나죠. 그런데도 임산부·어린이와 달리 노인은 약 복용·투여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노인은 일반인에 비해 의약품의 장기 복용과 병용 복용이 많아 유해반응이 일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게다가 노화로 신체 기능이 저하되면서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노인에게 치명타를 줄 수 있는 특정 약물은 복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약물 사고는 아는 만큼 대처할 수 있습니다. 이번 약 이야기 주제는 '노인이 피해야 할 의약품'입니다.
 

노인은 일반 성인과 같은 약을 먹어도 약효가 다르게 나타나거나 부작용이 더 흔하게 발생하곤 합니다. 왜 그럴까요. 노인의 신체적인 특성 때문입니다. 노인은 체내에 수분량은 적은 대신 체지방이 많은 편입니다. 일반인에 비해 약이 온몸으로 퍼지는 속도가 느리고 약의 흡수가 불완전하게 이뤄질 수 있습니다. 또 나이가 들수록 위장관 기능이 약해지기 쉽습니다. 일반 성인보다 약이 위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약물의 농도가 변해 이상반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신장 기능의 저하도 부작용을 낳는 원인이 됩니다. 신장에서는 약물의 배설이 이뤄지는데, 노화로 신장 기능이 약해지면 약물 배설이 잘 안 돼 약이 몸속에 오래 머물면서 예기치 못한 작용을 할 수 있습니다. 노인은 일반 성인과 대사 능력에서도 차이를 보입니다. 약물 대사가 일어나는 주된 신체기관은 간입니다. 노인은 간의 크기와 혈류량이 줄어 간의 대사 능력이 떨어집니다. 약물의 대사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노인이라면 약 복용에 상당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질병 유무와 관계없이 주의해야 할 의약품이 있어 알아두면 도움이 됩니다. 국내 65세 이상 노인 환자에게 처방 빈도가 높은 약물 위주로 소개하겠습니다.
 
첫째, 1세대 항히스타민제(성분명 클로르페니라민)입니다. 이 약물은 일반적으로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소양성 피부질환 등에 주로 사용됩니다. 항히스타민제는 1세대와 2세대로 구분합니다. 1세대는 2세대에 비해 효과가 빠르고 가격이 저렴한 장점이 있으나 상대적으로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더 많이 미칩니다. 고령자가 복용하게 되면 부교감 신경이 둔해져 입 마름, 변비, 요도 막힘 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게다가 졸음, 피로, 어지러움 같은 진정효과가 과도하게 나타나 낙상 위험이 큰 약물이라 어르신이 복용할 때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둘째,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약물(성분명 디아제팜)입니다. 이 약물은 불면증이나 우울증 치료용으로 많이 쓰입니다. 노인 환자가 복용하면 약물에 대한 감수성이 증가해 과도한 진정효과나 낙상, 골절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특히 환각이나 초조함, 떨림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섬망이 발생하는 등 인지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만성 폐질환이나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노인은 호흡장애 증상이 더 악화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노인이라면 이 약의 장기·과다 복용을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셋째,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성분명 디클로페낙·멜록시캄)입니다. 그중에서도 노인병인 관절 질환에 사용되는 일부 약물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골관절염의 통증을 다스리는 데 쓰이는 디클로페낙은 노인이 복용할 경우 심장 발작, 뇌졸중 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3~4배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골관절염과 류머티스성 관절염, 강직성 척수염의 증상 치료에 사용되는 멜록시캄은 노인이 먹었을 때 위장의 궤양이나 출혈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어 장기 사용을 권장하지 않습니다. 
 
넷째, 위장관 운동 촉진제(성분명 메토클로프라미드)입니다. 이 약물은 소화 기능에 이상이 있을 때 주로 쓰입니다. 노인이 복용했을 때 본인의 의지와 달리 손발이 떨리는 심각한 신경계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보건당국에서도 단기간 처방을 권고하고 있어 임의대로 장기 복용을 해선 안 됩니다.
 

마지막은 마약성 진통제(성분명 메페리딘)입니다. 분만수술 후 통증이나 심한 암성 통증처럼 급성 통증일 때 쓰면 신속한 진통 효과가 나타납니다. 그러나 만성 통증처럼 장기 사용이 필요한 경우나 노인에게는 떨림·발작·혼란 같은 신경 독성의 위험과 현기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코데인, 하이드로코돈 등 좀더 안전한 대체 약제 사용이 권장됩니다.
 

노인에게 약물요법은 급성·만성 질환을 치료·예방하는 데 가장 중요한 치료법입니다. 하지만 젊은 층에서와는 달리 각별한 주의와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죠. 성공적인 약물 치료를 위해서는 적절한 약물과 용량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 잊지 마세요.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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